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동력으로의 의료기기산업, 기회와 전망









한국 의료기기 연평균 13.3% 성장…전세계 증가율 상회
부가가치 있는 제품 수출 증가…성장 가능성 발견


▲일시: 2011년 6월 16일
▲장소: 삼성서울병원 임상시험센터 회의실
▲좌장
 
방사익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교수•바이오의료커넥트센터(BMCC) 센터장
▲패널
 
박기영 청와대 미래기획위원회 신성장동력국장
 김성호 식품의약품안전청 의료기기정책과장
 김성민 동국대 의료기기개발촉진센터장•의공학과 교수
 이선주 인피니트헬스케어 대표이사
 강태건 의료기기정책연구원 연구실장
 이진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법규위원회 간사•동방의료기 이사
손종관 메디칼업저버 편집국장
 

손종관: 메디칼업저버 창간 10주년을 기념해 의료기기산업에 대한 좌담회를 마련했다. 그동안 의료정책, 의료경영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의료계에서 이슈화되고 있으면서도 정작 소외되는 분야가 바로 의료기기가 아닐까 싶다. 최근 정부에서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고 연구중심병원이 떠오르면서 의료와 산업의 유기적인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의료기기 스타기업을 육성하는 방안 모색과 함께 신성장동력인 의료기기산업의 기회와 전망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바쁜 와중에서도 병원과 학계, 산업군, 정부가 어렵사리 한 자리에 모인 만큼,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 아직 열악
 
방사익:
실제로 의료산업은 첨단기술의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의료기술의 컨버전스 시대가 왔다.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GE, 지멘스, 필립스 등 "빅3" 업체가 전체 의료기기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4위의 도시바도 3위에 비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다행히 최근 삼성이 메디슨을 인수하고,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등의 정부 차원으로 의료기기산업 육성 기조가 일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빅3 업체를 능가할 수 있는 "의료기기 스타기업"을 육성하고 국가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 알아보기 위해 이번 좌담회 마련했다.
 
우선 패널 자체적으로 의료산업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소개하면서 좌담회를 시작하겠다. 현재 본인은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교수면서 연구협력과 대외협력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와 바이오의 중간다리 역할을 맡고 있다.
 
이선주: 인피니트는 영상 소프트웨어로 시작해 PACS 시장에서 영역을 상당히 넓혔고, 수출을 많이 하고 있는 회사다. 직원수는 600명 정도에 달한다.

강태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부설 의료기기정책연구원으로, 작년 8월 생겼다. 민간 연구기관으로는 최초일 것이다. 협회 소속이기 때문에 업계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협회 차원의 정돈된 목소리 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의료기기산업 전반에 대한 정보제공을 위해 시장 분석, 리포트 발행 등을 하고 있다.
 
이진휴: 의료기기 수입업을 하고 있으며, 의료기기산업협회 법규위원회 소속이면서 협회를 대표해서 홍보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식약청 등의 정부부처와 규제에 대한 향후 대책마련을 위한 대화채널을 열어두고 활동하고 있다.
 
김성민: 지난해 5월 의료기기개발 촉진센터로 원주 연세의대와 함께 선정됐다. 센터에서는 의사들이 임상 현장의 사용자 입장에서 갖고 있는 아이디어를 원활하게 사업화로 연결할 수 있도록 초기 진행을 도와주고 있다. 지난 8월부터 본격화되면서 약 8개월 정도 진행됐는데, 임상에서의 아이디어 100여건이 접수됐고 23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2차년도는 지난 4월부터 시작했는데, 이미 임상 아이디어 30여건이 들어와 있다. 이대로라면 2차년도에는 140~150여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될 것이다. 작년 1차년도에도 15건 정도 아이디어를 실행했는데, 부족한 의료기기의 R&D 문제점을 일부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김성호: 식약청 의료기기정책과에서 의료기기 제도개선 법령,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작년부터 여러 가지 규제개혁을 해오고 있으나 아직도 현장에서 느끼기에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올해는 소비자들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업계가 더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박기영: 작년 2월부터 1년 4개월 정도 미래기획위원회 신성장동력국장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전에는 지경부에서 바이오나노과장을 1년 정도 맡은 경험이 있다. 따라서 바이오헬스라는 전반적인 산업 생태계로 접근하고 있다. 우리나라 관련 기업들의 비지니즈 창출과 해외 진출을 위한 관점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와 의료기기, 병원을 종합한 바이오헬스글로벌산업화활성화 전략을 수립해 지난 6월 대통령께 보고하기도 했다.
 
방사익: 오늘 논의를 위해 3개 대주제를 미리 선정해봤다. 첫 번째로는 의료기기산업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두 번째는 의료기기산업의 발전 저해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마지막으로는 스타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에 대해 살펴보겠다. 우선 산업 전반에 대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면 되는가.

