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및 사장단 줄일 수 있는 분야 다 줄여라 '특명'


"제네릭 파는데 PM 필요있냐" 제약사들 PM 무용론 제기
고액연봉 임원도 칼바람 솔솔 대규모 조직개편도 불가피


정부의 8·12 약가인하에 따른 후폭풍으로 제약사 직원들이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다.

제약사들이 약가인하에 따른 생존전략으로 임원 구조조정, 마케팅 및 영업인력 통폐합, 생산시설 통합 등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해당 분야직원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 업계는 구조조정이 추석 이후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직원들은 벌써부터 퇴직한파를 느끼고 있다.

지난 8월 12일 보건복지부 약가인하방안이 나온 이후 제약사들이 생존전략을 속속 짜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약가인하안 발표 직후 제약사 회장, 사장 등 최고층 임원들이 "생존전략을 짜내라"는 특명을 하달했고 주요 임원들이 장고 끝에 피해규모를 추계하고 이에 따른 "통폐합 및 구조조정"이라는 생존전략을 제시해 조만간 인원감축 한파를 예고하고 있다. 실행에 옮겨질 경우 제약사 직원들이 대거 실업자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 무용론 담당자들 대량 퇴직 예고

특히 이번 구조조정의 칼날이 마케팅에 집중되면서 마케팅 담당자들의 대거 퇴직 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제약사들이 마케팅 담당자들의 통폐합론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말로 하면 통폐합이고 나쁜말로 하면 이른바 마케팅담당자 무용론인 셈이다.

이같은 배경은 제약사들이 제네릭을 팔면서 모든 제품마다 마케팅 담당자까지 둘 필요는 없다는 판단 에 따른 것이다.

한 중소제약사 마케팅 담장자는 "신약도 아니고 제네릭에 수십명의 마케팅 담당자가 있다는 것이 불필요한 낭비라는 의견이 여러 제약사들에서 나왔다"면서 "대부분 동의하고 있고 인력감축도 필요한 상황이라서 조만간 정리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방법은 제네릭이 많은 일부 제약사들이 드물게 쓰고 있는 방법인데 비용효과 측면에서는 효과가 입증돼 이번 기회에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 PM 모임의 한 관계자는 마케터들이 지금까지 매출확대를 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없앤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약가인하에 대한 파급효과가 워낙커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제네릭이라도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이른바 블록버스터 품목은 예외로 둘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제약사들은 이번 기회에 철저히 제네릭 시장에서 선택과 집중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이 나올지 귀를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오리지널 담당자도 여러품목 맡아야 할 판

오리지널을 맡은 담당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모든 약이 매출이 높은 것이 아닌 만큼 관련 질환으로 구분해서 한명이 담당하던가 아니면 서너 품목씩 맡게해서 인력을 대폭 줄이겠다는게 현재 제약사들이 내놓은 복안이다.

특히 다국적 제약사들과 제휴된 품목 도 가급적 경험이 많은 담당자 일괄적으로 맡는 방안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제약사 마케팅 임원은 "제휴품목의 경우 다국적 제약사간 협의후 진행해야 하는 만큼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면서 "이 경우 마케팅 담당자도 줄일 수 있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영업사원들의 구조조정안도 나왔다. 주요 타깃은 영업실적과 거리가 먼 관리자급 임원과 고액 연봉을 받는 오래된(?) 영업사원들이다. 한 내부 임원은 "체질개선과 물갈이 차원에서 젊은 영업사원들로 채우기 위해 명예퇴직을 받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경우 영업망도 대폭 줄이거나 통폐합수순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일부 제약사들의 경우 영업부 조직이 지점장에 부지점장이 있고 그밑에 영업사원을 아우르는 영업팀장이 있는 등 거미줄 처럼 얽혀 있는 것도 이번에 일제히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제약사 홍보부장은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불필요한 영업사원들도 대거 줄여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만큼 영업인력도 구조조정 태풍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뀌뜸했다.

이와 함께 임원들도 구조조정 대상이다. 회사들은 이른바 월급은 많이 타면서 하는 일은 없는 임원들을 주요 타깃으로 정해논 것으로 알려져 대규모 조직개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생산시설 매각 위수탁 활용 불가피

구조조정과 함께 거론되고 있는 긴축안은 원료의약품 공동구매 및 생산시설 통폐합이다. 현재 일부 제약사들은 공장 매각등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대신 타 제약사들의 공장을 활용해 원가를 낮추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원료의 경우 다량 공동구매를 하면 원가를 낮출 수 있고 생산도 여러회사의 위수탁을 통해 인건비 및 관리비를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제네릭을 팔아 수수료만 챙기는 것도 새로운 방법으로 제시됐다. 아울러 팔리지 않는 제네릭은 과감하게 생산을 포기하는 등의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본사에 보고

이런 가운데 다국적 제약사들은 아직 이렇다할 계획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업무 처리과정상 한국법인이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법인들은 약가인하안에 대해 아태지역 책임자와 본사에 보고를 한 상태이며 이에 따른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 미국계 제약사 관계자는 "본사에 한국상황에 대해 보고하고 이에 따른 대책안을 강구하기 위해 본사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유럽계 일본계 등 제약사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제약사들 매출의 25%는 줄어들 것

한편 제약사들의 내부적으로 피해규모모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제약사들은 대략 매출의 25%가 약가인하로 잘려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계산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이번 약가인하로 1500~1700억원 수준의 피해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라면 매출액대비 판관비를 따져볼때 임직원의 20~25%는 감축해야하는 할 전망이다.

동아제약과 한미약품도 각각 1000억원대 피해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돌고 있다. 특히 한미약품은 제네릭을 위주로 하고 있어 거의 모든 품목이 인하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긴축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100수준에서 명예퇴직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근당, JW중외, 일양약품 등은 최소 200억원에서 최대 500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이 회사들도 조만간 인원감축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홍보 담당자는 "제약사별로 약 25% 정도 매출이 깍인다고 보면 될 것"이라면서 "이에 따른 대량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제 구조조정 수준은 약 10% 선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제약협회는 이번 약가인하로 2만명의 실직과 1조5000억원의 매출이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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