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PTSD 교육 필요
국방부, 보훈처 등 ,통합적 시스템 필요


사회적으로 PTSD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면서 국가에서도 PTSD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해 겨울 구제역이 한창일 때 서울대병원은 구제역에 걸린 가축을 살처분하는 데에 따른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농민과 방역요원을 위해 홈페이지에 정신 건강 상담코너(Q&A)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선별 검사(자가진단) 코너를 운영했다. 정신적 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질의ㆍ응답 게시판이 마련됐으며 정신 건강 평가 기준, 관계 기관 리스트 등 관련 정보도 제공되기도 했다.

PTSD를 치료할 수 있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최근 류인균 서울대 의대 교수, 김지은 이화여대 뇌인지과학과 교수팀이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생존자 30명을 대상으로 임상검사, 신경심리 및 고해상도 뇌영상 평가 등 다차원 평가를 하며 사고 1년 후부터 5년간 추적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뇌의 전두엽 가운데 좌우 전전두엽 부분 중 배외측 전전두엽(PLPFC)이 심리적 외상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외상에 노출된 환자들은 배외측 전전두엽의 두께가 정상인에 비해 5~6% 정도 두꺼웠으나, 외상으로부터 회복됨에 따라 이 두께가 정상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자료들이 한 곳에서 모을 수 있는 센터 필요
강남성모병원 정신과 채정호 교수는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건 때는 주민 2명이나 자살을 했는데,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 때는 주민들이 다른 반응을 보였다”며 “이처럼 PTSD도 대상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중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대한불안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말한 바 있다.

모든 의사가 PTSD를 진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재교육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양대구리병원 김대호 교수는 PTSD는 치료 패러다임이 다르기 때문에 새롭게 교육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워크숍 형태의 수련교육과 외국 연자를 초청해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고, 2~3년의 임상 경험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김 교수는 PTSD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 인력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PTSD와 관련 국방부 및 보훈의료체계가 해결해야 할 큰 숙제는 국방부와 보훈처가 각기 따로 움직이는 활동을 한 곳에서 모을 수 있는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채 교수는 “지난 2008년에도 불안의학회에서 국방부 용역으로 연구를 했고, 보훈처에서도 연구를 했다”며 “하지만 이러한 연구 결과들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국방부와 보훈처의 자료들이 한 곳에서 모을 수 있는 통합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PTSD 관련 의료 인력 교육, 양성 중요
PTSD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는 국가로 미국과 일본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은 군인을 파병하는 국가라 이에 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짜여있고, 일본은 재난이 많아 구체적인 부분까지 PTSD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PTSD 관련 미국 국방부의 장점은 일원화된 체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박 박사는 “미군은 사전 예방, 현장관리, 전문치료, 사후관리 등 시스템으로 이뤄진 게 미군의 장점이다”며 “육군은 CSCT, 해군은 NSPRINT, 공군은 CIST 등 각 군에 맞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군의 육군은 정신과 전문의, 전문임상진료사, 사회보지사 등 10명으로 구성된 정신건강관리팀이 운영되고 있다. 해군도 정신과전문의, 목사, 임상심리치료사 등 11명으로 짜여진 정신건강관리팀이 군인들의 PTSD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다.

국인 이외에 소방관에 대한 PTSD 관리도 눈여겨 볼만하다. 미국에서도 사망 사고를 목격한 소방관은 3일 이내 정신과 상담을 받도록 하고 있다. 피닉스 소방서의 경우 의료진 21명이 소방관 건강·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보건센터를 운영한다. 일본은 소방서마다 정신과 의사와 심리치료사를 두고 있다. 끔찍한 현장에 다녀온 소방관은 의무적으로 상담 받아야 한다.

PTSD는 관련 의료 인력을 교육하고 양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 이후 PTSD 문제에 대한 각성으로 VA 산하 국립 PTSD센터에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최근엔 이라크 전쟁에 특화된 매뉴얼 또한 작동시키고 있다.

호주는 ‘오스트레이릴아 외상후 정신건강센터(ACPMH)’에서 외상 스트레스 증후군 코스, 외상 조정 치료 워크숍 코스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호주의 PTSD 교육 과정의 특징은 멜버른대학을 지정, 연계해 활발한 연구가 진행된다는 점과 재향 군인의 정신 건강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PTSD 수준은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방부와 국가보훈처가 예산 투입을 좀 더 과감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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