세계 의료기기 연평균 5.5% 성장 예상
 
강태건: 그동안 연구조사한 데이터를 토대로 설명드리겠다. 세계 의료기기시장은 연평균 성장률이 5.5%로 예측하고 있으며, 2011년 현재 350조(320억 달러) 정도의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다.
 
여전히 세계 시장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전세계 시장의 45%를 지배하고 있으며, 유럽 25%, 아시아 17% 등이다. 아시아 17%는 작은 것이 아니며, 상당히 큰 비율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시장 지배가 자칫 수치상으로는 줄어들고 있다고 오해하기 쉽다. 물론 4~5년전만 해도 50% 이상이었지만, 성장 둔화보다는 미국의 대형 브랜드들이 아시아권으로 제조공장을 옮기거나 기술 이전으로 현지 제조를 강화했다고 볼 수 있다. 수치적으로는 적지만 실질적으로는 더 강화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프리미엄급 제품을 남기고 미들급만 현지로 옮기게 된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위치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지가 고민이 된다. 프리미엄도 어렵고 미들급 이하로 맞추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틈새시장을 파고들면 좋겠지만 정확히 성공할만한 제품을 알기가 어렵다.
 
우리나라는 전세계 13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은 벌써 7위에 랭크될 정도로 상당히 높은 위치가 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의 성장률은 전세계 1위이며, 2자리로 성장하고 있는 드문 나라이다. 과거 중국을 무시하거나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무서운 경쟁자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또한 벨기에도 성장률이 굉장히 높다. 연평균성장률 18%를 기록하면서 차세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생산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4~2009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13.3%이며, 생산량 2조 7000억원을 기록했다. 수출도 1조 5000억 정도로 상당히 많이 하고 있으며, 수입이 2조 3000억원 수준이다. 수입 의존도는 65.8%, 시장 규모는 3조 6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서 시사점은 수출의 증가율이 수입의 증가율보다 높다는 것이다. 최대한 열심히 제품을 만들려 하고 있고 만든 것은 수출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선진국 즉 미국, 일본, 중국 등에 제품을 많이 수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전세계 의료기기시장 증가율을 앞선다는데 의미가 있으며, 부가가치가 있는 제품을 만들고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급격하진 않더라도 몇 개의 아이템을 통해 서서히 성장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부가가치 높은 소모품도 중요 시장
 
이선주: 소프트렌즈도 의료기기로 봐야 하는지, 이런 의료기기 관련 논의에 소모품도 포함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진출한다고 할 때 소모품을 의료기기에 포함시킬 수 있지만, 의료기기 품목에 따른 구분을 해둬야 할 필요가 있다.
 
박기영: 소모품의 경우 전세계 30~35%을 차지하고 있지만, 성장률은 3% 내외 밖에 되지 않는다. 성장이 급격하게 늘어나진 않는다.
 
강태건: 사실 소모품도 중요한 시장이다. 예컨대 스텐트는 치료재료로 들어가지만 굉장히 부가가치가 높은 소모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부분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김성민: 세브란스병원에서 의료용 로봇에 대한 심포지엄이 있어 참여했다. 다빈치를 풀 시스템으로 들여오면 40억원 정도나 소요된다. 그런데 로봇 자체보다 수술시에 필요한 영상 등이 주요 기술이 되어 있고, 대부분의 특허가 여기에 걸려있다. 2~3년만 지나면 10번 쓰면 1번 교체해야 하는 로봇 아미 등에서 수익의 50%가 나올 것이다. 병원 입장에서 보면 장비보다는 소모품이 더 큰 시장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소모품에 대한 개발에 관심을 늦출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방사익: 아주 큰 고가 장비 하나도 부가가치가 크지만, 지속적인 소모품 하나를 개발하면 더 큰 안정적인 수익 창출원이 될 수 있다. 병원 입장에서도 소모품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고가 장비를 개발한 다음이어야 소모품도 따라갈 수 있다. 소모품의 대표적인 것이 창상피폭제인데, 성공케이스인 메디폼의 경우를 봐도 경쟁 대형업체가 많았다. 예전에는 국내 회사에서 개발 한 것을 대형병원에서 쓰는 사례가 많지 않았지만, 이젠 의사들의 마음이 많이 바뀌고 있다. 그만큼 기술수준도 많이 올라왔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해 보겠다. 정부입장에서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가.



