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각 구의사회와 이제 막 시작된 시도의사회에서 제기된 이야기는 하나같이 일차의료에 대한 위기의식이었다. 보건복지부도 지난해 연말부터 일차의료 활성화를 꼭 해내겠다고 제시한 가운데, 의협과 병협을 통해 의견을 제출받고 있는 과정이다.
올해는 과연 일차의료가 활성화되고 의료전달체계가 올바른 방향을 갖춰나갈 수 있을까.


"일차의료 어렵다" 성토의 장

이제 막 끝난 구의사회는 한마디로 일차의료의 성토의 장이었다. 종로구의사회 강현수 회장은 "2010년에 종로구의사회에서는 2개 의원이 개원한데 반해 8개 의원이 폐업 및 휴업을 하는 등 일차의료의 형편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논란만 있고 대책은 없는 정책이 아닌, 동네의원을 실질적으로 살릴 수 있는 혜택이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지난달 25일 시도의사회 스타트를 끊은 대전시의사회 정기총회에서도 의료계에 대한 각종 규제 및 지역 간 의료양극화와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인한 1차 의료의 위기에 대한 회원들의 우려로 가득했다. 급기야 회원들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회비를 10.3% 인하하는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실제로 올해 신년교례회에서 의협이 가장 강조한 중점추진 과제는 일차의료 활성화이다. 경만호 회장은 "올 한 해 동안 일차의료활성화 관련 건강보험 제도 개선 및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에 매진하겠다"며 "의원들은 물론이고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하고 어려운 병원들도 많으며, 의료기관 기능을 재정립하는데서 발생하는 의원과 병원의 손실분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정부의 추가적인 재정지원 없이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정부의 지원 아래 올바른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올해 임기 중에 어떻게든 총력을 다하겠다고 지역의사회 등에서 강조하고 있다.

복지부 제시 카드 시작부터 "삐걱"

지난해 말부터 복지부도 일차의료 활성화에 적극적인 움직임이 포착됐다. 올해 초에는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방안의 일환이자 일차의료기관 활성화를 위한 방편으로 두 가지 핵심카드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일차의료 활성화로 지출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아래 일차의료 전담의 도입, 종별 본인부담 조정 등을 꾀한다는 전략을 담고 있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두 카드 중 하나인 일차의료 전담의 도입, 즉 선택의원제는 환자들이 의원을 지정, 선택하게 하고 급여 등으로 제한을 두게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협 한 임원은 "일차의료는 각 진료과별로 흩어져 있고 대부분 전문의인 상태에서 단순하게 의원을 전담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또한 결국 이는 환자수를 통제해서 총액계약제로 흐르게 하거나, 의원 사이에서도 또다른 규제로 만들어 빈익빈부익부만 심화될 뿐"이라고 성토했다.

또다른 카드는 대형병원의 환자쏠림 완화대책으로 오는 7월부터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의 경증 외래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인상하기로 한 것이다.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제도개선 소위원회는 1월 11일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상급병원 30%에서 60%으로, 종합병원 50%, 병원 40% 등 병원 규모에 따라 차등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병협측은 "결국 소비자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꼴"이라며 "본인부담률이 높다고 해서 병원에서 의원으로 발걸음을 돌린다는 보장도 없고, 결국 어쩔 수 없이 병원을 방문하는 중증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의협·병협 이견…의료계 합심 불가?

그러나 의료계 내부에서의 합심은 어려운 상태다. 이같은 지적은 의협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의협 경만호 회장이 "복지부가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최종안을 결정하지 못하고 미루고 있는 것은 의료계의 내부적 갈등이 원인"이라며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가 일차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서는 3차 의료기관으로 갈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는데, 소위 "빅5"로 불리는 대학병원들의 반대 때문에 논의가 답보상태"라고 수차례 제기한 것은 이를 반영한다.

의원은 외래 중심으로, 병원은 입원 중심으로 합의한 것처럼 보이는 표면을 한꺼풀 벗겨보면 1차의료기관의 정의부터 엇갈리고 있다.

의협이 복지부에 제시한 의견은 ▲의원급 의료기관이 1차 의료기관이라는 일반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1차의료기관 정의를 재규정할 것 ▲원칙적으로 모든 외래환자 1차 의료기관을 경유 ▲진료의뢰시 의뢰서 작성 강화 및 패널티 부과 등이다.

또한 기관별 분류를 위해서는 모든 의원급 의료기관과 1차 의료기관으로 남기를 원하는 일부 병원급 의료기관을 1차 의료기관으로, 나머지 병원급 의료기관과 종합병원은 2차, 상급종합병원들을 3차 의료기관으로 정하자고 주장했다.

병협의 경우 의료기관 기능재정립이라는 큰 틀에는 동의하면서도 1,2,3차 의료기관 구분과 본인부담률에 대해 의협보다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병협 장호근 보험이사는 "단순히 경증질환만을 치료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외래환자는 극히 일부분이고, 중증질환의 복합상병 중 경증질환 치료 등을 위해 대형병원을 찾게 된다"며 "질환명에 따른 경증, 중중질환의 단순 구분은 문제가 있고, 역시 질환기준에 따라 1, 2, 3차 의료기관을 구분하는 것도 한계점이 있기 때문에 경증질환도 분류에 따른 환자상태 중증도를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치의제도 도입·경쟁력 강화 주문

시민단체는 주치의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김경자 사회공공성강화위원장은 "주치의제도는 전체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하되, 질환별 접근보다는 개별 환자별 특성에 따른 접근이 필요하고, 지불방식은 등록관리료와 행위별수가를 혼용적용하는 방안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건의하며, "의원은 무병상 원칙이 필요하며 3차 의료기관이 일차의료를 제공할 경우 수가에서 일정비율을 삭감하는 등의 규제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가톨릭의대 이재호 교수는 "우리나라 일차의료는 형태가 제대로 없고 영세한 의원이 많기 때문에 세계적 추세인 주치의제도 도입을 통한 일차의료의 기반강화가 필요하다"며 "주치의제도로 특정과만 유리하거나 인두제 등으로 변질될 가능성은 오해일 수 있고, 의협 집행부가 회원들이 선입견과 피해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인식을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김양균 교수는 개원가의 경쟁력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단과 진료과가 아닌 포괄적 치료가 가능한 다진료과의원 네트워크가 현재 전문의 배출 실정에서 가능한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이라고 본다"며 "일차의료라는 용어는 "1단계"로 바꿔 소비자에게 관문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상급종합병원이라는 용어도 다른 종별기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어 변경이 필요하다"며 용어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병협은 출입기자단, 관계자들과 함께 의견 수렴을 위한 워크샵을 가지고 의협도 3월 중에는 어떻게든 의협 입장을 복지부에 관철시켜 보겠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나돌고 있다.

의원협회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일차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료계 단체가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의원협회를 지지하는 이들도 많은 것"이라며 "복지부를 비롯해 의협, 병협이 제 역할을 다해야 동네의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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