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함유량 기준 없어 제조사 따라 200배 차이
▲카트리지에 함유된 화학물질 성분도 확인된 바 없어
 
미국 질병예방관리본부(CDC)의 발표에 따르면 흡연자 중 70%는 흡연에 대한 의지가 있고 40~50%는 실질적으로 금연을 시도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효과적인 금연 방식 또는 대체제를 찾고 있는 시점에서 기존의 담배에서 발생하는 연기없이 니코틴을 흡수하는 전자담배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적인 금연 추세에 따라 흡연에 대한 제제가 많은 나라일수록 전자담배를 검색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Electronic Nicotine Delivery System(ENDS) 또는 Electronic Nicotine Delivery Device (ENDD)로 통용되는 전자담배는 2003년 중국의 Ruyan 사가 개발한 것으로 기존의 연초담배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간접흡연의 위험성, 냄새가 없다는 점을 내세워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금연운동협의회의 김은지 사무총장은 "금연에 대한 대체물을 절실하게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발암물질도 유해 물질이 없다고 파고드는 것은 영리한 마케팅 수단"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전자담배가 연기가 없는 첫 담배(Smokeless Tobacco)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시판이 되지 않을 뿐 이미 많은 나라에서는 씹는 담배(chewing tobacco)인 입담배 또는 코로 흡입하는 코 담배(snuff, moist snuff))등이 보편화 되어 있다.
 
연초담배처럼 연기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이 ST 담배에 관해서 막연히 안전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만 니코틴과 김미료, 연마제, 염분, 화학물질들이 함유되어 있고 실제 몇몇 실험에서 일반 연초 담배보다 발암 물질의 종류가 일반 담배보다 더 검출되고 오히려 일반 담배보다 구강이나 호흡기 내 머무르는 속도가 증가하며 구강암, 식도암을 높이는 결과 등이 나타나 실질적으로 연기없는 담배가 일반 담배의 안전한 대체제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 준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규제국제협약(FPTC)은 전자 니코틴 흡연기기의 장기적 사용에 대한 근거가 없고 카트리지가 함유하고 있는 화학 물질의 성분 또한 확인된 바 없기 때문에 전자 담배가 더 안전하거나 니코틴 중독에서도 벗어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허위ㆍ 오도, 기만적이거나 잘못된 인상을 조장할 수 있는 정보의 유포를 금지하고 있다.
 
얼마 전 전자담배와의 소송으로 관심을 모은 FDA 또한 전자담배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데 반해 우리 나라를 비롯한 다른 나라의 전자담배에 대한 태도는 전혀 규제가 없는 국가부터 완전 금지 조치를 취하는 국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얼마 전 국립의료원에서는 이렇게 논란이 분분한 전자담배에 관한 심포지움을 열고 전자담배의 금연효과와 안전성,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은지 사무총장은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전자담배는 니코틴 함유량 기준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아 같은 등급의 제품일 지라도 제조사에 따라 니코틴 함유량이 200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단일 사용, 다회 사용 시의 연구가 없어 전자담배로 흡입하게 되는 니코틴 양을 가늠할 수 없는 것의 큰 문제라며 판매되고 있는 제품 전수 조사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김 사무총장은 "전자담배에 대한 위해성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정책적인 관리 방안을 세울 수 있다"며 "일단 시판되고 있는 전자담배에 대한 질 관리를 시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피해자를 예방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WHO의 "연기없는 담배가 아직 일반화 되지 않은 나라의 경우 도입자체를 막는 법률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권고안에 대해서는 "전자담배의 유해성과 안전성은 모두 근거를 가지고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전자담배는 사용 자제를 권유할 수는 있지만 사용 금지를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다만 "전자담배와 금연의 연관성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과도한 홍보에 현혹되는 소비자들이 없도록 정확한 정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금연협회의 할 일"이라고 입장을 대변했다.
 
