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SSRI 처방은 아직 논란중
소아청소년 우울증, SSRI 처방 조심해야

SSRI의 부작용 논란은 소아청소년에서 더욱 예민해 진다. 2003년 영국의 ‘약품 및 건강상품 규제국’(MHRA)은 어린이나 청소년이 특정 항우울제를 복용할 경우, 자살에 대한 생각이나 충동 및 적개심 등을 느끼게 되는 등 부작용이 발견돼 처방을 전면적으로 금지한다고 권고안을 발표했다.

2004년 4월에는 영국 런던 대학의 휘팅턴 박사가 Lancet에 SSRI가 위험에 비해 효능이 뛰어남을 나타내지만 미발표 데이터를 합해 분석하였을 때는 플루오세틴을 제외한 SSRI는 위험이 효능을 상회함을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미국도 2004년 SSRI와 자살에 대한 주의문을 채택한 FDA 자문위원회는 성인에 앞서 소아 청소년에 대한 SSRI의 위험 가능성을 먼저 제기했다. 소아청소년은 성인보다 충동성이 강하므로 자살 사고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약제 효용성 더 크다

소아청소년에게 SSRI를 처방하는 것이 더 많은 우울장애 환자를 구하는 길이라 주장하는 의견도 많다. 지난 해 5월 열린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서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 RL Findiling 교수는 소아청소년에서 진행된 항우울제 임상연구를 메타분석하면 주요 우울장애에 항우울제를 사용했을 때 부작용이나 발생 가능한 위험에 비해 약제의 효용성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특히 12세 이전의 소아에서 효과가 입증된 플루옥세틴은 임상연구에서 평가된 자살 경향성은 약제 복용균이 위약군 대비해 높게 나타나긴 했지만, 5300명의 소아청소년에서 실제 자살이 행해지지는 않았다는 것.

소아청소년에서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SSRI와 자살 위험성의 연관 가능성을 제기한 연구들이 몇몇 있었지만 이를 확실히 밝힌 대규모 연구는 없다. 또한 자살 사망 부검 연구에서 자살한 청소년이 항우울제 치료를 받은 경우가 적었다는 결과는 SSRI를 비롯한 항우울제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청소년 자살을 방치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SSRI의 효능 연구는 그 수가 매우 적고, 미국 식약청에서 소아 청소년 우울장애 치료제로 허가된 SSRI는 플루옥세틴, 에스시탈로프람 뿐이다.


SSRI 처방 증가 자살률 줄인다
항우울제 처방률 증가, 자살률 감소

SSRI가 자살을 예방한다는 논리와 자살을 유발한다는 목소리가 양립하는 가운데, 현재 의료진의 설득력을 얻는 것은 연구 논문이 많이 확보된 전자다.

최근 British Medical Journal지는 항우울제가 많이 처방되는 연령대에서 자살 발생률이 더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호주 뉴 사우스 웨일즈 대학 앤드리아 맨트 박사와 연구진은 1991년에서 2000년 사이에 여러 연령대를 대상으로 항우울제의 처방률과 자살 발생률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기간 동안 항우울제가 가장 많이 처방되는 노년층의 자살률이 상당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살률은 항우울제가 별로 투여되지 않는 청소년층에서 증가했으며, 모든 연령대를 조사했을 때 항우울제 처방률이 증가할수록 자살률은 감소하는 경향이 있었다.

SSRI 처방 감소가 자살률 증가시켜?
SSRI 항우울제가 자살 위험이 있다는 부작용이 발표된 후 SSRI 처방이 감소됐다. 그 후 자살률이 증가했다는 연구가 미국 정신의학 저널에 실려 눈길을 끈다. 미국과 네덜란드에서는 2003년부터 SSRI 항우울제에 19세 이하 소아 및 청소년의 자살 충동·시도 위험을 높인다는 블랙박스 경고를 부착한 바 있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기븐스 로버트 D. 교수 등 연구진이 이에 따른 변화를 연구했다. 그 결과 2003~2005년 사이 양국에서 19세 이하에 대한 SSRI 항우울제 처방은 22% 감소했는데, 그동안 네덜란드에서 동일 연령대의 자살률은 49% 급증했다. 미국도 2003~2004년 사이 동일 연령대의 자살률이 14% 증가했다.

연구진은 항우울제 처방이 20% 감소할수록 자살률은 10%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원래 블랙박스 경고의 목적은 생명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는 실패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2004년부터 미국에서 소아 청소년에서 SSRI 사용 비율이 줄었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미국내에서 5~19세의 소아 청소년의 자살 비율이 갑자기 증가하기 시작했다. 또 네덜란드에서도 2003년부터 우울장애를 겪는 소아청소년에서의 SSRI 처방이 줄었는데, 19세까지의 자살률이 증가했다. SSRI 사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상황을 놓고 극단적인 추측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SSRI 사용중단이 우울장애로 인한 자살 충동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SRI 처방 신중해야
SSRI 관련 연구 및 지침 보강 필요


1990년 Teicher 등이 환자 6명이 플루옥세틴을 복용한 후 자살이 일어난다는 연구가 발표됐을 때부터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팽팽하다. SSRI가 자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다.

Fava와 Rosenbaum은 27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1989년 1년간 외래 치료한 1,017명의 우울장애 환자를 조사한 결과 자살사고를 보인 사람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Teicher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결과를 내보였다. Fava와 Rosenbaum는 Teicher의 환자들은 모두 3차 의료기관으로 이송된 심한 우울장애 환자들이었고, 플루옥세틴이나 다른 약물들을 통상 기준보다 높은 용량으로 사용했으며, 베타 차단제 등의 좌불안석 치료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702개의 연구 총 87000명의 자료를 메타분석한 Fergusson 등도 SSRI와 자살 사망과는 연관이 없었으나 자살 시도에 대해서는 위약과 비교했을 때 SSRI 복용 환자가 유의하게 높았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영국에서도 SSRI가 자살률 증가와는 연관성이 없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브리스톨대 벤 휠러 박사 팀은 청소년에 대한 항우울증 약 처방과 자살률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22개 나라의 1990~2006년 사이 15~19세 자살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10대 우울증 환자에 대한 항우울제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그간 여러 논란이 있었다”며 “여러 나라의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항우울제를 복용한 10대의 자살이 증가한다는 자료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SSRI 관련 연구 더 필요
SSRI와 자살 연관성에 대한 완벽한 연구는 아직까지 시행된 것은 없다. 자살이라는 인과관계를 검증할 수 있는 연구 디자인은 어렵고 한계가 있어 앞으로도 시행되지 못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우울장애는 그 자체로 자살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SSRI가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SSRI를 처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치료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처방을 중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우울장애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다가 자살로 사망한 사람들이 많다는 북유럽의 연구 결과들을 고려한다면 우울장애 치료를 위해서라도 항우울제를 처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SSRI 처방과 관련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SSRI와 자살을 직접적으로 다룬 잘 짜인 연구가 필요하고, SSRI가 좌불안석 부작용 때문에 자살을 일으킨다는 것에 대해 치료 예방할 수 있는 약물을 처방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mirtazapine과 같은 진정작용이 강한 항우울제를 처방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연구나 지침 등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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