제품 개발 초기부터 정부지원 필수
 
김성호: 지경부, 복지부 등 정부 차원으로 여러 가지 금융적인 지원을 촉진하고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성과도 많이 나고 있다. 식약청은 최종적으로 의료기기제품 허가를 담당하는 역할이 크다. 개발되더라도 실용화되지 않으면 사용될 수 없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허가시스템을 통해 규제를 확대하고 안전을 보장해왔는데, 최근 트렌드는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시행착오를 줄이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의료기기개발은 처음 출발을 잘못하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 낭비가 크다. 결국 연구개발 초기단계에서 허가 자료를 만들고 방향을 잡아 주면서 제도적으로 허가 도우미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전검토제도가 통과해 하위법령을 만들고 있다. 사전검토제도가 활성화되면 식약청에서 업체에 일대일로 붙어 가이드가 되고, 제도적인 뒷받침할 수 있게 된다. 제품 개발도 신속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 식약청 인력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 단점이다. 다행히 지난해 의료기기정보기술지원센터 설립 근거가 만들어져 예산작업이 진행 중인데, 이런 노력이 제도적으로 이루어지면 해외 정보 전달부터 외국의 규제에 대한 정보, 교육 등을 담당할 것이다. 아마 신제품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며, 식약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방사익: 식약청이 과거와는 달리 규제가 아니라 개발에도 참여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청와대에서는 보다 큰 그림에서 범부처 융합사업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범부처적인 지원방향에 대해 소개해달라. 의료기기산업이 신성장동력 만큼의 위상이 되고 있다고 보여지는가.
 
박기영: 현재 IT, BT, NT 기술이 접목된 융합기기화가 트렌드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IT강점과 BT, NT에서도 기초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이들 분야와 함께 융합연구를 통해 새로운 첨단 융복합기기들을 개발해내고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면, 자동차, 전자제품 등처럼 세계시장 점유율 10~30% 정도를 장악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망분야가 될 것이다.
 
다만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다하더라도 의료기기 하나만 놓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곤란하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2.5조원 밖에 되지 않으며, 세계에서 1% 내외 수준이다. 또한 의료기기는 일반적인 다른 제조업 상품과는 달리 제조-유통-소비자만 연결짓는 상품이 아니고, 중간에 병원이라는 특수한 수요층이 있다.
 
여기에 의료 제도, 인허가 시스템 등 국가 규제 속에 있기 때문에 의료산업이라는 생태계 속에서 의료기기산업도 바라봐야 한다. 관련된 각종 정부 기관들이 각자 할 수 있는 역할을 종합적으로 지원해주면서 병원, 제약업체, 의료기기업체 등을 폭넓게 아우를 수 있는 유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정부 차원에서도 종합적이고 융합적인 대책과 지원방식이 필요하다.

의사들의 제품 개발 참여도 늘 것
 

방사익: 그렇다면 산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의 발전 속도와 앞으로의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현장에서 몸소 체감한 바를 토대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이선주: 소모품 분야가 나름대로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치료기기나 진단기기는 대단한 열세이고,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두 가지 사실이 긍정적인 전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하나는 생태계가 빠른 분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 등으로 인해 가능해진 것이라 본다.
 
두 번째는 융합 분야의 가능성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전통적인 방법은 틈새시장까지 진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만, 융합은 진입 장벽도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새로운 영역이 될 수 있다. 발전 속도가 빠르고 전망도 좋으며 정부에서도 이 분야에 대해 정확하게 보고 있다 생각한다.
 
방사익: 바이오의료시스템에서 병원은 굉장히 재미있는 포지션이다. 의사들은 소비자이면서 공급자다. 그동안 병원은 주로 소비자 역할을 하면서 사용자 역할만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의사들이 점점 개발 단계부터 카운셀러 역할을 하면서 피드백을 담당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투자에 대한 위기를 막고, 불필요한 시간과 자본 낭비를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의료보험 제도는 전세계적으로도 좋은 제도이다. 역설적으로 병원에서 만큼은 쉽지 않은 제도다. 투자만큼 산출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할수록 복지 예산에 보다 치중할 것이고, 병원이 의료 서비스로만 수익을 창출하기는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다.
 
다른 수익성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서 우선 병원이 살아남으려면 연구를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본다. 그중 가장 ROI가 빠른 것이 의료기기라 할 수 있다. 재생의학, 줄기세포 등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지만, 의료기기는 의사들이 직접 사용해보면서 쉽게 의견을 줄 수 있고 개발에 대한 니즈도 가장 많이 갖고 있다. 병원에서도 정책적으로 많이 기대하고 있으며, 의사들의 관심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희망적이다.

의료기기 산업 발전 전망 "맑음"
 
김성민: 의료기기는 양적 성장을 이뤘다. 질적으로는 아직 미흡하긴 하지만 여러 업체의 상당수가 잘 운영하고 있다. 전반적인 산업 성장 방향은 긍정적이라는 이야기다.

그간 산업의 생태계가 중소기업들의 도토리 키재기였을 수도 있지만, 센터에 의뢰해오는 기업 중 대기업, 중견기업의 컨택이 많아졌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아이템 논의는 물론 앞으로의 산업 방향까지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임상부분도 상당히 중요하다.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임상의사들에서 나오고, 일부는 직접 개발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부분에 대한 적극성과 발전가능성을 토대로 전반적인 산업방향은 긍정적이라 확신한다.

