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애로여성의원 김형문 원장

"직원은 수입을 가져다 주는 창문"

의료진들이 병의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이들은 환자들 개개인이 아닌 바로 직원일 것이다. 또한 병의원이라는 특성상 혼자 일할 수는 없으며, 협업이 필요한 업무이기 때문에 직원과의 관계가 항상 강조되고 있다. 이때 평소 소통을 통해 한결 가까워진 직원과의 관계에선 더욱 업무가 수월할 수 있으며, 환자가 병원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은 의료진이 아닌 직원인 만큼 직원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직원관리를 위해 다수의 교육과 분위기 쇄신 활동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개원가에서도 효과적인 직원과의 소통을 위해 고민하고 여러 가지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는 원장이 있어 소개한다.


3년전 직원관리 중요성 깨달아


"3년 전 직원들이 일이 많다는 이유로 하루에 한꺼번에 전부 그만둔 적이 있어요.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다른 산부인과 직원들이 도와주긴 했지만, 그야말로 2주간 운영이 엉망이었죠. 차트 하나 찾는데도 오래 걸리고 레이저 시술도 준비가 더뎌 환자들을 긴 시간 대기하게 했었죠.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미애로여성의원 서울대점 김형문 원장(사진)은 3년 전의 일을 토대로 직원관리를 실패했던 지난날을 회고했다. 20~30대의 젊은층 위주인 의료노동시장에서는 직원들이 조금이라도 일이 편하고 대우가 좋은 곳으로 이동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수요는 많은데 비해 공급은 부족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중요한 존재였다.

대다수의 원장들처럼 직원을 인건비 부담의 문제로 대하거나 감정적인 방법으로 대응했던 탓도 있었다. 단순히 원장 개인, 병원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병원 운영을 위해 냉정하게 돌아볼 문제였다.

김 원장은 "이때부터 직원을 병원과 함께 가야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선량한 의미가 아닌 비즈니스 차원에서 직원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개원가에서는 직원구하기가 참 힘들고, 지금도 많은 원장들이 직원과의 문제에서 고민하고 갈등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직원과의 대화창구 "까페" 개설

그래서 신경쓴 것이 우선 직원과의 대화창구를 열어놓은 것이다. 미애로여성의원 네이버 까페를 개설해 직원들을 가입하게 하고 모든 대화와 공지, 교육을 까페 내에서 할 수 있도록 했다. 아무래도 못다한 이야기를 까페에서 나누다 보니 훨씬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이후 중간관리자를 뽑아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까페 출석체크와 글 올린 횟수, 교육내용에 대한 필기시험, 환자상담과 전략 상품 판매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성적을 매겼다. 매달 11명의 전직원에게 차등 인센티브를 까페에 발표하고, 지급했다. 인센티브 제도가 정착되다 보니 까페에서 직원들끼리 환자관리를 위한 열린 토론을 하기도 하고 직원끼리의 교육을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자연스럽게 직원들끼리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도 친화적인 조직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새로온 직원이 있더라도 검색창에 검색하면 레이저 준비하는 방법 등을 얼마든지 배울 수 있어 원장도 편해졌다.

얼마전에는 스마트폰 채팅 어플리케이션인 "카카오톡"을 이용해 환자 60명과 친구맺기에 성공해 실시간으로 상담을 해줄 자세를 갖춘 직원에게 상품권을 주기도 했다. 미애로 모바일 페이지를 오픈해 언제든 검색할 수 있게 했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도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같은 활동을 하기 위해 전직원 11명에 아이폰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대우를 했다. 출퇴근 시간에 까페를 확인하고 환자들과 실시간으로 친근하게 이야기하라는 의도에서다.

김 원장은 "아이폰을 지급하게 된 것은 정말 직원을 위한 대우라기 보다는, 직원들이 스스로 업무를 하기 위한 최적의 시스템을 열어두는 것"이라며 "직원들이라는 창문을 통해 원장에게 월급을 벌어다 주게 한다는 생각을 한다면 직원과 소통의 시작이 어렵지만은 않다"고 부연했다.

직원관리가 곧 위기관리능력

직원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는 또있다. 바로 위기관리를 위해서다. 얼마전 모병원 사무장이 수억원을 빼돌렸음에도 불구하고 신고하지 못한 것은 바로 오늘날 병원의 아슬아슬한 위기관리능력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직원이 늘어날수록, 병원이 커질수록 김 원장이 선택한 것은 합법진료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매출을 성실하게 신고하고 그만큼의 세금을 냈다. 이같은 활동을 토대로 현금영수증 성실발행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세금을 많이 내기보다는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더 주는 방향으로 연구하다 보니 직원들도 더욱 책임감을 가지게 만들었다.

김 원장은 "어느 것보다 내부자 고발이 가장 무섭기 마련이며, 국세청 세금을 제대로 제때 내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움직임"이라며 "이제 많은 원장들이 준법진료를 시작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경쟁력이자 직원들과 함께 하는 위기관리능력을 갖추는 지름길"이라고 당부했다.

또한 노무사를 통해 주5일근무과 주 40시간 근무를 맞추고 시간외 근무를 할 경우에는 별도 수당을 지급하게 했다. 한마디로 노동법에 걸리는 일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직원들에게 퇴직금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퇴직연금제도 도입했다. 김 원장은 "직원들에게 신경을 쓰다 보니 병원 운영에 있어 파도가 별로 없고 환자들이 꾸준히 오면서 직원들의 이직율도 낮아졌다"며 "환자와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중간 단계인 직원들과의 소통이 크고 잘되는 병원일수록 더욱 필요한데 잘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향후에는 갤럭시탭이나 아이패드 등을 도입해 차트 찾는 수고를 덜어줄 생각이다. 물론 도입한다면 직원들에게도 나눠주게 된다. 이것은 직원을 위한 지급이 아니라, 보다 빠른 진료준비를 위한 활동일 뿐이다.

결국 직원을 위한 길이 곧 환자를 위한 길이며, 직원이 수입을 가져다주는데 직원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김 원장은 "보통 직원관리를 위해 서비스 교육을 많이 하는데 2달 정도면 약발이 끝나기 마련"이라며 "환자 입장에서, 병원 운영을 위해 생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직원관리를 생각하는 방향으로 연구하게 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선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것"을 강조했다.

김형문 원장의 병원에는 그만둔 직원이 되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오늘도 까페에는 환자를 위한 글들이 쌓여가고 직원들의 손에 쥔 아이폰에는 환자의 카카오톡으로 이야기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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