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디자인만 디자인이 아니다. 서비스에도 디자인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헌혈 보조기구에 시각디자인을 적용하면 헌혈에 대한 공감대, 행위 변화 자체를 유도하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최근 열린 서비스사이언스전국포럼에서는 이같은 취지의 "의료서비스디자인"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었다. 생소하면서도 필요한 개념에 많은 이들이 참석해 관심을 표했다. 서비스디자인의 개념과 현재 진행되는 사례에 대해 짚어본다.

청소년 건강관리 플랫폼 개발
 
서울시에서는 서비스디자인의 연구과제로 "청소년 건강관리 서비스 디자인"을 채택했으며 9월경에는 결과물이 나온다.
 
서비스디자인을 통한 청소년 건강관리로 웹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게 된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이제호 교수와 성대 Creative Design Institute 김용세 교수가 디자인사고에 기반을 둔 소외계층인 청소년 문제에 대한 접근, 모델을 개발했다.
 
일단 청소년들의 건강관리에 대한 니즈를 추출했다. 주제에 관련한 과거경험을 떠올리도록 유도하고, 현재의 상황을 자유롭게 표현하게 한 다음 꿈꾸는 미래를 창의적으로 표현하도록 했다. 이때 콜라쥬 형식으로 스티커를 이용해 고민에 대해 도식화하게 했다. 모델링 기법으로는 청소년들이 원하고 꿈꾸는 의료서비스를 창의적으로 표현하도록 했다. 점토, 색종이, 수수깡 등을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게 한 것이다.
 
이를 통해 Needs Tree를 도출해내고 생리적 욕구, 안정욕구, 관계욕구, 자존의 욕구 등이 있다는 것을 도식화했다. 나, 주변인, 전문가, 제도/도구/공간이라는 툴을 활용해 SNS 기반 청소년 건강관리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탄생을 앞두고 있는 것이 바로 "틴즈닥터"이다. 의사 뿐만 아니라 상담사, 선생님, 학부모 등이 청소년 상담에 나설 수 있는 사이버공간이다. 각 주제별로 고민을 상담할 수 있게 해두었다. 의사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의사들은 여기에서 상담을 하면서 의료상담이라는 사회 기부를 실현하는 의미를 가진다.
 
동네의원 서비스도 도식화
 
동네의원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도 니즈를 도출해 낸 다음 도식화하는 서비스디자인 작업을 진행했다. 제네럴닥터 김승범 원장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환자의 속성에 따른 서비스 특성화가 핵심이다.
 
예컨대 만성환자, 일반환자, 급성환자로 혼재된 진료 속성에 맞게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안내, 효율, 이해의 항목이 중점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도출됐다. 또한 학교 앞, 오피스 밀집지역, 학원가 등 지역 환경의 속성을 반영하는 서비스는 개원 장소에 따라 내원하는 환자 특징에 따라 제공되는 서비스 교육수준, 경제수준, 관심사, 먹거리 등으로 접근, 소통, 맞춤 등이 요구됐다.
 
환자와의 관계 부분에서는 진료시간의 길고 짧음의 문제보다 환자에게 가지는 관심이 더욱 크다. 라포 형성을 위한 가이드로 효율, 소통, 화목, 친절, 권위, 배려, 호감, 신뢰, 재미 등의 항목이 요구됐다.
 
현재 제네럴닥터의 경우는 카페를 겸한 병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 원장은 "이처럼 서점+의원, 사랑방+의원 등의 모델로 대기시간의 가치를 전이시켜주면서 기꺼이 기다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게 할 수 있다"며 "효율, 재미, 호감, 새로움, 다양성, 이해 등의 항목에서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대형병원, 환자 공간 재디자인
 
명지병원은 환자공감센터를 만드는 등의 혁신경영을 펼치고 있다. 진료를 포함해 환자가 머무르는 모든 절차와 공간을 재디자인하는 서비스디자인이다. 환자와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의료진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향상시키고, 환자 제일주의를 실현해 문화 정착, 직원만족도와 공감을 향상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병원문화혁신본부에서 개발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따라 각 병원 환자 공감센터에서는 병원별 특성에 맞는 돌봄서비스를 적용했다. 또한 전국노래자랑 방식의 병원 음악회로 환자와 가족,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하는가 하면, 환자고유의 건강기록을 만들어 인터넷 상에서 암환자 개인 계정이 만들어져 병원에서 이뤄진 검사결과와 기록을 보존하게 했다.
 
펜션처럼 꾸민 정신과 병동은 정신과 환자의 치료환경을 좋게 하고 환자 보호자가 가족을 정신과에 입원시키면서 느끼는 죄의식을 없앴다. 이밖에 놀이동산 같은 어린이 응급실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치료받으러 놀러가는 장소인 것으로 인식되도록 했다. 내시경실도 아늑하게 받을 수 있도록 푹신한 소파의자로 꾸몄다.

"프로세스 디자인으로 감동 실현"


"이제 마켓 3.0시대이다. 고객이 참여하는 감동적인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의료서비스도 서비스를 만드는 수단과 단계가 부족하다.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감동적인 서비스를 이끌어내야 한다."
 
서비스사이언스포럼 보건의료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이제호 교수(사진)는 서비스디자인 개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첫 단계가 바로 청소년을 위한 건강관리다.

청소년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그동안은 어디에도 상담할 곳이 없다는 데서 착안했다. 의사로서는 다양한 건강관련 지식들을 기부하는 행위를 활성화하는데 의미를 둘 예정이다. 이처럼 포럼 활동을 통해 디자인, IT 전문가 등과 함께 포부를 같이 하고 있다. 서로 다른 분야가 다소 생소한 감은 있더라도, 다학제적 연구를 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특히 보이지 않는 프로세스를 구축해 디자인하고 이를 진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자신감도 생긴다.
 
이 교수는 "의사의 입장에서 그동안 환자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라는 막연함으로 접근했지만, 실제 고객인 주체들은 보이지 않는 서비스 디자인에 많은 불편한 점을 느끼고 있다"며 "다양한 분야로 이슈들을 개선해 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서비스디자인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것 못지않게 사이버 공간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의료서비스의 미래는 선택적으로 활용, 지식을 공유하고 서로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지식 공유라는 사회적인 기부행위는 결국 사회발전을 추진하게 된다는 기대다.
 
실제 이 교수의 페이스북이나 이메일 오픈을 통해 러시아에 있는 한국인이 바로 다음날 부인암 수술을 받으러 오거나 인도네시아에서도 암환자가 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사이버공간으로 글로벌 환자를 수용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교수는 "앞으로는 모든 서비스업이 끊임없이 고객들을 위해 연구하고 프로세스 디자인을 고민해야 한다"며 "이를 꾸준히 하다보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병원의 모든 행위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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