시장에서 필요한 제품 제대로 파악 못해
국내 병원들도 국산 제품 외면

 
방사익: 두 번째 대주제로 국내 의료기기산업을 짚어보고 문제점과 발전저해 요인이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국내 시장에서의 국내 제품의 점유율이 매우 낮으며,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다.
 
특히 대형병원일수록 더 심각하다. 병원에 "Made in Korea"가 거의 없는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이진휴: 수입업을 하고 있지만, 국내 제조 육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역사적인 관점에서는 강제적인 방법을 쓰기도 하면서, 가격에 대한 이득을 준 적도 있었다. 그러나 형평성 문제도 있고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사라지게 됐다. 실제 병원에 가보면 아직까지 의사들에게 국산 제품이라고 소개했을 때 품질의 차이가 있는 경우도 있으나, 품질의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생각 때문에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다만 최근 긍정적인 면은 국내 제약사 또는 국내 대기업에서 자문을 많이 요청해온다는 것이다. 이제는 시각이 바뀌었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연구를 거쳐 만든 것과 실제 임상에서 사용하는 것에 이견이 컸다. 기초가 육성되지 못하다 보니 외국 제품을 카피하는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다. 예컨대 어떤 제품을 잘 만들었지만, 너무 커서 수술실이나 진료실에서 사용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단순히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시장에 접목돼야 하고 소비자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기본적인 논리를 그동안 간과했다.
 
우리나라 제품을 대형병원에서 꺼리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보다 품질의 문제이다. 또한 국내 제품에 대해 식약청 등의 인증기관이 얼마나 신뢰성을 갖고 인정하는지에 대해서도 중요할 것이다.
 
이선주: 산업계의 문제점은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대형 의료기관과 분리된 산업이 지금까지 형성돼 왔다는 것이다. 조금씩 참여하는 곳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아, 대형병원들도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는 R&D가 흩어져 있어 사장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를 조직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곳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마지막으로는 업체들이 후진국가서 빨리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 소모품을 제외하고 그동안 의료기기 업체들이 성장하지 못한 대표적 이유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지방에 있는 병원보다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일하고, 후진국이 아닌 선진국에서부터 제품을 시작해야 한다. 마치 후진국에 가는 것이 가장 정확한 전략인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 10년 전 100억원 매출을 올리던 기업이 현재 120억원 정도에 머무는 것이 현실이다.

제품 수준 높여야 수출 가능
 
방사익: 정부에서는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김성호: 우선 품질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선결과제다. GMP 시작이 2007년부터로 상당히 늦었다. 업계에서 GMP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기술적 측면, 자금적 측면이 선결돼야 한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외국으로의 수출에도 문제가 생긴다. 정부 차원으로도 지속적으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규제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국제기준에 따라가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강화되는 규제, 기술적 측면에 대한 준비를 갖추면서 대응해 나가야 한다.
 
의료기기업체는 현재 상당히 많다. 연간매출 10억원 미만이 80% 정도 되며, 제조업체만 1500개 이상이다. 이처럼 너무 영세하다보니 질적인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준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미 이야기 나왔던 것처럼 임상 부분이 현장에서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 따라서 연구자임상을 활성화하는 제도가 필요한데, 이런 틀을 갖추는 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이라고 본다. 윤리적이나, 안전 측면을 보장하면서 체계적으로 지원하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대형브랜드 없어 유지보수 한계
 
김성호: R&D 부분에서는 복지부, 지경부 등 정부에서의 자금 지원을 토대로 과제 선정부터 참여해 제품 현황, 동향, 기술 등을 토대로 실현 가능성을 미리 판단해 준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해 식약청은 중소기업청과 MOU를 맺었다. 과제에 대한 집중적인 개발을 할 수 있으며, 분산 투자의 문제점도 개선 가능할 것으로 본다. 국산제품이 품질의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외면을 받는 것은 인식 전환의 문제이다. 조금씩 개선되면서 마인드가 변화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조만간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구자가 실제로 사용해보면 자신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제품은 개발되면 실제 사용으로도 많이 이어진다. 임상이 활성화되면 개발될 제품들도 많다. 우리나라 의사들의 전문성이 높고 아이디어가 뛰어나기 때문에 세계 1등 의료기기도 멀지만은 않을 것이다.
 
방사익: 국내 제품도 분명히 손색없이 좋은 제품도 있다. MRI의 경우 조장희 박사 등을 토대로 세계적으로도 앞서 있다. 인식은 이제 바뀌어 나갈 것 같다.
 
국내 기술도 좋아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병원에서 느끼는 문제는 대형 브랜드가 없다는 것이다. GE, 지멘스 등의 제품을 보면 끊임없는 지원이 따르고 개발도 계속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통 의료기기 하나의 수명은 긴 편이다. 대신 유지보수도 같이 따라줘야 한다.
 
