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원,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 딜레마

인력태부족…임금체불도 다반사


"공공의료? 경영성과? 지방의료원의 정체성도 헷갈린다."

6일 신상진 의원실과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주최로 열린 지방의료원장 및 적십자병원장 간담회에서는 공공의료와 경영 사이에서 위기에 놓인 지방의료원장들의 읍소가 이어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20여명의 지방의료원장들은 경영악화로 인한 문제와 전문의 부족을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공공의료를 추구해야 하는 의료원의 "숙명"상 민간병원과 같은 이익을 내기 위한 공격적 시도도 어렵다는 것.

신상진 의원 역시 "지방의료원 시설이 국가 위상에 걸맞지 않게 너무나 낙후돼 놀랐다"며 "연말에 국회에서 예산을 만들려해도 이미 다 짜진 상태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지방의료원의 현실이 정말 말도 안되는 수준"이라고 개탄했다.

이에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 소속 지방의료원의 경우 국비 보조금 비율을 상향조정하는 등 탄력적인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종훈 강원도 원주의료원장은 "의료원도 공익적인 측면보다는 경영성과 위주로 나가고 있다. 복지부는 공공성을 강조하고 도는 경제성을 강조해서 어디에 촛점을 맞출지 모르겠다"며 "시장경쟁으로 내몰려 원주의료원도 경영개선 TF까지 만들었는데 공공의료에 촛점을 안 맞추면 결과적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은 현 상태인 50%를 유지하고 지방의 경우 기준 보조율을 60~70%까지 상향조정하자는 것.

그러나 복지부의 견해는 실현이 어렵다는 쪽이었다.

복지부 은성호 공공의료과장은 "지원 차등화는 국고보조금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며 "또 재정자립도를 감안한다면 의료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해야한다는 재경부의 벽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박하정 기획조정실장 역시 "각각의 지자체에 대해 비율을 달리하는 것은 재정구조상 어렵다. 일단 예산을 확보해 국고지원 비율을 높이는 쪽이 낫다"며 공공의료에 대한 지원 총액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실제 지방의료원의 경영악화는 심각한 상태다.

은 과장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한 해 520억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고 이로 인한 임금체불도 100억 규모다.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중 무려 23곳이 임금체불 상태에 놓였다는 것.

전문의 부족으로 인한 진료공백에 대한 우려도 쏟아졌다. 특히 의전원, 여자 의대생 비율 증가 등으로 공중보건의가 감소해 수급 자체가 어렵기 때문으로 전국 지방의료원장들은 여러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정석구 남원의료원장은 "농촌 등 의료취약지역은 공보의 배치가 줄면 그 타격이 크다"며 "보건소 근무 공보의에게 수당을 주고 해당 지역 의료원에서 야간이나 주말에 응급실 등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예전에는 전문의를 따려면 의무적으로 6개월 간 무의촌 의료봉사를 해야 했는데 이 제도도 검토해볼 만 하다"고 제안했다.

진료수당 상한선으로 인한 공보의들의 시간 때우기 식 진료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헌 속초의료원장 "8시간 근무하면 퇴근하기 바쁜데 정해진 진료수당으로는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공보의를 배치했느냐가 아닌 열심히 진료하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공보의 월급을 정부가 아닌 해당 병원에서 자율적으로 주도록 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명식 통영적십자병원장은 여자 의대생들의 활용 방안을 제안했다.

이 원장은 "현재 의과대학 중 여의사들을 일정기간 공보의로 근무하도록 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도입하자"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지방의료원의 지나친 공보의 의존도를 지적했다.

전국 지방의료원의 전체 전문의 803명 중 공보의는 26%인 209명에 달하고 전문의 중 공보의 비율이 60% 이상 되는 병원도 8곳에 이른다.

은 과장은 "공보의에 의존해서 의료인력을 해결하는 것은 장기적인 발전 방안이 아니다"라며 "대학병원이 인력을 파견하면 인센티브를 준다거나 정책적으로 의료취약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제도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정책실장은 "공공의료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복지부에서 이에 상응하게 지원을 못했다고 본다"며 "이번에 복지부가 보건의료정책실을 개편하면서 질병정책국을 공공보건정책국으로 바꿔 공공의료에 대한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공공의료의 중추적인 역할을 누가 하느냐가 중요한데 현재 기재부, 복지부, 국회가 모두 같이 뛰어들어 너무 체중이 분산돼서 제대로 안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복지부의 역할 강화를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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