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문제점은 임상시험 부족, 국산의료기기 신뢰성 저조, 전문인력 양성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주최로 최근 열린 제1회 의료기기융합발전포럼에서는 이같은 주제를 폭넓게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세대 유선국 교수는 '의료기기산업 발전 지원정책 연구'를 발표, 의료기기업계들과 한 자리에서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연구용·한국인 특성화 임상시험 있어야
 
우선 의료기기 임상시험의 문제점이 상당수 노출됐다. 허가용 임상시험 중심 규정으로 인해 연구용 임상시험 활성화가 부족한 것이다.
 
더욱이 외국 임상시험 자료의 자료 인정 범위를 면밀하게 검토해 의료기기에 적용해야 하며, 단순 외국임상이 아닌 한국인의 체형 및 인종적 차이에 대한 고려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도 막아야 한다.
 
대부분의 임상교육은 의료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제조기업의 임상시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또한 기업의 임상시험 비용 지출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임상비용이 과다해지고, 수출시 자국 내 임상을 요구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이에 대해 유선국 교수는 "연구용 임상시험과 허가용 임상시험 시행 요건을 차등화 해야 한다"며 "한국인의 특성이 고려될 필요가 있는 의료기기에는 국내 임상자료 요구가 필요하며, 가교시험 활성화를 통한 국내 임상을 실시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국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 제조기업 대상 전문 교육 및 컨설팅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우수 임상시험 컨설팅기관을 선정해 기업에 컨설팅을 지원하며, 임상지원 예산 증액과 해외 임상지원사업 신규 추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뢰성 확보 위한 인프라 구축 시급
 
국산의료기기의 신뢰성 확보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내 대형병원의 국산제품 사용 기피는 신뢰성, 편리성 등 품질적인 이유 때문이며, 많은 환자들에게 사용하는 병원인 만큼 사용하는 의료기기는 신뢰성, 내구성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업계들은 "국산 제품은 허가 획득 후 신뢰성 확보를 위한 투자부재로 시장진입에 애로사항이 있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삼성서울병원은 국산 사용률이 3.5%, 분당서울대병원은 2.5% 등에 불과하며 대부분 병원들도 두 자리 비율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유 교수는 "의료기기 분야 신뢰성 평가 기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외 표준에 부합한 품목별 신뢰성 시험방법 및 평가기술 개발, 신뢰성 향상을 위한 평가방법이 필요하다"며 "신뢰성평가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해외유명 인증기관과 상호 협력해 국제인증 획득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장기적인 인력양성 방안 마련해야
 
우리나라 의료기기업체들은 다국적기업 대비 자본, 기술, 인력, 인지도 등 모든 부분이 열세하다. 의료기기 기술은 선진국의 60~70% 수준에 불과한 가운데, 투자여력 및 인력 부족으로 제품개발 역량이 부족하다. 선진국 대비 R&D 투자 및 마케팅 능력도 턱없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실정을 반영하듯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중저급 기술제품 중심의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며, 국내 의료기기 제조사 중 연간 100억원 이상 생산업체가 2.4%에 불과하다. 10억원 미만 생산업체가 77.3%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영세한 규모로 인력관리 시스템 부족으로 우수 인력들의 업계를 이탈하고 있다.

따라서 의공학과 등 관련학과를 졸업 후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데다 이 인력마저 이탈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기술개발의 중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리스템 문상진 대표는 "인력양성을 위해 산학연 및 정부기관 인력수급 협의체를 구성해야 하며, 협의체 운영을 통한 인력 수급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며 "여기서 나아가 의료기기 산학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해 산업계의 인력 수요를 반영하고 업계를 지원하면서 연구개발 현황 전반을 분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대학과 기업의 공동연구과제에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R&D 관련 고급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꼽았다. 인허가, GMP, 위험관리, SW 등 전문인력에 대해서는 신규인력과 재직자로 구분,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유 교수는 "우선 의료기기업체의 중장기 인력소요 및 전망, 대학의 인력 양성 현황 등 의료기기인력 수급 실태 조사부터 실시해야 한다"며 "실태조사를 토대로 중장기 인력양성 방안 마련해야 하며, 고급인력 양성방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품화·판로 개척 위한 지원 필요
 
의료기기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 중 또 다른 하나는 R&D부족으로 단순 제조업에 불과하며, 기술력 있는 제품은 지나치게 수입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혹여 R&D에 성공했더라도 제품화 절차가 복잡하다.

의료기기의 경우 공산품과 달리 의료기기법에 따른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제품 개발 이후에도 인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가 필요하며, 판로개척이 어렵다. 따라서 개발 이후에도 상품화 실패 사례가 다수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박희병 전무는 "연구개발 성공과제 중 업체 신청을 받아 상품화가 가능하도록 추가적인 지원을 해야 하며, 인허가 마케팅, 생산비용 등을 지원해 상품화 지원 통한 실효성을 증대해야 한다"며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의료기기산업에서 국내 '스타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변했다.
 
리스템 문상진 대표도 "중소기업 위주로 있는 의료기기업체에 대한 적절한 정보 지원과 보다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인 해외진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5년이 결국 의료기기산업 발전의 최대 갈림길이 될 가운데 문제점들을 해결하면서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를지가 관건. 지식경제부 강명수 과장은 "향후 5년에 바이오헬스 산업 성패가 달려있는 만큼, 5년 내 집중 투자로 경쟁시대에서 생존하도록 하겠다"며 "중동, 중앙아시아 등 병원수요 증가에 따른 맞춤형 디지털병원 수출 모델을 발굴하고, 복지부 등과의 협력을 통한 글로벌 진출안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업계들은 서로 애로사항을 공유하면서 "매년 반복된 문제지만 이제는 관심의 중심에 있는 만큼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특히 정부가 산업발전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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