국내는 대형 브랜드가 없다보니 꾸준한 유지보수에 대해 의심이 들기 마련이다. 양성자 치료기의 경우 유지보수비를 미리 지불하고 기기를 사게 되지만, 유지보수의 확신이 부족할 때는 병원에서도 구입하기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인식은 정말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제품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정부도 느끼고 병원에서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산업계에서 체감하는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정부기관 일원화 필요
 
이진휴: 협회에서 제조육성에 대해 추진하다 중단했다. 가장 큰 이유는 중소기업청이나 지경부의 펀딩을 받아 제조업에 아이디어를 가진 업체에 지원하고 싶은데, 협회가 복지부가 아니라 식약청 산하단체라서 불가능했던 것이다. 전문가 역할을 하는 흩어져 있는 정부기관을 일원화 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 허가를 받는 것도 아니고 지원을 받겠다는 입장인데도 펀딩 자체가 어렵다.
 
두 번째는 의료기기다 보니 식약청 규제 뿐 아니라 전기 규제, 기술표준원 규제 등을 받아야 한다. 그래도 식약청은 많이 변화하려 하고 있어서 직접 규제에 대한 안내도 해주고 있지만, 다른 기관들의 규제로 인해 현실적 제약이 많다. 의료기기법 이전 법들에 묶여 있는 것이다. 기업하는 사람이 허가나 규제에만 매달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여러 정부 부처들이 큰 파이 중에 의료기기라는 한 부분으로만 생각할 때 큰 좌절을 느낀다.

싱가포르의 예를 들면, 주요 지원청이 있어서 그들이 조율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부처 간 융합이 아쉽다. 규제는 필요하지만 산업 활성화를 위해 상위기관에서 "투자청"과 같은 부서를 두고 이를 조율하는 일원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방사익: 지난 10년, 인간의 생활을 가장 많이 바꾼 기술이 "인터넷"이라면, 앞으로 10년 간 우리생활을 가장 크게 바꿀 것은 "모바일"이다. 이제까지는 10년을 바꿔 왔다면 앞으로는 3년, 또는 5년 안에 우리 삶을 크게 바꿀 것으로 예측한다. 모바일 시대는 의료기기 최종 소비자가 개인이 된다. 따라서 홈케어 의료기기가 병원에 있는 의료기기들과 맞물려, 융합기기 분야 의료기기에서 굉장한 역할을 할 것이다.

영세한 규모•신뢰성 부족 큰 문제
 
방사익: 하지만 아직까지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 크다. 병원 입장에서 의료기기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라는 특성이 있다. 앞으로는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바뀔 것이지만 현재까지는 의사가 주대상이다.
 
의사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의료기기 업계의 인프라가 약하고 소규모라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의사들이 의료기기 개발에 같이 참여하고 싶어도 업계가 영세하다보니 커뮤니케이션할 기회조차 없다. 또 소규모다 보니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단순 어드바이스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현재 지경부에서 바이오의료 커넥트센터(BMCC)를 설립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BMCC는 의료 관련 바이오 제품의 성공적인 시장진입과 산•학•연 및 의료기관간 양방향 네트워크를 위한 체계적인 중개연구를 수행하는 인프라를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바이오-의료 관련 제품 컨설팅 수행, 친 기업적인 교육행사 개최, 건설적인 인적 네트워킹의 장을 마련해 참여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커넥트 센터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벤치마킹 한 곳은 독일과 미국이었는데 독일의 경우 슈타인바이츠 연구재단 같이 많은 돈을 받고 컨설팅 해주는 기관이 있었고, 미국은 기술지원도 하지만 투자자나 정부, 다른 업체와 커넥팅 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세한 환경 탓에 R&D까지 도와줘야 한다고 판단했으며, 이 R&D 기능을 넣으면서 오히려 미국 등에서 역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조기진단•고령친화 의료기기 블루오션
치과진단기기•임플란트•스텐트 미개척 시장 선점기회 무궁무진

 
방사익: 특이하게도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은 내수시장보다 수출시장이 조금 더 활성화 돼 있다. 대표적인 수출 품목과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와 기업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강태건: 의료기기가 좀 더 많은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라인업이 돼야 한다. 병원도 로컬부터 대학병원까지 다양한 규모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병원의 이같은 규모를 담당할 라인업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특정 병원군에 해당하는 수출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사실 대형병원에 들어갈 수출군을 가지고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라인업을 늘리는 것이 첫 단계다.
 
