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기업과 공동으로 펼칠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은 생각보다 광범위하고 종류도 많다. 기업의 자금력과 다양한 상품, 그리고 병원에서는 고객을 위한 각종 혜택과 편의를 위해 이루어지고 있다. 나아가 환자를 늘릴 수 있는 수단이 되거나 병원의 이익을 위해서도 모색되고 있다.
이에 최근 병원들이 각종 기업과 결합한 마케팅 중 이색적인 사례를 짚어보았다.


카드사와의 결합 마케팅

카드사와의 결합 마케팅은 흔하게 볼 수 있다. 많은 카드사에서 병원 이용시 5~10% 할인혜택을 제공하는가 하면, 2~3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한다. 이는 고객유치를 위한 카드사의 전체 병원에 대한 서비스이고, 특정한 병원과 특정한 카드사가 결합한 상품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네트워크병원을 중심으로 자체 카드가 생겨나고 있다.

청아치과는 수협카드와 함께 "치아 100카드"를 만들어 병원 한 켠에서 안내를 받고 있다. 부담스러운 고액의 치과 진료비를 치아100카드만의 서비스로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청아네트워크 병원의 경우 2.3개월 무이자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른 병원 이용시에도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다.

이 카드만의 특별한 서비스는 "치아은행 보관관리비 납부 서비스"이다. 보통은 사랑니를 뽑으면 쓸 수 없지만 혹시 모르는 임플란트를 위해 치아은행에 별도 보관하는 공간을 갖추고 있는 청아치과는 카드이용실적 연간 600만원 이상시 보관관리비 납부를 면제한다. 연간 매출 실적 기준으로 다음해 1월 중 대납서비스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더욱이 카드 포인트를 임플란트 등 치과치료에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격 할인이라는 유인, 알선 행위의 의료법 위반에서 벗어난 일종의 회원제 서비스로 볼 수 있다. 임플란트 시술해야 한다면 이 카드를 통해 결제하고 포인트도 쌓고 또 쓸 수 있으니 특별히 광고를 하지 않아도 카드 신청자가 많다. 특히 별도 마련된 회원 공간도 이용할 수 있게 하면서 호응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병원 관계자는 "카드가 출시되자마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며 "고객들에게 한층 더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모색된 것으로 다른 병원과 제휴를 맺어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나SK카드는 의료금융서비스업체인 파이낸스케어는 제휴병원에서 50만원 이상 결제 시 장기분납과 수수료 지원혜택을 제공하는 "N라이프케어카드"를 만들었다. 제휴 병원과 약국 상관없이 사용금액의 7%를 BC TOP포인트로 적립해주기 때문에 제휴병원을 단골로 다니는 고객이라면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또 오라클네트워크는 삼성카드와 함께 전국 30여개 피부과, 성형외과, 치과 등 제휴 병원 및 피부관리업체인 스킨오라클에서 진료비, 치료비 등 모든 카드 이용금액의 0.5%를 포인트로 적립할 수 있고, 일정 구매금액을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라클삼성티클래스카드"를 신청받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고객으로 활용

얼마전 서울아산병원에서는 투자설명회가 개최됐다. 아산병원이 투자를 받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증권사에서 주최한 것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22일 "건강·자산관리"라는 주제로 서울아산병원 소강당에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 증권사 객장에서 정형화된 형식으로 진행되던 기존 투자설명회에서 벗어나 증권사와 병원 각각의 장점을 살려 고객의 다양한 니즈 충족을 위해 마련됐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올바른 건강관리 비법, 암 알면 이긴다!"라는 주제로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김종철 교수가 강의했으며, 이어 하이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 이기헌 센터장과 김승한 시장전략팀장이 "VIP 자산관리 방법"과 "증시전망"을 설명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하이투자증권 마케팅팀 담당자는 "단순히 증시전망에 치우친 내용을 벗어나 건강과 자산이라는 고객들이 주목할 만한 유익한 내용으로 설명회를 구성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컨텐츠의 설명회를 통해 고객만족도를 높이겠다"고 피력했다.

증권사는 병원 직원들 고객의 유치기회가 되고, 병원으로서도 자산관리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서 외부인들을 병원으로 끌어들이고 서로가 윈윈인 셈. 더욱이 이번 설명회 참가자 중 추첨을 통해 70만원 상당의 서울아산병원 건강검진권을 경품으로 내걸어 병원 고객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신세계와 백화점 상품권으로 건강검진 비용을 지불하는 내용의 제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협약에 따라 서울성모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들은 신세계 상품권으로 검진비용을 결제할 수 있게 됐다. 고급건강검진을 할 수 있는가 하면 검진을 쉽게 선물할 수 있게 됐다. 신세계백화점이 인근에 있기 때문에 간혹 상품권으로 내는 고객들도 있다는 후문이다.

자금력 기반으로 병원 투자유치

한층 더 나아가 기업은 병원 투자유치를 가능하게 한다. 대형병원들을 세우거나 병원이 진료 수익 외에 또다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만한 방법을 찾는 것을 대행할 수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국제병원 투자 우선협상 대상자로 삼성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21일 발표했다.삼성컨소시엄은 일본 다이와증권캐피털마켓이 60%,삼성증권·삼성물산·KT&G 등 국내 기업이 40%의 비율로 지분을 투자한 글로벌 컨소시엄으로 투자 규모는 6000억원에 이른다. 삼성이 글로벌병원에도 진출하는 것 아니냐며 관심을 끌었다.

인천경제청은 이 컨소시엄과 "우선협상 조건 및 이행 사항"에 대한 MOU를 체결한 뒤 송도국제병원을 운영할 외국 병원들과 협상에 나서는데, 존스홉킨스병원과 서울대병원이 가장 먼저 접촉할 운영기관 협상 대상자가 됐다. 인천경제청은 "운영기관이 최종 선정되면 송도국제병원 운영 계획을 포함한 세부 사업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송도국제병원은 그동안 해외 투자자 및 유수의 외국 병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국내 관련 법률 미비로 사업이 지연돼 왔다"며 법안개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차병원그룹은 아예 자체 벤처캐피탈을 세워 투자업에 본격 진출한다. 차병원그룹 총괄 부회장이자 차병원그룹 계열사인 차바이오앤디오스텍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벤처캐피탈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차바이오메드와 차바이오푸드 등 계열사들이 지분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벤처캐피탈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즉, 벤처캐피탈사는 차병원그룹의 주력 업종과 관련있는 바이오 및 헬스케어 부문에 집중 투자하게 된다. 그룹측은 "신설될 벤처캐피탈사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임원급 투자 인력도 물색하고 있다"며 "다양한 계열기업들과 연계된 사업을 펼쳐 시너지를 내면서 투자수익에도 관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