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제네릭 10%씩 내려 건보재정에 충당

보건복지부가 부족한 건보재정을 약가인하를 통해 보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제약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라는 약가제도가 시행된지 7개월만에 또 새로운 제도를 받아들여야 하는 제약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거래가제 이어 또? 제약사 난색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약제비 절감 방안이 포함된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소문만 무성한 약가제도의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여기에는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국고지원 사후정산제 도입 등도 포함돼 있다. 보다 세부적인 내용은 다음달 중 발표한다.
 
이중 약가제도의 경우 현재까지 알려진 복안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의 약값과 제네릭을 더 낮추는 것이다. 현행 오리지널의 경우 특허가 만료되면(제네릭이 등재되면) 20%가 자동인하되는데 이 수치를 더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에 연동해 제네릭도 현행 최고 68%인 수준에서 추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사실상 범위도 거의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오리지널의 경우 30%로 인하하고 제네릭의 경우 최대 50%까지 낮추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렇게 되면 모든 약가가 현행 수준보다 평균 10% 정도가 추가 인하되는 셈인데 제약협회 추계에 따르면, 재정은 약 9571억원이 확보된다. 1조원에 가까운 비용을 부족한 건강보험재정에 충당하겠다는 것이 복지부의 계산이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검토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수치가 나돌자 제약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듯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보험약제과는 자료를 내고"현재로서는 어느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대책을 통해 약값 인하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해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약값을 낮추는 방식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 약인가? 리베이트 요인 커
 
사실 정부의 약제비대책(약가정책)은 해마다 숨가쁘게 바뀌거나 추가돼 왔기 때문에 그만둘 때도 됐다고 볼 수 있지만 복지부 입장은 좀 다르다. 정부는 여전히 약가가 비싸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이번에도 재정절감 대책중에 약제비절감책이 또다시 포함된 것이다.
 
이 같은 판단은 지난해 고혈압약 기등재약 목록평가 실패와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발주한 국가간 제네릭 연구결과가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기등재약 본평가인 고혈압약의 경우 20% 일괄인하로 결론이 나면서 실제로 인하되는 품목이 300여 품목에 제한돼 약가인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 "국내 약값 비싸" 손질대상
 
제네릭 역시 해외보다 비싸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당시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제네릭 가격은 전체 16개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다. 구매력 기준으로 한국이 100이라면 미국은 29.5∼28.1%에 불과한 것.
 
또 노르웨이(13.1∼23.3%), 스웨덴(13.6∼31.2%)도 낮게 나타났다. 아시아 국가인 대만(79.1∼92.9%)과 일본(67.9∼92.4%)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여기에 강력한 대책에도 불구 리베이트가 끊이지 않는 점도 있다. 한 복지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약가제도를 계속 손질하는 이유 중 하나는 무엇보다 여전히 약가에 거품이 많다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면서 "최근 강력한 규제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리베이트가 만연하고 있는 것도 이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약업계 "국가 성장동력 멈춘다" 반발

약가인하 소식이 전해지자 약업계는 만만한게 약가냐며 정부를 향한 원망을 쏟아내고 있다.
 
소식을 접한 한 국내제약사 임원은 "복지부가 제약산업은 국가보건의료를 당담하는 막중한 산업이라는 중요성을 모르는 것 같다"면서 "제약사들의 생산포기, 연구개발 포기 등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탄식했다.
 
한 중견사 사장은 "산업을 옥죄는 탓에 비즈니스를 포기해야하는 상황도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제약사들의 불만은 그대로 협회로 모아지고 있다.
 
한국제약협회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강력한 약가인하제도가 이미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런 대화와 협의 없이 새로운 약가인하 방안을 일방적으로 몰아부친다면, 제약산업의 장래는 물론 국가 보험재정과 의약품 수급의 안정성 측면 모두에서 나쁜 결과를 촉발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를 설득시킬만한 연구결과가 없어 이번 제도가 시행되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신약조합의 한 관계자는 "협회가 정부를 설득시키려면 득과 실에 관한 포괄적인 연구결과를 제시해야 한다"며 "이런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말로만 외치는 제약산업의 위축, R&D 포기 등은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민단체는 환영 "더 내려야"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는 환영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실련은 국내 제약사들의 약값이 여전히 비싸다며 추가인하 필요성을 역설했다.
 
경실련 김태현 국장은 "우리나라 약가가 외국 보다 높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입증된 바 있다"면서 "필요 이상으로 약가가 높아 불법 리베이트도 줄어들지 않고 있어 이를 막으려면 약가인하는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도 약제비 절감정책에 찬성을 보이고 있다. 건강세상 측은 다른 요인은 차치하더라도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 실패로 추가 인하 여력이 충분히 있다는 주장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관계자는 "지난해 고혈압 치료제가 20% 일괄인하로 결정됐지만 실제 1200품목 중 실제 약가가 인하되는 품목은 약 20%인 300여 품목에 지나지 않다며 이번 약가제도는 목록정비사업의 연장성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제약사들의 주장은 엄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건강보험재정은 현재 위기 상황이다. 지난해 1조3000억원의 당기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5000억원의 당기적자가 예상되면서 재정 파탄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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