일례로 대형병원의 경우 새 병원을 오픈할 때 전문화 돼 있는 한 곳에서 구입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규모가 작아 불가능하다. 외국의 경우 오랜 시간동안 의료기기산업 분야를 키워 풀시스템을 담당할 수 있는 규모를 가졌다. 물론 우리에게도 시간 투자는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지원이 동반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앞서나가는 분야는 영상기기 분야이다. 그 이유는 조기진단에 있다. 조기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MRI, PET 등 영상장비들이 꾸준히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조기진단과 관련한 고도의 기술장비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치과분야의 약진도 눈여겨 보고 있다. 6개 주력품목의 성장률은 전세계 시장의 9%다. 그 중 1위가 임플란트이며, 치과, 영상기기, 소모품 등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조기진단과 고령 친화적 의료기기가 발전하는 아이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체 조사에 의하면, 고령 소비자 시장이 거의 8000억원 규모로 시장의 3분의 1이 고령 친화적이라는 특성을 보였다. 이러한 트렌드는 글로벌 트렌드와도 유사했다.
 
방사익: 그렇다면 앞으로 진출 가능한 분야는 어디라고 보는가.
 
강태건: 치과분야 시장의 수출이 늘면서 급속 성장하고 있다. 치과형 진단기기와 임플란트의 경우 대형 브랜드들이 진입하지 않았다. 선진국보다 먼저 선점하면서 높은 성장의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이 외에도 일부 스텐트도 대형 브랜드가 거의 접근하지 않았다. 국내 점유율도 거의 1위다. PACS도 외자사를 제치고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디지털 엑스레이 분야도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모바일 엑스레이, 모바일 초음파 같은 분야의 성장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 향상 노력 필요
 
방사익: 의료기기 개발과 관련해 피부로 전해지는 현장의 목소리는 어떠한가.
 
김성민: 우선 문제점이 정확히 인지돼야 한다. 업체 개별적으로 보면 나름대로 괜찮을지 몰라도, 산재돼 있는 부분들이 연결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좋은 회사 발굴과 좋은 아이템이 이어지지 못하는 것 같다. 의료기기 브랜드의 인지도가 낮은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역사가 짧은데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너무 조급하지 않나 싶다. 정부의 추가 지원과 개별 기업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개발은 두 가지 방법으로 가야한다. 과거 영상진단 분야에 집중을 많이 해서 상당한 성장을 이뤘지만, 반면 치료재료 등 실질적인 비즈니스가 가능한 부분은 등한시했다.
 
일례로 약물 주입기 등이 주력 제품인 에이스메디칼이라는 회사의 경우 최근 3~5년 동안 급속 성장해 지난해 매출이 600억원 가까이 달했고, 90%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이같은 분야가 우리에게 열린 시장이라고 본다.

융합바이오, 나노, IT 등이 융합된 부분이 큰 트렌드이긴 하지만, 전통적인 R&D 부분에서 지원해 왔던 분야에서 성장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추가로 집중 육성하면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세계 스텐트 시장의 90% 이상이 Vascular 스텐트이고 위장관은 10%로 미미하다. 10년 전에는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이었으나 지금은 우리가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우리가 말하는 3세대 스텐트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 이런 아이템들은 좋은 결과가 나오기만 하면 중견기업, 대기업도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규모의 영세성은 늘 지적돼 왔는데, 기존 소규모 기업의 문제에 불과하다. 신규로 진입한 기업의 경우,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면 분명히 대기업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다. 결국 아이디어를 토대로 좋은 결과가 연계돼야 한다. 이제는 가시적 결과물을 보여줘야 할 때다. 아이디어 초기 단계에서 유심히 살펴보되, 단순히 아이디어만으로는 안될 것이다.
 
모든 임상의사들이 공유할 수 있는 멀티 기능이 들어가야 글로벌 시장에서 가능성이 있다. 의료기기개발촉진 센터는 이런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단일 아이디어를 가지고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연구 실적으로 추가적인 가공을 해서 고부가가치로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기존 R&D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료기기개발촉진센터나 BMCC 등에 더욱 대대적인 정부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방사익: 병원과 복지부가 연구중심병원 사업을 하고 있지만, 국민건강보험 상태에서 병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환자를 많이 진료할 수밖에 없다. 의사들에게 진료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철 연세의료원장이 취임사에서 "테크놀로지 컨설팅을 통해 수입원을 다각화 함으로 의사의 진료 부담을 경감하고, 이를 R&D로 돌려 순순환 제도를 만들겠다"고 한 말에 동감한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우수 인재가 의료 바이오 분야로 많이 진출해왔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우수인재가 몰렸을 때마다 국부창출이 이어졌다. 이제는 그 시기가 도래했다. GE, 지멘스, 필립스 등은 의료산업 분야로 전문화시키면서 절대 다수의 수익을 기록하고 빅3가 됐다. 우리나라가 이같은 대형기업이 되기 위한 선결과제는 무엇인가. IT를 강점으로 하는 IT 융합이 이를 앞장설 수 있을까.

