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B 처방 급증 이유는?

약 효과, 안전성 뛰어나 ... ARB 지나친 편애는 문제

시장에서 약 처방에 대한 트렌드가 바뀌는 것은 과연 약 효과와 안전성이 뛰어나서일까? 아니면 외부적인 어떤 힘이 작용해서일까? 최근 열린 대한고혈압학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인트 심포지엄에서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처방이 급증한 이유를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생겨 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고혈압 처방 시장에서 ARB가 갑작스럽게 증가한 이유가 무엇이냐다. 2005년 약 9천억원이던 혈압강하제 원외 약품비 지출이 2009년 약 1조 4천억원으로 증가했다. 국민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고혈압은 만성질환자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질병으로 최근 5년 사이 32.3%나 증가했다.

열악한 보험 재정에 고혈압 약이 위협을 주는 불안 요인으로 등장하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분석에 돌입했다. 2005년 CCB는 41.8%로 고혈압 치료제 약품비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뒤를 ARB가 28%,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EI)가 11.7%로 그 뒤를 따르는 형국이었다.

그런데 2009년에는 ARB가 20% 이상이나 증가한 46.6%로 CCB를 보기 좋게 따돌렸고, CCB는 오히려 약품 비중이 줄어드는 모양새를 보였다. 2009년에는 2008년 대비 -17% 감소하기 까지 했다.

심평원 이규덕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상근평가위원은 “개별 혈압 강하제의 가격은 감소했는데, 사용량은 증가했다“며 ”2005~2009년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이 바뀐 것도 아닌데 많은 의사가 ARB를 더 많이 처방하기 시작했다”며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처방 패턴이 바뀐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효과와 안전성이 처방 증가시켰을까?
심평원의 불편한 시선에 대해 의사들은 ARB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이 처방을 증가시켰을 뿐이지 다른 요인은 없다는 입장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김광일 교수는 “ARB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는 많은 연구가 있었고 이것이 ARB를 처방하는 근거가 됐을 것”이라며 ”ARB는 ACE 억제제와 달리 마른기침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없어 그동안 ACE를 처방하던 의사들도 약을 바꾸면서 처방이 늘어났을 것“이라고 ARB 처방 증가 이유를 설명한다.

김 교수는 만일 심평원의 주장처럼 제약회사의 마케팅이 가장 큰 힘이었다면 개원가에서 먼저 처방 변화가 일어났어야 하는데, 대학병원이 먼저 변화를 보인 자료를 보더라도 이는 마케팅보다는 약 자체에 대한 효과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제약사들의 입장도 의사들과 비슷하다. 한국노바티스 브랜드매니저 윤귀홍 부장은 “2005년 이후 ARB의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는 약을 처방하는 의사들의 마음을 잡았을 것”이라며 “ARB 처방이 급증한 이유는 임상과 마케팅 등 시기와 때가 이상하리만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이라며 특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ARB는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많은 약이다. 신장보호 효과를 입증한 연구로 RENAAL(Reduction of Endpoints in NIDDM with the Angiotensin II Antagonist Losartan) 연구, IDNT(Irbesartan in Diabetic Nephropathy Trial) 연구, 신규 당뇨병 발병을 감소시킨다는 NAVIGATOR 연구와 뇌졸중을 감소시킨다는 ACCESS연구,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퇴행을 개선시킨다는 DIRECT-Protect 2 연구 등 다른 약에 비해 연구가 많은 편이다.

ARB에 대한 지나친 편애? 재정 걱정도 해야
ARB의 효과와 안전성이 뛰어나다해도 지금의 처방 패턴은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지난 2009년 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분당서울대병원 김철호 교수도 과도한 ARB 처방에 대한 걱정을 드러낸 바 있다. 김 교수는 고혈압 약을 처방할 때 비용-효과면에서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말한 바 있다. 심평원 이규덕 심사위원도 ARB 제제는 다른 제제에 비해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보험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어 걱정스럽다며 학회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결국 ARB 처방이 증가한 이유는 약의 효과와 안전성, 여기에 시기적절한 마케팅 등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이에 대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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