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경영의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병원물류 분야는 중요성에 비해 연구가 부족하다. 의료재료 분류체계 개선에서부터 기본적인 연구가 시작돼야 한다."
최근 열린 병원경영학회에서는 "병원물품 분류체계화를 통한 국제화 시대 병원경영 선진화 방안"에 관한 세미나가 처음으로 개최했다. 병원로지스틱스연구회 차원으로 병원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물류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모색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개별 병원이 가지고 있는 관리 체계를 이제 전체병원, 나아가 국가 차원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뜻을 모았다.


분류체계, 일본은 있고 한국은 없다

의료관광, JCI인증 등으로 일본보다 다소 공격적인 움직임을 펼치고 있는 한국이지만, 일본에는 있지만 한국에는 없는 것이 바로 분류체계이다. 일본 메디에 다나카 오사무 병원기획부장은 "일본의 의료재료 분류체계 메디에"를 소개하면서 한국에는 의료재료 분류와 통일관리 코드가 없다고 꼬집었다.

메디에를 보면 전체 의료재료를 대분류 7종, 중분류 53종, 소분류 552종으로 나누었다. 예컨대 A는 진단·검사용 기재, B는 치료용 기재로 나뉜다. 여기에 세부구조로 A2는 조영용기재, A21은 심장· 흉부혈관조영용카테터 등의 제품으로 나눠지게 된다. 모든 의료재료마다 영구 부호를 입력해 7자리수 부호를 매기며, 1개 제품에 1개 코드가 측정된다. 회사 변경, 제도 변경의 영향이 없어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해진다.

현재 일본에서는 42개 국립대병원이 1996년부터 사용해 분석이나 공동구매 등에 활용하고 있다. 사용전에는 각 병원마다 코드가 천차만별이었으나, 사용 이후에는 코드가 동일함에 따라 모든 병원이 물품코드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다나카 부장은 "관리대상의 코드 부여는 IT화의 기본조건"이라며 "분류체계의 표준화는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이 대응할 수 없는 현실 등으로 보다 큰 틀에서 국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며, 변경이 빈발한 의료재료 코드관리에는 전문가 전문조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한국의 경우 식약청에서는 의료기기 고유식별제도 도입을 위한 기초 연구가 진행중이며, 심평원에서도 의료장비 유통코드 부여 사업을 마련 중이다. 따라서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 중으로 의견수렴을 거쳐 이르면 내년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RFID, 환자안전·업무효율 도모

RFID를 폭넓게 사용할 경우 의료사고를 줄이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

BML메디 김기상 대표는 "병원사례를 통해 본 병원물품관리체계 현황과 과제"를 소개, 여러 병원들로부터 RFID를 사용하고 있는 사례를 밝혔다. RFID(Radio Frequence Identification)는 사물에 부착돼 이동하는 태그에서 전송되는 정보를 건물 등에 고정돼 있는 안테타와 무선통신을 행해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MGH, 존스홉킨스, 펜실베니아대학병원 등은 환자확인에 RFID를 이용한다. 병동에서 환자에게 수혈을 하거나 항암제처럼 주의가 필요한 약물을 투약할 때 환자와 혈액, 약품의 일치 여부를 확인해 자동인식기술로 가능하게 한 것이다.

또한 워싱턴병원 등은 응급실에서 RFID를 사용한다. 병상현황, 환자현황, 진료기록 내용 등을 환자태그와 PDA 리더로 관리해 실시간 정확한 응급조치를 돕는다. 원주기독병원에서도 도입해 화제가 된 것은 신생아 관리다. 입원기간동안 신생아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보호자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의료장비에 RFID를 토입해 위치확인을 한다. 환자가 응급상황에 있을 경우 호출경보 서비스를 제공하며, 의료인 및 환자에게 태그를 부착시켜 기자재 위치와 재원 파악이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이처럼 RFID의 장점은 병원업무 효율이 증가하고 저장된 데이터 판독과 수정이 가능하며 정보처리 속도도 빠르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 수집된 정보 재가공 가능, 부착물 특성 및 주변환경에 매우 민감하다는 등의 단점은 주의해야 한다.

김 대표는 "이제는 사용자 위주의 제품 구매가 아닌 사용용도에 맞는 적절한 제품을 경쟁력있게 구매하고, 기존 포장단위 출고가 아닌 실제 사용량을 분석해 출고하는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며 "RFID가 폭넓게 쓰이기 위해서는 개별병원 중심의 체계를 국제 공통기반 코드, 또는 국제표준으로 전환을 고려해야 하며, 개인정보 유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코드체계 세계적인 표준화 필수

물류정보화가 확대 실시되기 위해서는 의약품, 의료재료 코드 표준화가 필수다.

유한대학 보건의료복지연구소 남상요 교수는 "병원물품분류체계와 바코드, RFID 도입" 발표에서 "현행 코드로는 의사, 간호사, 사무부문 등 각 부서간 의사소통이 어렵다"며 "더욱이 병원이 생길때마다 새로운 코드체계가 하나씩 생기고 컨버전에 많은 자본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병원 뿐 아니라 업자간에도 통하는 코드에서 나아가 국가 전체, 범세계적인 기준 코드가 필요하다는 것. 네트워크와 네트워크, 병원과 병원, 병원과 업자, 세계적인 표준화와 시스템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의료관련 제조업자와 유통업자, 의료관계자가 모여 2005년에 설립된 GS1은 기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환자안전을 확보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남 교수는 "헬스케어 산업은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어 의료사고, 위조약 유통은 세계적인 규모로 발생하고 있으며, 나라마다의 개별 대응으로는 충분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며 "GS1을 통해 전세계적인 표준화를 이루면 환자 안전, 이력추적과 제품회수, 공급 체인의 효율화, 제품 증명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역설했다.

구체적인 표준화의 이점은 국가 전체로는 의료기관·기업의 물류효율화, 정보의 공유화, 전달의 신속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행정기관은 통계 등의 사무처리의 간소화·합리화가 가능하다. 의료기기 제조·수입업체의 경우 정보제공 향상, 입출고·재고관리가 수월하며, 정밀도가 향상된다.

수입업체가 세계 표준바코드를 이용하면 사내라벨 부착작업도 해소할 수 있다. 도매업자 역시 수주·발주·입출고·재고관리의 간소화와 정밀도 향상, 유효기간·사용기한 관리의 효율화, 물류경비의 대폭 삭감 등을 실현할 수 있다.

남 교수는 "의료기관은 환자 안전을 확보하면서 입출고나 재고관리의 간소화가 가능해 경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유효기간관리, 환자별 치료원가 계산, 보험청구 누락방지 등을 실현할 수 있다"며 "병원물품 분류체계화는 의료보험청구, 심사, 병원경영에 대한 각종 데이터 분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보다 심층적인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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