대기업 시장 진출 활력소 기대
 
이진휴: 의료기기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R&D도 필요하고 다른 분야 발전도 필요하다. 다른 산업에 비해 의료기기 산업의 성장이 저조한 이유는 국내 시장이 협소하다는 데 그 원인이 있다. 시장이 협소하니까 과감히 투자를 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대기업이 의료기기 시장에 뛰어든다면 보다 활발한 산업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몇년전 외국회사에 국내 공장을 유치해 보려고 한 적이 있다. 여기저기 컨설팅 해봤지만, 한국은 인프라가 안된다는 피드백이 왔다. 의료기기는 라인하나 만드는데만 10억 원이 든다. 대기업이 들어와서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의 뛰어난 영상기술을 이용해 원격지에 IT를 접목, 이를 장기적인 산업발전 전략으로 육성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국내 수요를 창출시키기 위해서는 국내 의공학과 학생들을 위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전략적인 부분은 정부에서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대기업은 국내 제조의 인프라를 구축시켜주고 이를 육성시키면 다른 선진국의 기술이전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의미있을 것이다.
 
김성민: 지난해 임상 아이디어 건수의 30~40%가 신경외과 및 심혈관 계열이었다. 국내 또는 해외를 봤을 때 향후 10년 내 가장 성장할 분야가 심혈관이라고 생각한다. 스타기업으로 빨리 앞서 나갈 수 있는 분야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원을 통해 육성시킨다면 허가도 어렵지 않고 가능성도 많다.
 
최근 미국 치과협회 박사를 초청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임플란트의 경우 대형업체들은 차세대 임플란트 출시 단계이며, 기술적 트렌드를 보면 바이오가 융합된 임플란트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기술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기술 융합부분에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된다고 본다.
 
또한 MRI, CT 등 고가 장비들이 질은 떨어지면서도 비용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재정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재정건전화를 위한 장비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고가 장비, 치료재료 등을 국산화하면 수출 이외에 재정 절감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방사익: 미래IT 병원을 생각하다 보면 국내 병원 안에서 데이터 분야는 세계에서도 앞서있는 수준이다. EDI, PACS, OCS 등은 세계적이다. 그런 부분에서의 스타기업 가능성은 어떠한가.
 
이선주: 세계 30개 나라를 순방하고 있는데 공통된 현상이 건보 재정의 악화이다. 모든 나라가 건보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그 반작용으로 나오는 것이 병원의 M&A, 생산성 제고 내지는 비용절감을 위한 병원의 노력, 장비 등 구매 분야에 대한 제품의 가격 탄력성의 증대, 정보공개 요구 등의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도 이에 맞는 준비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가 러브콜을 받고 있는 제품은 없다고 본다. 다만 가능성으로 본다면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의 진입장벽이 낮다. IT와 융합한 기술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이를 수출하는 것은 병원의 숙제로 보여진다. 디지털 병원 등 시도는 많으나, 특별한 성과는 없는 지금 정부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과 같은 R&D 지원 이상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는 병원 수천개를 짓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와 GE가 경쟁한다고 보면 가능성이 얼마나 있겠는가. 결국 정부 지원을 강화해서 가능한 분야로 시장을 뚫고 나가야 한다. 현재 의료기기 아이템으로는 후진국에 저렴하게 팔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형병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산업계와 병원의 연합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산•학•연•병원 커뮤니케이션 중요
 
방사익: 앞으로는 산-학-연-병(병원)의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스타기업 육성을 위해 정부 차원으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박기영: 스타기업 육성은 결국 의료기기 산업 발전 전략과 통한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수준은 걸음마 단계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은 이들을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성공모델이 나와줘야 한다. 의료기기 산업 육성은 크게 3가지, 연구생태계 /산업 생태계/글로벌 시장 진출로 생각할 수 있다.
 
의료기기 분야는 연구 인프라를 포함한 R&D 지원이 최근 몇 년 사이 본격화됐다. 그러다 보니 지경부 산하 BMCC, 복지부도 지난해부터 관련 산업을 시작했으며, 첨복도 2014년부터 가동 예정이다. 이외에 중기청에서도 식약청과 함께 R&D 지원을 해주는 등 여러 부처가 직접적인 R&D 프로그램 인프라를 구축해 지원하고 있다.

어찌 보면 중복되고 유사과제가 많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은 초기 현상으로 국가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는 긍정적 신호이다. 단지 초기다 보니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추후에는 재정비될 것으로 본다. 또 품목허가 절차 등에 대해서는 식약청이 인적 인프라 등 전문성을 확보해 인허가 절차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향후 정부는 R&D에 집중 투자하되, 선택과 집중이 강화될 것이다.
 
