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RI를 두고 벌이는 두 학회의 논쟁

신경과, SSRI 보험급여 규제 풀어야
대표적인 항우울제인 SSRI 처방을 사이에 두고 대한신경과학회와 대한정신과학회가 미묘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대외적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신경과학회다. 지난 6월 26일 신경계질환 우울증 연구회 창립총회를 준비하면서 본격적 연구 행보에 들어갔다. 뇌졸중, 치매, 간질, 파킨슨 등 신경계질환 때문에 생기는 우울증을 ‘신경계질환 우울증’이라 한다. 연구회 초대 회장을 맡은 사람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교수다.

연구회 창립 이유로 그가 꼽은 몇 가지 이유 중 눈에 띄는 것이 대표적인 항우울제인 SSRI 약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규정이었다. 현재 60일로 한정된 급여 규정은 잘못됐으니 이를 개선하라는 것.

그는 “신경계질환 환자들은 대체로 나이가 많고 심혈관질환이나 당뇨, 고혈압 등 동반질환을 갖고 있다. 따라서 심장독성이나 자율신경계 부작용이 있는 삼환계 항우울제를 사용하기 어렵다”며 “현재 60일 이상 처방할 수 없게 한 정부의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있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또 “뇌질환 환자는 거동이 불편해 SSRI 항우울제를 처방받기 위해 병원을 또 다시 방문하게 하는 것은 환자의 불편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신과, 우울증 약으로만 치료 불가능
그런데 신경과의 이러한 행보를 바라보는 정신과학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학회의 한 관계자는 “뇌졸중이나 치매가 온 후 발생하는 우울증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다. 심리적 반응으로 생긴 건지 트라우마로 생긴 건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단순한 진단검사는 보조적인 도구일뿐 우울증이라고 진단할 수는 없다”고 진단의 부정확성을 설명한다.

학회 보험이사를 맡고 있는 강원대 박종익 교수는 "우울증 환자를 정신과로 보내지 않겠다는 의미가 혹시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 된다" 고 말했다. 또 “ 그렇잖아도 사회적 차별과 낙인에 시달리는 정신질환자 중에서 경미한 우울증 환자를 분리시키겠다는 것은 중증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더 조장시킬 위험이 높다”며 “간질에 대한 병명개정을 통해 사회적 차별을 타파시키려는 노력을 해온 신경과학회가 이 점을 잘 고려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인다.

박 교수는 기질적 우울증과 기능성 우울증을 구분하는 것은 현대의학에서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설명한다. 우울증이 뇌의 질환이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bio-psycho-social한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 신경계 질환에 동반된 우울증이라도 약만으로 치료한다는 것은 너무 이 질환을 쉽게 볼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특히 노인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최근의 급증하는 노인 자살률을 감안하면 심리적인 측면에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SSRI 항우울제 처방과 관련, 박 교수는 "원칙적으로 보험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복지부이지 정신과는 아니다. 정부가 의료계에 떠넘겨 편가르기를 하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된다“며 ”현재 항우울제 처방건수의 25% 정도만이 정신과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저렴한 항우울제는 타과에서도 광범위하게 처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설명한다.

중앙자살예방센터 정책기획위원장한 박 교수는 한국이 자살률이 세계 최고이고 상당수는 우울증이 그 원인이라는 점에서 우울증 치료는 국민의 정신건강증진을 향상시키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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