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 성공땐 스타틴뒤이을 심장병 치료약물

고지혈증치료제는 지난 10여년 동안 제약업계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해 왔다. 스타틴제제로 대변되는 이들 약물은 화이자(Pfizer)·머크(Merk)·BMS(Bristol-Myers Squibb) 등 다국적제약회사의 최고 상품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즉 리피토(Lipitor)·조코(Zocor)·메바로친(Mevalothin) 등이 심장발작 위험률을 감소시키는데 공헌하며 이미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한편, 세계제약업계는 이제 스타틴의 뒤를 이을 차세대 심혈관질환약물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중 코드명 "AGI-1067룑로 명명된 심혈관 염증치료제를 개발한 소규모 제약사 "AtheroGenics"가 주목을 받고 있다. 美 경제전문지 "Fobes"가 최근 이 약물에 관한 상세한 내용을 소개했다.
"AGI-1067룑의 기전은 혈관이 막힐 뿐 아니라 팽창하며, 이로 인해 심혈관질환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리피토나 조코 등의 혈중콜레스테롤 저하효과는 심장발작이나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 감소에 기여하고 있지만, 이들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보도에 의하면, 아직도 미국에서만 매년 94만6000명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 클리블랜드클리닉의 심장학자 스티븐 니센 박사는 "이들 고지혈증치료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심혈관질환은 여전히 주요 사망원인의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Forbes"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심장병환자의 절반 가량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 않다. 콜레스테롤 저하치료는 심장병 예방을 도울 수는 있으나, 진정한 위험요소인 심혈관염증반응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혈관벽의 팽창은 콜레스테롤 플라크(plaque)의 파열을 유발, 이로 인해 형성된 혈병이 혈관을 막아 심장으로의 산소공급을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니센 박사는 이같은 일련의 과정이 언제·어디서든·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theroGenics"의 CEO인 러셀 메드포드는 "심장발작 여부는 혈관이 얼마나 막혔느냐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정상으로 보이는 혈관에서도 심장발작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미국심장협회(AHA)와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기존의 심장발작 예견인자에 심장염증측정이 가능한 C-반응성단백질검사를 추가토록 의사들에게 권고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 속에 혈관팽창을 감소시켜 심질환 예방의 가능성을 높인 약물을 개발한 "AtheroGenics"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10년여의 개발노력 끝에 이 회사는 시험약물 "AGI-1067"을 임상시험 최종단계까지 이끄는데 성공했다.
회사측은 심장발작 경험환자 4000명을 대상으로 기존약물과 "AGI-1067"을 함께 사용해 심장발작·뇌졸중을 비롯 여타 심혈관질환 사망률과 입원률을 감소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임상시험을 올 여름 시작한다. 총 기간 2년에 4000만달러가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의도한 임상효과가 입증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니센과 같은 심장학자들은 성공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는 이 약물이 심혈관질환 예방 및 치료에 미칠 잠재적 효과를 고려하면, 성공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수십억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올 한해 리피토로 인한 총수익은 9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Forbes"는 전했다.
메드포드는 美에모리대약대 조교수 시절인 1990년부터 "AGI-1067룑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혈관팽창과 염증이 심장병을 유발한다는 것은 생소한 이론에 불과했다. 누구도 혈관팽창의 원인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던 것이다.
메드포드와 에모리대 수석 심장학자였던 웨인 알렉산더 박사는 콜레스테롤을 혈관벽에 고착시키는 원인이 염증반응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주장했다.
이들은 LDL콜레스테롤의 혈관벽 고착을 야기하는 산화작용을 차단하면 염증반응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실험을 진행한 결과, 심혈관세포의 혈관벽 고착에 관여하는 유전자 VCAM-1의 생성을 억제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산화작용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한 화학물질이 인간에게 유해한 것으로 확인돼 연구는 난관에 봉착했다.
1993년 연구결과를 발표한 메드포드와 알렉산더는 "AtheroGenics"라는 이름의 제약사를 설립, 산화작용을 안전하게 차단할 수 있는 약물개발에 본격 착수한다. 하지만, 이들이 원했던 약물과 비슷한 기전의 프로부콜(probucol)이 이미 시판되고 있는 것이 확인돼 "AtheroGenic룑의 신약개발은 잠시 중단위기를 맞았다.
결국, 프로부콜이 심장박동에 부작용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1995년 시판중지처분이 내려지자, 메드포드는 세포내에서 산화작용을 억제할 수 없었던 프로부콜의 약점을 보완해 1996년 "AGI-1067"을 세상에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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