두 번째로 산업생태계의 핵심은 스타기업 육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이 진출해야 한다. 기존 의료기기업체 중 메이저 기업들, 즉 업계 5위의 회사들이 다른 유망 기업들을 M&A 할 필요가 있다. 사실 기존에 보유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로는 규모를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
 
글로벌 1, 2위 기업은 연간 매출액이 20~30조 수준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위 기업인 메디슨이 2500~3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기업은 2~3위가 1000억원 안팎이다.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매출이 최소 1조 이상은 돼야 한다.
 
분명 기존 아이템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M&A를 통해 규모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기업인들이 의료기기는 중소기업 위주의 업종이라는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지만, 중소기업이 할 역할이 있고 대기업이 해야할 역할이 있다. 산업계의 전략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며, 여기에 정부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또 하나의 산업 생태계는 병원이다. 이제까지는 정부가 R&D 지원을 하게 되면 의료기기 업체에만 했고, 병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병원 지원은 최근 2~3년 사이의 일이다. 병원이 개입되고 의사들이 관심을 갖다 보니,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 지고 있다. 서로 간 융합개발 전략 등에 공동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의료기기 질적 향상이 보다 빨리, 쉽게 이뤄지는 것 같다. 국내 수요기반 측면에서도 믿음과 신뢰가 더해질 것으로 본다.
 
관련 단체 즉, 의료기기산업협회가 식약청 산하이다 보니 다른 정부지원에 참여할 수 없다는 한계도 분명 있어 보인다. 이 부분은 복지부, 식약청, 정부에서 대승적으로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바이오 관련 협회도 지난 몇 년간 통합과정을 거쳤다. 이처럼 의료기기 관련 단체도 통합하는 안을 생각해 봐야 하며, 여기에 부처간 합의도 중요할 것이다.
 
인허가 관계에 있어서는 최근 산하기관 촉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핵심 내용은 기술의 융합제품이 나올 때, 여러가지 규제들을 초월해 쉽게 인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또는 기존 법령으로 공백이 있어 인허가 절차를 진행시키지 못하게 하는 상황을 대비한 예비 인증제 도입이다.
 
지난해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의료기기산업 발전 전략에서도 의료기기 관련 법 시행령에서 식약청 차원에서 인허가 관련 절차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명시한 것으로 안다. 규제 관련 부분도 쉽게 극복될 수 있을 것 같다.
 
끝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측면에서 우리는 고부가가치인 의료소재와 의료기기에 집중해야 한다. 최근 보건의료미래기획위원회에서 기획한 핵심적 내용 중 하나가 병원과 의료서비스시스템을 해외로 수출하자는 것이다. 단순히 병원 수출에 초점이 맞춰졌다기 보다는 병원에 융합돼 있는 모든 것들, 즉 유헬스 서비스시스템, 의료기기까지도 다같이 아울렀다.

의료기기만 해외 진출을 하기 위한 방안은 답이 아니다. 병원이라는 의료기기, 의학, 의료서비스가 복합된 하나의 핵심 생태계를 수출함으로서 우리나라 의료기기도 글로벌화 될 수 있는 하나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 세계최고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중국, 인도, 동남아, 궁극적으로는 국내시장까지, 이런 병원의 패키지 수출을 통해 의료기기가 해외에 진출 할 수 있는 터널을 갖출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주요 대형병원과 정부 등의 유기적인 역할이 중요해졌다. 정부가 민간기업, 병원과 공동으로 팀을 구성해서 체계적인 지원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고, 특정 국가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면 민관이 적극 협동해 해외 진출 활성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방사익: 한국형 미래병원 수출 사업은 실제 대통령에게 보고된 사업이지만, 좀 더 규모를 키우면 우리나라의 국가 먹거리 신성장동력 사업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계, 학계, 병원 뿐 아니라 정부의 역할이 크다. 의료계 자체의 인프라가 크지 않기 때문에 빅3를 이기려면 정부 역할이 큰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지가 있어 희망적이다.
 
병원은 바이오의료 생태계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의료기기 수출도 의료기기만으로는 쉽지 않다. 빅3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이유는 세계 최고 브랜드를 가진 병원들이 미국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국내에서는 수준을 자부하고 있으나, 세계에서는 그렇게 평가하지 않는다. 미국은 어마어마한 투자와 산출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똑같은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산출이 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많은 돈을 투자했다가는 바로 망하기 십상이다.
 
결국 차별화된 경쟁력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미래형병원이다. 한국은 IT를 융합시켜 병원에 적용해 세계 어디에도 없는 미래형 IT 융합병원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병원의 전 분야에 걸쳐 의료기기와의 결합을 이뤄 세계 최고의 미래 융합병원을 만든다면, 또 이것이 수출된다면 병원의 기획, 설계는 물론 직원 교육까지 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세계에서 자연히 바이오 의료계 위치를 선점하게 되고, 의료기기 분야도 자연히 따라오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런 분야에서 의료기기 스타기업도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정리-임 솔•신정숙 기자
사진•고민수 기자 msko@mmkgrou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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