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성 없어 무용지물" "행동거짐 척도 도움" 양분
의사와 제약사간 리베이트 문제로 의사가 실제 구속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의료계는 더 이상 리베이트 문제를 방치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 됐다. 이에 지난 7월 한국의료윤리학회가 ‘의사-제약산업체 관계 윤리 지침(Guidelines for Physician-Pharmaceutical Industry Interactions)’ 초안을 내놓으며 리베이트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의사-제약산업체 관계윤리 지침은 3개 기본원칙과 의료인-제약사 관계에 초점을 둔 8개 세부원칙으로 구성됐다. 기본원칙은 △환자 이익 우선 △이해상충 관리 △의사-제약산업체 관계설정 등 3가지로 의료인이 가져야 할 기본자세를 정의했다. 세부 원칙은 △처방과 제품선정 △임상진료지침 △마케팅(방문) △제품 설명회 △학회 참석 △자문 △평생교육 △연구 등 8가지다.
연세대 의료법윤리학과 이일학 교수는 “리베이트로 인한 의사 구속 등 일련의 사건 등으로 그동안 의사들이 했던 일들이 얼마나 비윤리적인가에 대해 알게 됐을 것”이라며 “윤리지침은 만드는 것보다 의사들이 받아들이고 공유하는 더 나아가 이를 실천해야 힘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의사들 자발적 실천에 성패 달려
의료윤리학회가 윤리지침 초안을 내놓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의사들의 시선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어떤 법적인 힘도 갖지 않는 이 윤리지침이 오랫동안 지속돼 온 병폐를 과연 끊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인 것이다.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윤리지침 재정을 계기로 다시 태어나야 국민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대한의학회 임태환 이사는 ”사회적 사명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의사들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점을 바로 인식하고 자기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윤리지침 제정도 중요하지만 의료계 전체적으로의 파급 효과와 공감대 형성을 통한 실천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개원의든 대학교수든 공정경쟁규약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에 앞서 의사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사들 윤리지침 효과 반신반의
명이비인후과 이명진(의료윤리연구회) 원장은 이번 윤리지침 제정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그동안 의사들이 의료윤리에 대한 교육도 받지 못했고 선배들이 했던 것을 답습했던 것이 사실이다”라며 “외부 자극에 의해 깨닫게 됐지만 지금이라도 윤리기준이 생겨 다행이다”라고 윤리지침 제정을 높게 평가했다. 이 원장은 또 “의료 윤리는 "survival Ethic"이다. 즉 의사로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며 “명확한 기준이 생기면 의사들도 자유롭고, 위축될 필요 없이 환자를 돌보는데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의적인 반응도 엿볼 수 있다. 한 개원의는 “윤리지침이 없어 그동안 리베이트가 성행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며 “의사협회도 자체적으로 리베이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데, 윤리지침이 발표됐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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