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춤치료, 최소침습수술로의 접근...근거축적 필요해

의학이 단순히 질환 치료 여부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치료법,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게 되면서 맞춤의학과 함께 수술 후 환자의 예후까지 고려한 최소침습수술이 의학발전에 있어서 화두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제33차 종합학술대회에서 진행된 신약개발 관련 최신 연구와 의료에서의 로봇활용 세션을 통해 맞춤의학과 최소침습수술의 현황을 조명해 본다.

▲신약개발에서의 새로운 타깃

- 대사체학

환자의 유전적인 요인이 아니라 환경조건에 집중하는 대사체학(metabolomics)이 새로운 진단마커로 주목받고 있다. 중풍 조기진단, 기능성 식품에 대한 연구 등 우리나라에서도 성과를 보이고 있는 대사체학은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생체 내 대사물질이 변화하는 양상을 추적하는 학문으로 주로 후천적 요인에 의한 생체변화를 연구한다.

인하의대 생화학교실 박성혁 교수는 "대사체학이 진단, 약물독성 평가에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36명의 관상동맥환자에 있어서 기존의 조영술과 동일한 진단적 민감도와 특이도를 보인 바 있다는 사례를 통해 이를 뒷받침 했다.

현재 유방암, 전립선암, 폐암 등의 각종 암 진단을 위한 연구에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박 교수는 "담도암 진단에서 현재 진단 마커인 혈액종양 마커 및 현미경하의 조직검사법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고 말했다. 약물 독성 평가에 대해서는 시스플라틴 연구가 대표적인 예로, 투여 전 소변의 대사체 프로파일에서 약물독성 발현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사체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신약개발, 신규작용점 도출에 대해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사체군은 질환들의 최종표현형을 직접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대병원에서 2012년 3월 종료를 계획으로 진행하고 있는 ‘신생아와 미숙아에서 신약 임상평가를 위한 집단 약동학, 대사체학 적용 임상시험 기술의 개발’ 연구에서는 CYP1A2 유전형에 대해 집단 약동학 모델과 함께 대사체 비율을 통핸 개인활성 예측과 비침습적인 약물농도 모니터링, 신약개발의 가능성 전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사체학 연구는 지질 프로파일을 통한 종양환자 예측, 탈모와 테스토스테론, 데피테스토스테론, DHT 등 대사체와의 연관성, 자궁경부암과 내인성 스테로이드에의 연관성 등 초기 연구에서 최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 Stroke지 5월호에 발표한 소변과 혈액샘플을 기반으로한 중풍환자 대사체를 통한 조기진단 가능성을 제시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고분해능 크로마토그래피, 고분해능 질량분석기기와의 연계와 함께 단백질, mRNA 수치 등과의 연계연구 등 총체적인 연계, 발전이 필요하다.

- 유전체 연구

맞춤의학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들 중에서 유전체 연구는 그 중심에 서 있다. 약물에 관련된 유전체 검사를 통해 약물 및 용량을 선택할 수 있고, 치료실패율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은 이미 클로피도그렐과 CYP2C19 유전자 간 연관성 연구들에서 나타난 바 있고, 이는 와파린, 이리노테칸 등 치료지수(therapeutic index)가 좁은 약물들의 라벨에 기재되고 있다.

부산백병원 약리학교실 손지흥 교수는 "유전체 연구가 약물에 대한 환자들에게만 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오래된 약물, 퇴출됐거나 퇴출위기에 있는 약물들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부가적인 가치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는 제약계에서도 반길만한 소식으로 후보물질의 약동, 약력학적(PGx) 경고를 대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일부 다국적 제약사들에서는 진단 칩까지 내놓고 있다.

이미 클로피도그렐, 와파린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약물의 안전성, 유효성 평가에 유전체 연구결과를 적용하고 있고, 유럽의약국(EMA)도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FDA는 이미 2003년도 Guideline for Industry"를 통해 제약사들에게 연구 중인 약물에의 적용(IND), 신약에의 적용(NDA), 생물학적제제 적용 라이센스(BLA) 등을 약물 개발 과정에서 제출하도록 하고 있어 PGx 정보를 약물 승인 과정에 포함시킨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초기 임상연구에서의 드레프트 가이드라인(draft guideline)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클로피도그렐, 와파린 등에서 나타난 장점들을 강조하며 임상연구 내에서 유전체가 연구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EMA에서도 "Guideline on the use of pharmacogenetic methodologies in the pharmacokinetic evaluation of medicinal products"을 통해 모든 약물 개발 임상시험에서 유전자 다변형 분석에 대한 전향적인 연구진행을 권고하고 있다. 아직 유전자로 인한 약물역동학에의 영향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이후 단계에서 밝혀진 사례들이 있다는 점에 기인해 혜택에 무게를 둔다는 것이다. 단 효소나 전달체가 단백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혀진 경우에는 임상시험 기간 중 유전자 다변형 연구를 할 필요는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EMA에서 유전체 검사를 통한 PGx 연구가 △체외 연구자료에서 알려지지 않은 기전으로 효소나 전달체가 약물역동학에 영향을 주는 경우 △개체 별 약물영동학의 다양성이 크거나, 약물역동학 결과가 아주 높거나 낮을 경우 △임상적 효과와 안전성이 근거에서 제시한 수치보다 높을 경우 △신체 전반이나 타깃 장기에서 유전자 다변형에 연관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을 경우 △인종간 차이가 보였을 경우에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로봇의학 그리고 최소침습수술

