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AAR 조직위원장 송재훈 교수


"항생제 내성의 중심에 아시아가 있다. 전세계 인구의 60%가 있는 아시아에서의 항생제 내성 해결이 선결되야 한다."

국제항생제내성심포지움(ISAAR) 조직위원장인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송재훈 교수는 지난 6일 ISAAR 기자간담회에서 항생제 내성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우리나라를 필두로 아시아 지역의 상황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완치 가능한 질환들이 불치나 난치병으로 발전할 수 있고, 사망률 역시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지난해 신종인플루엔자 H1N1의 경우 약 1만 8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메타실린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의 경우 미국에서만 한해에 1만 9000명이 사망하고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수십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MRSA 이외에도 심각한 항생제 내성균들이 산재해 있다는 것. 인도에서 발생해 전세계로 퍼져나간 NDM-1을 비롯해 VRE, VRSA, 퀴놀론내성이질균, 다제내성 녹농균, 아시네토박터균 등이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다제내성균(MDR)을 넘어 2차 항생제에도 내성을 보이는 광범위약물내성균(XDR)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는 항생제 내성의 핵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송 교수는 "대표적으로 MRSA의 경우 50% 이상이 아시아에서 나타나고 있고, 가장 최근까지 수퍼박테리아로 회자되던 NDM-1의 경우 인도에서 시작돼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아시아 지역을 거쳐 전세계로 퍼져나갔다"며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마크로라이드 계열 항생제인 에리스로마이진 내성 폐렴균의 경우 아시아가 63.2%를 차지하고 있다.

송 교수는 항생제 내성 관리에 대한 원인으로 △개인 및 보건당국의 책임감 결여 △감시체계 부족 △항생제 품질의 저하 △오남용 △기초연구지원 부족을 꼽았다.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도의 1, 2차 병원에서는 82%, 중국에서는 입원환자의 78%, 인도네시아에서는 입원환자의 84%에게 항생제가 오남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 아시아 국가에 비해 비교적 보건체계가 잘 정비된 우리나라와 일본 역시 여기서 예외가 아니어서 감기 등 상기도 감염에 우리나라는 55%, 일본은 60%가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교수는 항생제 사용 및 내성에 대한 인지도가 일반인, 의료인 모두에서 낮다는 점을 우선 문제로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식약청 용역연구 결과 항생제 내성문제에 대한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항생제의 임의 복용률이 28%, 의사의 높은 처방률을 원인으로 꼽은 것도 36%로 실제적인 인식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한국, 일본, 싱가폴, 홍콩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의료분업이 안돼있어 처방전 없이도 항생제를 구입할 수 있고, 가짜 항생제의 유통빈도도 높다"고 덧붙였다. 현재 인도 20%, 인도네시아 25%, 필리핀 30%, 캄보디아 13%, 중국 8%가 가짜 항생제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4월 7일 세계보건의 날 주제로 "항생제 내성과의 전쟁"을 내걸었다. WHO는 전세계 보건을 위협하는 3대 문제 중 하나로 항생제 내성을 꼽으며 국가보건정책의 우선순위에 둬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송 교수 역시 "의료인부터 일반인, 약사, 제약업계, 정책기안자까지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아시아에서는 국가 간 공조체계의 일환으로 아시아태평양감염재단(APFID)를 필두로 ANSORP, I care 프로그램, 아시아균주은행(ABB)을 통해 감염체계를 구성하고 있다.

송 교수는 "항생제에 대한 제약사들의 관심이 저조해지고 있다. 항생제를 개발하는 제약사가 40개에서 6개로 감소했다"며, "감염을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접종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백신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항생제와 백신 개발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송 교수는 ISAAR 기간동안 I care 캠페인에 대한 강연을 가졌다. I care 프로그램은 항생제 내성관리 및 방지를 위한 국제 프로그램으로 △항생제 내성인식 향상 △올바른 항생제 사용 유도 △예방접종을 광범위로 확대 △전문가포럼 등의 프로그램을 포함하고 있다.

I care와 별도로 대한감염학회와 대한화학요법학회가 진행하고 있는 "항생제올바로쓰기" 캠페인도 송 교수가 함께 진행하고 있어 추후의 여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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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내성, AIDS보다도 사망률 높아"
- 메이요클리닉 Walter Wilson 박사


ISAAR 공동의장인 메이요클리닉 Walter Wilson 박사는 미국에서도 항생제 내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률 증가를 강조했다.

Wilson 박사는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률은 AIDS, 결핵, 살인보다도 높다"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균혈증에서 MRSA와 메타실린에 감수성이 있는 황색포도상구균(MSSA)와 비교했을 때 사망률은 각각 20.7%, 6.7%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런 경향은 입원일수 증가로 이어졌고, MRSA뿐만 아니라 VRE, 다제내성 녹농균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도 일본 원전사태로 인한 방사선 피폭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보다는 실제적으로 더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세계적으로 XDR을 넘어 모든 종류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PDR도 등장하고 있다"며 심각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현재 항생제에서 최후의 보루로 간주되고 있는 카바페넴 내성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미국에서는 정부차원에서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 관리 △항생제 내성 연구지원 △지역사회 및 농업사회에서의 전파 예방 △새로운 항생제·백신·추가치료제 개발 독려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항생제 개발에 대해 미국감염학회는 "10 x 20" 캠페인을 통해 2020년까지 새로운 항생제 10개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항생제 개발 지원을 위해 △정부가 개발에 나서고 △불필요한 절차 및 장애물을 해소하고 △항생제 특허 기간 감소로 제약사들의 신약개발을 독려한다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에서도 환자의 75%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항생제 처방을 요구한다"며 미국에서의 저조한 인식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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