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토론회, 국내제약사 "법정분쟁→도산 수순" 밟을 것


"한심한 정부 때문에 전세계 유일하게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를 만방에 열어놓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21일 곽정숙 의원(민주노동당) 주최로 열린 "FTA 불평등의 서막, 누구를 위한 약사법 개정안인가" 토론회에서 의약품 허가특허연계 조항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의 입법예고가 철회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발제를 맡은 한신대 이해영 교수(국제관계학과)는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에 대한 약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약값 인상으로 민생에 타격을 주고 보험재정 악화로 조세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특히 한미 FTA 협정에 포함돼 있지 않은 EU 다국적 제약사 제품에도 동일한 규제가 적용돼 심각한 불평등 외교의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의약품의 원개발자가 제출한 자료를 기초로 제네릭 제약사가 식약청에 허가 신청을 하면 이를 원개발자에게 통보하고 특허권자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판매를 금지하는 제도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허가특허연계 제도는 초국적 제약사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유럽 내에서도 제도 도입 시도가 있었지만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스웨덴, 벨기에 등 국가가 이 제도 도입을 거절해 시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FTA 협정에 포함돼 있지 않은 EU 다국적 제약사 제품에도 동일한 조항을 적용, 한-EU간 불평등 협정이라는 심각한 굴욕 외교의 선례로 남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 교수는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초국적 제약사에게는 부당이득을 제공하지만 국내 제약사에게는 역차별로 작용하는 불공정한 제도가 될 것"이라며 "모든 FTA를 통틀어 가장 독성이 강한 제도로 매년 1조원 가량 추가 부담이 필요하다는 추계도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제약기업들과 다국적기업들과의 특허 소송으로 법정분쟁이 거세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이 교수는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의 문제점 중 하나가 제네릭 제약사를 상대로 한 특허침해 소송의 증가인데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어떤 유예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며 "법안이 실행될 경우 제네릭 제품만 생산하는 국내 제약사들은 연이은 법적 소송으로 연쇄 도산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춘택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위원은 "허가특허연계조항은 한미FTA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의약품 가격과 건보재정과 환자들의 접근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정부가 알면서도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2006년 보건산업진흥원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허가특허연계 방안 이행시 5년간 2500억~8600억 가량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연구를 해 놓고도 이를 비공개로 유지했다는 것.

홍 정책위원은 "한미FTA는 아직 논란이 마무리 되지 않아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국회 비준이 불투명한데 복지부가 앞서서 법안을 발의하고 밀어붙이고 있다"며 "제약산업과 국민건강보험, 국민의 의약품 접근권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한 후 입법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도 "약사법 개정안이 미국이나 EU 제약회사의 특허권을 강화하는 역할을 스스로 자처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약사법이 개정된다면 허가특허연계제도의 규정이 확장돼 더 큰 독소조항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약사법 개정안 입법예고의 주체인 복지부와 관련 기관인 진흥원 등 정부 측 패널이 모두 불참해 반쪽 토론회에 그치고 말았다.

곽정숙 의원은 "허가특허연계 조항은 협약 체결 시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 부분으로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함에도 입법예고의 당사자인 정부 측에서 나오지 않아 어이가 없다"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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