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삼성병원으로 이직할 때다. 고대의대 교수에서 성대 교수로 이직하는 것인데 이상하게 주위사람들이 하나같이 잘된 일로 여겼다. 우리 모교의 교수 자리 내놓는 일이 이렇게 받아들일 정도로 병원 발전을 등한시했던가."

5일 "고대의료원 미래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노조를 비롯해 내부 직원들과 환자, 그리고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고대의료원이 나아갈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2009년 한양대병원의 위기 때 이후 두번째 열린 노조 주최 발전방향 공론화의 장이다.

이 자리에서 고대안암병원 박종훈 정형외과 교수(적정관리위원장)는 "고대의료원 어디로 갈것인가" 기조발제를 통해 "고대의료원은 외적인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 이후 의료원 발전이 전반적인 고대발전에 못미쳤다"며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을 보면 병원 발전이 의대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고 쓴소리를 냈다.

특히 의대예산이 대학 전체의 절반 이상이며, 대학 전체 교직원 가운데 가장 많은 수, 입시 순위를 결정짓는 최상위 학과 등 대학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관건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병상수와 스탭수는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분산 배치로 인해 중복투자가 빈번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적절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어정쩡한 위치"라며 "전체 발전방안보다 자신이 속한 병원 발전만 주장하고, 의료원 집행부로서는 어느 한 병원에 집중적 투자로 규모경쟁 타개하고 싶어도 갈등 조절이 어렵다"라고 강변했다.

더욱이 평교수의 지위가 높은 상태에서 의료원장이 임기 내 혁신적인 발전방안을 내놓는다는 것이 어렵고, 설령 생각이 있다고 해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는 더욱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박 교수는 고대의료원 미래발전전략 수립을 위해 몇가지를 제언했다. 우선 규모의 경쟁이 아닌 연구중심의 중증질환 중심 대학병원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병상수를 늘리는 정책보다는 심혈관센터, 암센터, 대장암, 유방암, 감염성 질환, 희귀난치성 질환군들을 분야를 중심으로 재편하고, 중증도를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700~800병상 정도로 재편해야 하는데, 이미 비대해진 초대형병원은 규모를 줄이기가 어렵다"고 가능성을 타진했다.

또한 JCI인증으로 안전한 병원, 병원 내 감염사고와 의료사고가 적은 병원을 지향하자고 제안했다. 아산, 삼성, 서울대병원도 도전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기회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서열간 극복하고 1등 병원으로 올라서기 위해 기존 병원들이 내세우지 않았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안전한 병원을 지향해야 한다"며 "원내감염율과 의료사고율이 공개되면 가장 안전하다는 보고를 낼 수 있다면 1등병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추가적으로는 미국 교민들이 진료 목적으로 찾는 제1병원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미국내 이민자의 57%는 중병에 걸릴 경우 자국으로 돌아가고 있고, 아산, 삼성, 서울대병원이 JCI인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우회를 토대로 교민이 선호하는 병원으로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센터 단위의 강남권 진출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을 가능성도 내비쳤다. 강남에 기증받은 부동산이 있고 유방암센터 등을 구축하며, 건강검진을 곁들인다면 충분히 승산있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재단과 대학본부는 의료원 발전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의료원 교수들은 변화에 저항했고 리더에 협조하지 않았다"며 "병원 내에서 노사가 늘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발전을 도모하는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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