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유일…세브란스·충남대병원 일부 기능만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공공의료 확대 계획에 "어린이병원 포함"을 적극 검토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지시한 것과 관련 의료계는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을 하지만 현재의 여건상 정부·사회 차원의 특단의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일과성의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독립된 3차기관 어린이병원을 운영하는 곳은 사실상 서울대병원이 유일하다. 충남대 어린이병원은 독자경영의 어려움을 겪다 타과 일반진료에 문호를 개방하며 무늬만 남아있고 세브란스병원도 기능적으로만 소아진료부를 운영하고 있다.

피수영 대한신생아학회장(서울아산병원)은 "어린이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다. 특이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전제한뒤 미국은 1백만명 이상 도시 또는 주마다 1곳 이상의 어린이병원이 있고 일본도 22곳의 소아전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린이 환자들을 돌보기 위한 우리의 정책과 인식이 크게 변해야 됨을 느낀다며 한탄했다.
성장하는 어린이에 대한 진료는 질병치료와 함께 정서적인 안정이 필수적이므로 성인과 분리된 환경이 필요하며, 체계적인 통합치료를 통한 진료의 질 향상, 국제적 경쟁력 확보 차원 등에서 어린이 전문병원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소아환자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소아환자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도 검토가 되고 있다. 게다가 소아질환에 대한 교육·연구·진료 및 전문인력 양성 등 장점이 많다.
그러나 이같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어린이병원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서울아산병원이 중장기 계획에 포함시켜 논의하고 있는 것 정도를 제외하면 현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의료계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우선은 4~5곳의 어린이 전문병원이 필요하고 향후 10곳 이상의 병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한 곳만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왜일까? 이유는 명백하다. 어린이병원은 정상적인 수지 경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이병원은 환자의 특성상 부수되는 인력과 시설 등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경비가 크게 발생한다. 그리고 환자보호자가 경제적 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고 10~20% 가량은 의료보호 환자로 구성돼 있어 경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는 지난해 서울대 어린이병원이 77억원의 적자를 보인 것에서 쉽게 알 수있다. 이 병원은 지난 1985년 개원한 이후 누적적자만 957억원에 이르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운영이 필요한 공공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매년 늘어나는 경영적자로 인해 이젠 서울대병원의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다.
의료인들은 건강보험수가 체계는 이같은 점을 감안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한결같이 수가의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 황 서울대 어린이병원장은 "260병상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부지원은 전혀 없다"며 현체제에서는 노후장비 및 시설 교체 등의 재투자가 어려운 상태로 실질적인 정부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소아환자는 더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수가가 동일하여 수익성이 떨어지고, 놀이실·학습실 등 어린이 공간확보 필요, 빈도수는 낮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장비 및 인력 확보 등으로 적자폭은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적자가 불을 보듯 뻔한 어린이병원을 누가 설립하겠는가 반문하고 선진외국과 같이 어린이환자의 치료 및 재활을 위한 각종 기부문화가 정착되고 정부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몽렬 서울대 어린이병원 기획팀장도 "어린이병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절대 수익모델이 될 수 없다"며 국가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지난 어린이 날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찾아 올해를 어린이 안전 원년으로 선포, 어린이 병원 신설 검토를 밝히고 소아암 환자들을 위문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아 보배라 했다. 대통령의 액션을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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