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차원에서의 대처 필요성 인식

WHO가 세계보건의 날에 영향을 받았던 것일까, 우리나라에서도 항생제 내성 관리를 주제로 학술과 함께 정부차원의 움직임이 눈에 띄었던 상반기였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여전히 악화 일로
- 제7회 감염관견 종합학술대회 · 제8회 국제항생제내성심포지엄(ISAAR)

대한감염학회 주관 하에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 대한화학요법학회, 한국소아감염병학회 등 감염관리 학회들이 함께 주최한 감염관련 종합학술대회에서는 꾸준히 항생제 내성의 심각성과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제시해왔고, 이는 지난 2월 개최된 제7회 종합학술대회에서도 이어졌다.

항생제 내성 문제에서 전반적으로 강조된 부분은 항생제 오·남용에 대한 부분이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정두련 교수는 "인간과 동물에게 사용되는 항생제 중 50%는 불필요하거나 부적절하게 사용돼 왔다"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 역시 "항생제 처방 적절성에 대한 연구에서는 전반적으로 30~60%가 부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내성 발생 원인 중 대부분이 오·남용에 의한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였다.

내성균 비율이 타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는 점도 문제다. 한양대병원 감염관리실 장윤숙 교수는 우선 병원 내 의료관련 감염의 주요 원인 내성균으로 메티실린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반코마이신내성장알균(VRE), 그리고 ESBL 생성 대장균(E. Coil), 클렙시엘라(Klebsiella),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 카바페넴을 비롯한 다제내성을 보이는 아시네토박터균, 녹농균(CRAB, MRAB, CRPA, MRPA) 등 다제내성 그람음성간균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국 국립보건안전네트워크(NHSN)의 자료에서 MRSA는 49.2%, VRE는 19.7%, CRAB는 30.6%, CRPA는 11.8%로 나타난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MRSA 90%, VRE 32%, CRPA 51.7%로 현저히 높은 내성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라며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 다제내성균(수퍼박테리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제7회 감염관련 종합학술대회에서 국내 항생제 내성의 심각성이 강조된 것과 맞물려 다제내성균을 주제로 한나라당 최경희 국회의원이 개최한 토론회는 정부차원의 관리방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연자로 나선 강남세브란스 감염내과 송영구 교수는 항생제 내성에 대한 심각성과 관리 체계의 문제를 지적했다. 가장 큰 부분은 항생제 내성에 대한 인식이었다. 의료진, 시민들의 의식도 낮았지만 정부도 항생제 내성이 공중보건 문제라는 인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CDC가 원내 다제내성균 관리에 대한 12단계 권고사항을 제시하는 등 선진국에서 정부차원의 대비책을 제시하는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의료계 문제로는 타진료과와 감염내과 간 피드백 시스템이 없다는 점을 꼽으며 이에 대한 중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의대 교육 커리큘럼에도 항생제 내성 관련 내용이 추가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병원 차원에서 수익이 없는 부분에 대한 투자가 적기 때문에 국가가 주도적으로 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책을 제시하지 않는한 근본적인 해결은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송 교수는 항생제 관리료, 감염내과 협진료 등의 현실화, 의료기관 인증평가 항목에 항생제 관리 항목을 포함, 인센티브, 일정 수준 이상의 병상을 가진 병원에의 감염전문가 상주 의무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도 나름 대응책을 마련해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 양병국 센터장은 "지난해 12월 법정감염병 지정 관리에 반코마이신내성황색포도알균(VRSA), VRE, MRSA, MRPA, MRAB, CRE 등 6종의 다제내성균을 의료관련 감염병을 지정했다"고 말하는 한편 "현재 의료기관 감염대책위원회의 기준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으로 규정돼 있는 부분을 100병상 이상 병원급으로 확대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하반기에는 항생제 내성에 대한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차원의 대비 논의 후 4개월....아직 큰 변화는 없어

상반기 학술대회,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항생제 내성에 대한 여러 가지 대책들이 제시됐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정부의 지원금이 4억에서 44억으로 늘었다는 것 뿐, 질병관리본부가 언급한 항생제 내성 테스크포스팀의 구성에 대한 청사진도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실질적인 지원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병원에서의 인력문제, 처우개선 문제 등도 그대로다. 강남세브란스 감염내과 송영구 교수는 "처우개선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신종 인플루엔자 이후 추가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대한화학요법학회에서 발표한 항생제 임상진료지침 역시 학회가 스스로 만든 것으로, 정부의 지원금이 없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개정한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는 2~3년 후에나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작년 5월에 발표된 가이드라인은 거의 시작단계로 현재 질환이 아닌 진료과별 구성에서 추가적인 업테이트를 통해서 질환별 가이드라인으로 방향을 바꿔나갈 예정이다. 현재 호중구감소성 발열환자, 심혈관계감염, 소화기계감염, 요로감염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상태로 추후 폐혈증, 피부연조직, 중추신경계 질환에서의 항생제 사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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