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다국적 제네릭·코프로모션 해약사태·M&A


오리지널-제네릭 일괄인하라는 살인적인 약가제도를 앞두고 제약사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장관교체설이 나오면서 인하율이 일부 조정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하에 대한 복지부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체질개선을 위한 작업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제약사들은 이번 인하에 따라 크게 4가지가 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선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쓰나미급 구조조정이다. 이미 제약협회는 연간 2조원에 가까운 매출인하로 2만여명의 제약 실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계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제약사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약사 사장들은 사상 최대의 약가인가가 되는 만큼 어떤 방식이든 파장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12일 협회 피켓시위에 참여한 한 제약사 사장은 "인하가 된다면 매출 감소가 발생할 것이고 이에 따른 긴축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히 직위고하에 상관없이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된다"고 말해 인력감축이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실제로 상위권과 중소제약사 할 것 없이 구조조정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제네릭만으로 먹고 사는 중소제약사들의 경우는 구체적인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최근 만난 한 중소제약사 마케팅 팀장은 "약값이 떨어지면 가장 먼저 줄이게되는 부분이 판매관리비(판관비)가 아니겠냐"면서 "이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인건비를 줄이게 될 것"이라며 구조조정을 예견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은 중소 제약사들에게서는 벌써부터 인력감축안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고 있다"면서 "조만간 우리회사도 조안방안에 대한 사측의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귀뜸했다.

중소기업이지만 오리지널을 다수 보유한 회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들은 대부분 특허만료된 의약품을 갖고 있어 약가인하 폭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중소제약사들이 발빠르게 구조조정을 결정하는 배경도 관심이 쏠리는 부분이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이들은 상위권 제약사들과 달리 제네릭의 매출이 높지 않아 잘 팔리는 제품을 중심을 대열을 재정비하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반면 상위권 제약사들은 어떤 기준으로 감축안을 낼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소 늦어지는 모습이다.

한 상위권 제약사 마케팅 관계자는 "아직 이렇다할 구조조정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분위기는 충분히 감지되고 있다"면서 "시기나 방법론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로 보아 당분간 제약업계 하반기 채용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반면 다국적 제약사들은 인력감축안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는데 아마도 신약이 대거 출시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제네릭 몰려올 것


이번 기회를 틈타 다국적 제약사들이 그동안 숨겨놨던 제네릭을 쓰나미처럼 출시할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국내 제약사들의 제네릭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오리지널 약값을 추가로 내리는 것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오리지널과 제네릭을 같은 가격에 공급하는 정책은 브랜드 제네릭을 출시하는데는 좋은 조건이라는 의견이다.

그 배경은 이렇다. 일단 다국적 제약사들의 제네릭 상당수가 미국 또는 유럽 승인을 받은 제품이라는 점에서 1차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고, 자유경쟁체제(54% 미만에서 자유롭게 결정)로 갈 경우 또한 타 제네릭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제네릭을 등재하기도 매우 까다로운데 그만큼 FDA가 인정을 하고 있고 또한 정부가 제네릭을 써도 된다는 광고홍보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한국시장에서도 미국 승인을 받은 제네릭이 나오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가능성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내사들은 아직 브랜드 제네릭이 많지 않아 그렇게 우려스러운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산도스가 공격적인 준비를 하고 있고, 화이자와 호스피라코리아가 항암제 분야에서 제네릭 시장을 호시탐탐 엿보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그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제약사 코프로모션 해약사태 우려

세번째로 우려되는 사태는 코프로모션 계약 연장 취소다. 현재 국내 제약사와 코프로모션하고 있는 몇몇 다국적 제약사들은 약가인하 여부에 따라 협력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정부의 약가인하방침에 따라 약가마진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현재 코마케팅 또는 코 프로모션 품목에 대한 계약 검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따라서 대규모 계약 종료사태가 발생하는 최악의 상태가 발발할지 관심사다.

현재 국내 제약사가 추산하고 있는 코프로모션 사례는 약품목을 기준으로 100건정도다. 이중 100억 이상 판매되는 불록버스터 품목은 약 30% 정도가 포함되고 있는데 이번 약가인하에 따라 추가 계약연장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다국적 제약사 약으로 상당부분 매출을 올리고 있는 국내회사들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현재 대웅제약, 제일약품, 한독약품이 압도적으로 많고 동아제약 한미약품, 녹십자 등도 최근 들어 점차 늘리고 있어 이번 약가인하사태를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다국적 제약사들은 국내 제약사들의 영업망을 활용해오다 때(?)가 되면 다시 회수해가는 이른바 먹튀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약가인하에 따른 매출하락때문에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안도할 수 있는 부분은 약가인하에 따른 파장으로 다국적 제약사들도 일부 구조조정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경우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대규모 계약해지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있다.

M&A 재검토 하는 계기 될 것

대규모 M&A가 발생할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약가인하가 이뤄지면 경쟁력을 상실한 상당수 제약사들의 경영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이면서 공장 등 시설과 기업을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는 긍정적인 변화다.

현재도 제약사 J사를 비롯한 몇몇 중소 제약사들이 컨설팅을 완료하고 시장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이들은 이른바 가격만 맞으면 팔겠다는 입장인데 이번 약가인하 사태이후 M&A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성사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가장큰 이유는 특화된 기업이 없다는 점에서다. 사겠다는 기업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 이유는 제약사들 상당수가 경영개선이 되지 않은 상태고 약가인하에 따른 현금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는게 주된 이유다.

신약조합 여재천 국장은 "(회사별로)시너지 효과를 낼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럴만한 기업들이 별로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 M&A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들이 M&A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킨 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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