"환자가 필요한 곳에 있는 병원 되고파"

병상수 1100개, 직원 1200명, 의료진 110명, 매년 관절수술 건수 1만 건 이상…. 개원 9년 만에 7개의 병원으로 세를 확장하며 국내 최대 관절전문병원으로 자리매김을 한 '힘찬병원'의 화려한 이력이다.
힘찬병원은 지난 2002년 인천 연수동에 제1병원을 개원, 관절·척추전문병원의 이정표를 제시하며 이목을 끌었다. 그 후 2006년 목동에 제2병원을 2008년 부평에 제3병원을 개원하면서 관절·척추전문 대표병원으로 도약했다. 이어서 강남·강북·강서힘찬병원이 차례로 문을 열었고 올해 7월 1일 '은평힘찬병원'이 제7병원으로 발걸음을 시작했다.


 
방문간호서비스·통증관리 시스템으로 차별화
 
힘찬병원의 이 놀라운 기록 뒤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임홍섭 원장이 함께 했다. 임 원장은 인천과 목동에서 부원장을 거쳤고 부평, 강남에서는 병원장을 역임하며 '새 병원'이 '대표병원'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열정을 쏟았다. 그리고 이제 세 번째로 수장을 맡은 은평병원에서 그동안의 경험과 경영 노하우를 남김없이 쏟아낼 각오를 하고 있다.
 
"은평구의 노인환자들이 먼 지역의 힘찬병원까지 힘들게 찾아오는 걸 보고 제7병원을 계획하게 됐죠. 조사해보니 서울시에서 노인 인구가 가장 많은 구가 은평구인데도 제대로 된 관절전문병원은 없더라구요.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 큰 병원을 만드는 것보다는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 병원이 좀 더 가까이 가고자 하는 것이 힘찬병원의 신념입니다." 환자에게 가까이 가고자 하는 신념은 힘찬병원만의 특별한 서비스를 만들었다. '방문간호서비스'로 대표되는 힘찬병원만의 환자중심 의료서비스가 그것이다. 방문간호서비스는 수술 후 병원에 정기검진 오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의료진이 집으로 직접 찾아가 재활 및 상태점검을 해 주는 서비스. 비용은 전액무료로 전담팀이 하루 평균 50여명의 환자들을 만나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관절 통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통증을 경감시켜 일상생활을 돕는 것이라 판단해 모든 진료과정에 '통증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진료나 검사 중에도 통증을 최대한 경감시키는 프로세스를 적용하고 무통증 수술 시스템, 생활통증관리 등 환자의 상태에 따른 최적화한 통증관리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환자중심적인 통증관리시스템은 내과와 마취통증의학과 복수 전문의인 임 원장이 그동안의 진료경험을 토대로 발전시킨 힘찬병원만의 특화된 시스템이다.
 
향후 10년 후 노인성질환을 예측한다
 
힘찬병원은 노인 환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현재의 인구밀도가 10년, 20년 후에도 똑같을까? 노인성질환의 특성에는 변화가 없을까? 이제 갓 100일을 맞은 병원이지만 임 원장은 더 늦기 전에 이런 고민들의 답을 찾고,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하고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루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변화무쌍한 이 시대에 미래를 예측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 임 원장은 이런 경영자의 역할이 때론 힘겨워 하늘에서라도 그 '능력'이 뚝 떨어졌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다고 고백한다.
 
"지금의 노인인구들은 이른바 해방둥이들이죠. 어려운 시절 육체적 노동을 많이 해서 관절질환이 많아요. 그러나 앞으로 노인인구에 접어드는 세대들은 경제적 성장 속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관절질환보다는 성인병과 같은 만성질환이 많죠. 향후 15년 후에는 노인성질환의 좌표가 바뀔 겁니다. 힘찬병원도 그동안은 관절질환을 특화시켰지만 앞으로는 또 다른 주력분야를 만들어야죠."
 
해외학회 등 학술활동 지원…사람에게 투자
 
힘찬병원이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은 첨단장비나 신기술로 무장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람'에 대한 투자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비단 한 사람의 성장이 아닌 병원의 성장이고 미래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힘찬병원의 봉직의들은 근무환경이나 복지, 연구활동 등에서 여타 대형병원에 뒤지지 않는 지원을 받고 있다. 특히 의사들에게 연 15일의 학회 휴가를 별도로 지정할 만큼 학술활동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15일을 초과해도 무관하다. 외부 지원 없이 병원 자체적으로 참석하고 싶은 학회는 모두 참석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활발한 학술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내과 과장 4명이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했어요. 해외학회에 가면 진료공백도 생기고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더 좋은 실력으로 진료할 수 있다면 오히려 병원에 득이 되니까요." 병원의 이런 노력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개원 이래 지금까지 매년 꾸준히 10여 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SCI급 저널에 총 28편의 논문이 게재됐다. 올해만 해도 현재까지 총 8편의 논문이 SCI급 저널에 게재돼는 성과를 내고 있다. 또 관절·척추전문병원답게 정형외과 전문의만 무려 70여 명에 이른다. 이렇게 든든한 의료진의 포진으로 의료진은 진료와 연구활동을 병행할 수 있고, 환자들은 진료나 수술을 위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없다.
 
소박하고 정 많은 은평에 살리라
 
부산에 제8병원을 준비 중이기도 한 힘찬병원의 성장세가 이대로만 이어진다면 또 다른 지역에 병원이 세워질 수 있고, 재단 측에서 임 원장에게 새로운 병원의 원장직을 맡길 수도 있을 터. 이런 질문에 임 원장은 단호히 'No'라고 말한다. "이곳에서 환자들 진료하며 은평주민들과 함께 늙어가고 싶어요. 은평은 서울이지만 지방의 중소도시처럼 소박하고 정감어린 동네거든요. 건물도 높지 않고 사람들도 훈훈함이 있고요. 오자마자 매료된 곳 이예요."
 
임 원장은 호를 '은평'으로 하고 은평에 뼈를 묻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지독한 '은평앓이' 중이다. 앞으로 10년 정도 모든 열정을 쏟아 부어 은평힘찬병원을 탄탄하게 만들어 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후배들에게 자리를 넘기겠다는 임 원장. 그리고 스스럼없이 병원에 찾아와 후배들에게 술 한 잔 사라고 말할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은 것이 꿈이라고. 덥수룩한 머리에 살짝 느슨해진 넥타이가 편안하고 소탈한 임 원장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듯 정겹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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