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정신건강 검사에 대한 의료계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게다가 문제가 제기된 시점이 일반인들에게 정신질환의 심각성과 인식개선을 위해 매년 4월 4일에 진행하고 있는 정신건강의 날 이후라는 점도 우연찮게 의미심장한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다. 특히 올해 정신건강의 날은 이례적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대대적인 인식재고를 위해 박람회 형식으로 진행됐고, 박람회 기간동안 진행된 강연 중 상당부분은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에 할애돼 학부모들의 지대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것은 소아청소년 정서행동발달 선별검사다. 서울시교육청 주관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2011년 서울학생 정신건강 증진계획"의 일환으로 초등학교 1, 4학년을 대상으로는 ADHD, 중학교,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는 우울증에 대한 1, 2차 선별검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사업이 3년 간 운영한 시범사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시범사업은 상담, 심리치료 등 전문가들과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서 참여한 협의체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단순히 교육행정이 아닌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축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4월 말 늦으면 5월부터 서울시 전교를 대상으로 확대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김영식 회장(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은 이번 선별검사에 대해 아직 의학적인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검사를 비의료인이 시행한다는 점, 고위험군 및 환자의 증가로 약물의 오남용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학생에 대한 "사회적인 낙인(labeling)"이다. 아직 우리나라 사회가 정신질환에 대해서 관대하지 않은 가운데, 학교라는 공개된 영역에서 대규모의 선별검사는 사회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부모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 학교 내 담당자가 부모에게 봉인된 우편을 통해 설문지를 전달하고, 담당자와 부모 사이의 직접적인 피드백을 거쳐 보건소, 정신보건센터를 통해 병원 방문 여부에 대해 권장하도록 하고 있어 주변에 정보가 누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생활기록부와 별도로 따로 공개되지 않도록 정보를 보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실제 사회에서 정신보건센터를 가거나 병원에 갔다온 사실만으로도 학교 사회에서 낙인이 찍힐 가능성도 있고, 학부모에 대한 동의는 학교생활에서의 불이익 등 사회적 요소를 고려할 때 "설명 후 동의"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아청소년 정서행동발달 선별검사의 확대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업의 내용과 근거의 명확성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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