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용 기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골다공증 치료면에서 보면 투여하기 편하면서도 순응도를 높인 새로운 약제들이 많아졌다. 또한 칼슘과 비타민D 보충을 충분히 해주되, 칼슘 보충제는 지나치지 않게 먹는 것이 오히려 중요하다고 강조되고 있다."
 
20여 년 동안 골다공증 연구에 매진해온 '대한민국 대표 골다공증 전문의' 중 한명인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민용기 교수(사진)는 아직 골다공증 치료는 진화하고 있고, 규명돼야 하는 것이 많다고 밝혔다.

우선 골다공증의 구체적인 발병원인이 모두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분자생물학적인 기전들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RANK Ligand, Sclerostin에 관한 연구 등이 진행 중으로 골다공증이 어떻게 생기며 치료측면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가 응용되고 있다.

골다공증의 발병기전이나 치료에 대한 반응을 평가하기 위해 어떤 골표지자를 쓰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의견들이 분분하다. 현재 C-telopeptide가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골형성 표지자로는 P1NP등을 사용하자는 권고사항이 최근 발표가 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골다공증 인식도 아직 낮아
 
골다공증 환자들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다만 골다공증의 인식도가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학회 차원으로 대국민 인식 향상을 위한 활동을 펼치면서 예전에 비해 훨씬 나아지긴 했지만, 골다공증을 예방, 치료하기 위해 먼저 병원을 찾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민 교수는 "골다공증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며, 연령에 따른 자연스러운 증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며 "조기에 먼저 진단해서 치료의 필요성을 직접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오히려 종합검진 후 우연히 발견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골감소증이 진행돼 골다공증이 발생하면, 환자들은 요통이나 키가 줄어들거나 허리모양이 구부정해지고 있는 것 등을 몸소 느끼게 된다. 골절이 생길 정도라면 골다공증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일찌감치 골다공증을 발견해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평상시라면 골밀도 검사를 해볼 수 있다. 남성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남성 골다공증은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병률 이 떨어져 있지만, 골다공증 대퇴골 골절이 발생하면 더욱 심한 후유증을 앓게 된다.

순응도 높이는 치료제 개발이 트렌드
 
골다공증 치료에는 주로 비스포스포네이트(Bisphosphonate)를 일차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칼슘이나 비타민D의 적절한 보충도 골다공증 치료에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도 낙상이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행동 등 골절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상황은 특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민 교수는 "골다공증은 초기에 통증이 없기 때문에 약물 순응도가 낮다"며 "따라서 환자가 먹기 편하고 순응도를 높이는 치료제 개발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비스포스포네이트에서도 환자의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일주일에 한번 복용하는 알렌드로네이트, 리세드로네이트, 한달에 한번 복용하는 이반드로네이트, 3개월에 한번 주사하는 이반드로네이트와 파미드로네이트, 일년에 한번 정맥 주사를 하는 졸레드로네이트가 사용되고 있다. 최근 비타민 D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일주일에 한번 복용하는 알렌드로네이트와 비타민 D의 복합제도 사용되고 있다.
 
약물 치료를 보통 2년에서 3년까지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골다공증이 심한 경우 골밀도가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3년 정도의 치료를 받은 이후 약을 계속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민 교수는 "약물은 무조건 환자가 편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부작용이 없어야 하며, 뼈에만 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오랫동안 사용돼 왔던 여성호르몬을 포함한 치료약물이 유방암이나 심혈관 질환 발병 우려가 있어서 의사나 환자가 사용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따라서 현재는 여성호르몬 약물과 그렇지 않은 약물에 대한 비교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골다공증 치료제도 임상 중이다. 현재 뼛속에 있는 콜라겐을 분해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즉 제1형 콜라겐 파괴를 억제하는 약물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에 있다. 심한 골절을 동반한 골다공증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글루코사민이나 홍화씨 등이 뼈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없는데도 일반인들이 예방약으로 기대하고 이러한 기능성 건강식품들을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민 교수는 골다공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예방하거나 뼈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생약제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칼슘과 비타민D 섭취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비타민 D나 칼슘을 많이 섭취하면 분명 골다공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민 교수는 "그러나 지나친 칼슘의 섭취는 심근경색 등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 등이 발표되고 있다"며 "실제로 2010년 발표된 한국영양학회의 영양섭취기준에서 50세 이상 한국 여성의 칼슘 권장섭취량은 과거에 하루 800 mg에서 700 mg으로 감소됐다"고 강조했다.
 
비타민 D는 식품으로는 거의 섭취할 수 없다. 햇빛을 쬐면 생성된다지만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면 소용이 없다. 골다공증 환자들과 노인, 흡수장애 환자, 만성신부전증, 햇빛 노출이 없는 환자 등은 비타민 D 결핍 위험도가 높다. 결핍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서 혈청 비타민 D 농도가 30 ng/mL 이상으로 유지되면 PTH 분비가 억제되며, 소장에서 칼슘이 최대로 흡수되고 낙상의 위험도가 감소하게 된다.

지난해 발표된 한국영양학회의 비타민 D의 충분 섭취량은 19-49세의 경우 하루 200 IU(5 μg), 50세 이상에서는 400IU이지만 국제적인 권장사항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으로 낮다.

골다공증센터 설립이 목표
 
그가 골다공증 치료에 있어 못다 이룬 포부가 하나 있다면 다양한 환자의 눈높이에 맞는 '골다공증센터'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민 교수는 "골다공증 치료는 여러 진료과 전문의들이 함께 하고 있다"며 "정형외과에서는 골절이 있는 환자를 진료하며, 산부인과에서는 주로 갱년기 증상이 동반된 골다공증 환자, 또 내분비내과는 대사성 질환에 포커싱을 맞춘다"고 덧붙였다. 민 교수는 골다공증 환자가 어떤 진료과에서 어떤 치료를 받을 때 가장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파악해서 맞춤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싶단다.

골밀도가 측정결과 골다공증으로 진단받고 개인병원에서 골다공증 치료를 받다가 증상이 악화되어 진료의뢰된 골연화증 환자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민 교수는 "뼈의 통증으로 걷지 못하고 오리걸음으로 간신히 치료를 받으러 왔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꾸준한 치료로 이제는 잘 뛰어다닌다"며 "이런 환자들을 치료하며 굉장한 보람을 느낀다"고 회고했다.
 
지금은 환자들의 외모 변화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신경쓸 줄 아는 여유도 생겼다. 주로 여성 환자가 많기 때문에 키가 줄고 허리가 굽는 등 외모의 변화에 대해 대단히 민감하다. 따라서 매번 키를 필수로 재고 있으며, 환자가 느끼는 치마나 바지 길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다.
 
민 교수의 연구실 한 켠에는 언제나 잔잔한 클래식이 흐른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때문에 몇 장의 클래식 CD를 늘 소지하고 있다. 골다공증 치료에 관심이 있는 후배들에게는 열심히 진료와 연구를 하라는 말 외에 해줄 말이 더 있겠느냐며 골다공증의 대가라는 호칭에 겸연쩍은 미소를 지어보인다.
 
다만 앞으로 환자를 위해 더 열심히 치료에 매진하겠노라는 말 한마디가 골다공증 치료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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