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환자 유치가 합법화된지 벌써 2년이 훌쩍 지났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맞춰 2010년 외국인환자 유치 실적을 발표했다. 등록된 2000개소 중 1686개소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의료기관 844개소, 유치업체 54개소 등 총 898개소(46.4%)가 유치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목표치인 8만명을 넘어 최종 8만1789명(연환자 기준 22만4260명)으로 집계됐으며, 2009년 6만201명(연환자기준 16만17명)보다 크게 증가했다.
복지부는 "올해 11만명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의료 2015년 30만명 달성을 통한 동북아 아시아 의료관광 허브"로 도약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분명 새겨야 할 부분도,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


1인당 진료비 131만원…중증환자 늘어

외국인 환자는 외래 6만4777명(79.2%), 건강검진 1만1653명(14.2%), 입원 5359명(6.6%) 등으로 집계됐다. 남성(42.8%)보다는 여성(57.2%)이 더 많이 치료를 받으러 왔고, 특히 일본과 중국의 여성환자 비율이 각각 79%, 71%로 두드러지게 높게 나타났다.

연령대는 20·30대가 43%, 40·50대가 36.2%로 나타났으며, 건강검진의 경우는 오히려 40·50대에서 높게 나타났다. 국적별 상위 국가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순이었고, 2009년 대비 중국, 러시아, 몽골에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중국환자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한 반면(11.1→19.4%), 일본 환자 비중은 크게 감소(30.5→16.8%)했다.

입원환자만 분석했을 때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순이며, 건강검진의 경우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순으로 나타났다. 주로 찾는 진료과목은 피부·성형외과(14%), 내과(13.5%), 검진센터(13.1%), 가정의학과(9.8%) 순으로 조사됐다.

총 진료수입은 1032억원으로 2009년 547억원 대비 크게 증가한 수치였다. 외국인환자 1인의 평균 진료비는 131만원으로 내국인의 1인당 연간 진료비(비급여 제외) 96만원보다 높았다. 특히 입원환자의 평균진료비는 583만원으로 국내 입원환자의 평균진료비 258만원의 2배 이상에 이르렀다. 입원환자와 암, 심장, 뇌혈관질환 등 중증상병 외래환자를 합한 중증환자는 7776명으로 전체의 9.5% 이지만, 진료수익은 402억원으로 진료비의 39%를 차지했다.

이중 1억원이상 고액 환자는 21명, 1000만원 이상 진료비를 부담한 환자는 1732명으로 2009년 816명 대비 크게 증가했다. 국가별 평균 진료비는 카자흐스탄 378만원, 러시아가 297원, 몽골이 258만원으로 높게 나왔고, 외래환자 중심의 일본은 84만원으로 낮게 나타났다.

한편, 2010년 아시아 주요 국가 실적은 태국 156만명, 인도 73만명, 싱가포르 72만명 수준으로, 여기에는 스파, 맛사지 등 웰니스관광이 포함돼 의료기관 실적과의 단순비교는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대형병원 실적 싹쓸이 등 문제 노출

외국인 환자 상위실적 10개 기관, 의료기관 종별 5위 기관, 진료비 기준 상위 기관을 살펴보면, 43%가 상급종합병원, 20.5%는 종합병원, 23.5%는 의원급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78.5%로 지난해 대비(87.8%)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쏠림현상이 심했다.

상위 10개병원은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청심국제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한양대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인하대병원, 동산의료원, 순천향대병원 등 청심국제병원을 제외하고서는 모두 대학병원이 차지했다.

종합병원 상위 5위기관은 샘안양병원, 부산위생병원, 분당차병원, 건국대병원, 제일병원 등이 랭크됐다. 병원에서는 청심국제병원, 자생한방병원, 연세대치과병원, 광동한방병원, 효성병원 등이었고, 의원에서는 오라클피부과, 비케이동양성형외과, 서울대병원강남센터, 후즈후피부과, 미그린한의원 순으로 실적이 높았다.

진료비수익 상위는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Big5 병원이 싹쓸이했다. 환자수도, 진료비수익도 대형병원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환자 유치에 나고 있는 한 피부과 원장은 "가뜩이나 환자들을 싹쓸이해가는 대형병원이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도 모조리 가져가고 있다"며 "피부·성형외과의 외국인 환자 비중이 높지만 대부분 인프라 구축 여력이 부족한 의원이기 때문에 코디네이터, 통역 등 유치실적이 좋은 의원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원장도 "개원의 단체는 협회 중심으로 움직이면서도, 유치실적은 보유하지 않고 그나마 있는 환자는 임원진이 나눠먹기를 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강점이 있는 분야에 더욱 경쟁력을갖출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대형병원에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맨땅에 헤딩"을 하면서 힘겹게 달려가고 있는 듯한 병원들이 대다수다. A병원 국제협력팀장은 "유치를 할 수 있는데 비해 공식적으로 유치업자 등에 수수료를 줄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며 "유치성과에 연연하면서도 실제 병원 내부에서의 지원은 미미하다"고 토로했다.

B병원 팀장은 "C병원은 병원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업무만 많아진다며 국제협력팀장을 타부서에 보내거나, D병원 팀장은 시스템에 의해 환자 유치가 자리잡자 더 이상 인력이 필요없다는 판단하에 정리해고되는 사례도 있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차별화된 상품들고 발로 뛰어라"

유치 경험자들은 차별화된 상품을 들고 직접 발로 뛰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꼽고 있다.

최근 열린 "해외환자 유치 실무자 워크숍"에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김지수 연구원은 "글로벌헬스케어의 중국 동향"에 대해 발표하며, 중국에서 유독 여성 환자들이 많은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검진과 여성과 동반한 자녀 검진상품을 모색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나비뷰티 검진은 유아 청소년 검진 중장기 프로그램이며, 항산화 검진, 산후조리 등의 상품을 구상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중국의 영리병원인 허무지아병원의 경우 맹장수술 1800만원, 자연분만 1000만원 등 우리와 비교도 되지 않는 수치"라며 "57억 이상 소비하는 부유층이 5만명인 중국시장의 특정 타깃의 성격을 이해한 상품개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직접 발로 뛰지 않으면 절대 유치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항상 강조되고 있다. 세종병원의 경우 2009년 외국인 환자 9명에서 2010년 324명을 기록했으며, 이중 90%이상이 러시아, 카자흐스탄 환자이다. 그동안 해외선천성심장병 환자 나눔 활동과 러시아 의료진과 지속적인 의료교류활동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세종병원 국제진료팀 박경서 팀장은 "현지 병원 설명회를 통해 러시아, 카자흐스탄 의료진들에게 세종병원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고, 의료연수를 통해 의료기술 및 의료환경을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신뢰도를 형성했다"며 "의료기관이 직접 오고 가고 만나고 움직이지 않으면 유치에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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