유전자연구, 대사체연구, 줄기세포 등 가능성과 함께 현실에 한 발을 내딛은 기술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완치와 생명연장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립암센터 김영우 위암센터장은 "암 치료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 의학의 궁극적인 기술은 외과적인 치료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의학 발전에 공학기술이 개입되면서 로봇 수술 시대에 접어들었다.

김 센터장은 외과 기술 발전의 대표적인 사례로 복강경 수술을 꼽았다. 현재 복강경 수술 기구는 2D VGA 화질로 심도 인식이 없어 앞뒤 구분이 힘들고 자유도가 "젓가락 수술"이라고 불릴만큼 제한돼 있다. 이에 다빈치를 비롯한 3차원 영상과 7자유도까지 높아진 기술의 등장은 안전하고 효율적인 최소침습수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가장 혁신적인 기술로 꼽히는 것은 3D 영상이다. 이를 통해 우선 수술 시 심도구분이 가능해 수술사고와 출혈 위험도를 줄이고,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져 통해 수술 전체의 위험도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봇수술 자체의 안전성과 인간소외현상 등과 함께 환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과 이를 구비할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분이 현재 직면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아직 이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잘 설계된 무작위 비교군 시험(RCT)이 없다는 점도 허점이다. 현재 로봇수술에 대해 전세계 임상시험이 기록된 Clinical Trials 사이트(http://linicaltrials.gov)에 등록된 로봇수술 임상시험은 39개지만 이들 중 잘 설계된(well-designed) RCT는 없다.

김 센터장은 "아직 로봇수술이 아직 초기단계로 임상자료가 거의 없다"며 현제의 보완점을 인정하면서도, 활용될 수 있는 폭이 넓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복강경 수술의 연장선상에서 3D, dual flatform이 개발됐고, 다빈치가 이비인후과 분야까지 적용범위를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현재 개발 중인 single port multi-arm은 최소침습수술의 기준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복강경 수술로봇은 지식경제부에서 2018년까지 우리나라의 로봇기술 강국 도약을 위해 발표한 R&D 7개 과제 중 "최소침습 수술도구 기술과 실시간 의료영상 및 유도 기술을 이용한 복강경, 이비인후과, 신경외과용 수술로봇 시스템 기술 개발"에 포함돼 있다. 수술로봇의 경우 다른 과제들보다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 분야로, 복강경 수술로봇의 경우 전량 해외에서 수입 현재 대형병원들에 30여대가 대당 50억언 선에서 도입된 바 있다. 이에 과제를 통한 국산화로 가격을 10억대로 떨어뜨리고, 부품비 역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게 세계 최초로 신경외과와 이비인후과 수술용 로봇대 개발에 들어가게 된다.

▲로봇수술 이후의 기대작

최소침습수술을 향한 발전은 로봇수술에서 그치지 않는다. 김 센터장은 로봇수술 이후 등장할 촉망받는 유망주들을 소개했다. 우선 2007년도에 발표된 NOTES(Natural Orifice Transluminal Endoscopic Surgery)를 소개했다. 이는 영상장비와 수술기구의 크기를 수 mm까지 작게 만들어 수술로봇을 복강 내로 투입하는 기술로, NOTES의 현실화를 위해 2004년부터 복강경수술의 투관 수를 줄이거나, 위장, 장궁경부, 대장 등을 통해 내시경 및 수술기구를 삽입해 흉터를 최소화하는 수술들이 시행되고 있다.

현재는 여러 제한점이 있지만 일부에서 NOTES를 통해 흉터 없는 수술이 가능하다. 아직 내시경을 통해 시행하는 수준이지만 로봇시스템과의 접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NOTES의 연장선상에서 원격소형로봇인 MEMS(micro electronic mechanical system)에 대한 관심도 크다. MEMS는 반도체 기술에서 파생된 기술이지만 단순히 초소형기계보다는 자체적으로 센서, 구동계, 전기적 기능 등을 더한 시스템의 의미가 크다. 이에 대한 연구는 단순히 의학이 아니라 정보통신, 환경, 신에너지원 등 전반적인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학제적 분야라는 점에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다음 단계의 기술인 나노기술과의 접목도 기대되고 있어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나노로봇으로의 기대감도 함께 높여주는 것으로 김 센터장은 주사를 통해 분자 레벨에서 선택적으로 암세포를 파괴한다고 개념을 정리하며 관점과 시각의 수준을 높이는 것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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