한양여자대학교 보건행정과 조준호 교수 또한 전자담배의 위해성 평가의 일환으로 유해성 평가, 독성평가, 노출평가 및 위해도 결정 과정이 포함된 유해성 평가 방법을 제안하고 이와 함께 급성건강영향평가(단면연구) 및 만성건강영향평가(코호트 연구)등과 같은 역학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자담배의 금연 효과는?
▲ 관련 연구희박…그나마 후원사 따라 주장도 상반
그렇다면 흡연의 위해(Harm Reduction)를 감소시키기 위한 전자담배의 역할은 차지하고라도 금연에 대한 효능은 존재하는 걸까?
 
이에 대해서는 서로 엇갈리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현재 전자담배에 대한 근거 수준이 높은 연구는 희박한 상태로 대부분 진행된 연구의 디자인이나 지속 기간 등에 있어서 결함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 마저도 후원하는 기관이 어디냐에 따라서 서로 전자담배에 대한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뉴질랜드의 NZ MED(2010;123(1308):103-5)에 연구를 발표한 Murray Laugesen 박사는 전자담배는 담배연기없는 환경법률(Smoke Free Environments Act)에 부합하는 제품으로 담배 연기에서 발생하는 위해를 줄일 수 있고 이로 인한 유병률과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 제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흡연자들을 연초 담배의 위험으로 부터 보호하는 전자담배를 규제하는 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적어도 2011년까지는 전자담배를 보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Murray 박사는 연구 말미에 이는 Ruyan 사의 전자담배에 한정된 것으로 다른 제조사의 전자담배의 효능은 장담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어 미심쩍은 부분을 남겼다.
 
전자담배의 효능을 옹호하는 또 다른 연구는 Journal of Public Health Policy(32(1):-16-31)에 게재된 것으로 연구를 진행한 Chan Z는 전자담배는 담배관련 질병과 사망에 대해 Harm Reduction 차원에서 대안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는 전자담배에서 검출되는 담배특이니트로사민(Tobacco specific nitrosamines, TSNAs), 디에틸렌글리콜(diethylene glycol, DEG))와 같은 독성 물질의 농도는 최대치가 니코틴 패치와 비슷하며 담배보다는 500~1400배 낮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근거로 다른 독성물질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지만 Harm Reduction으로써는 기존의 담배 제품보다 안전하게 흡연 욕구를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BMC Public Health(10:231)에 발표된 전자담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결과는 금연을 목적으로 하는 전자담배 사용자들이 절반이상을 넘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니코틴 대체 치료와 전자담배 간의 연구의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전자담배 사용자들은 전자담배 사용 이후 호흡기 증상이 개선되었고 악취가 나지 않는 것을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잦은 오작동과 장기 사용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전자담배의 효능을 연구한 결과들이 안전성이나 금연의 효과를 떠나 전자 니코틴 전달 시스템 기능 자체의 의문을 표시하고 있는 연구들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Nicotine & Tobacco Research(2010;12(9):905-12)에는 연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진공과 시간에 따른 연무 밀도를 측정한 연구가 발표되었는데 그 결과 대부분의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에 비해 더 높은 진공이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라이트와 울트라라이트와 같이 니코틴 함유량이 적은 종류일수록 더 강한 흡입 강도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시간의 경과에 따라 연무 밀도가 감소할 뿐 아니라 Puff 회수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니코틴 전달 장치로서의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광고와 다른 함유물이 들어 있어 사용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Journal of Chromatography A(1217(48):7547-55)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발기부전치료제인 아미노 타달라필과 비만ㆍ금연 치료제인 리모나반트가 함유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는 전자담배 성분을 분석한 결과 시알리스 대신 시알리스 유사체, 리모나반트와 함께 리모나반트 산화적 유사체가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 리모나반트는 비만 금연 치료제로 사용되다 자살, 신경학적 증상 및 간질 발작 등의 부작용으로 유럽에서는 퇴출, 미국에서는 사용이 보류 중인 약물로 이 산화적 유사체의 유해성은 평가되지 않은 상태다. 또한 니코틴 불포함이라고 공지한 제품에서 니코틴이 검출되는 등 사용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니코틴에 중독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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