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써서 붙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
자의적 서비스 예방 위해 매뉴얼 작성

4. 말이 많은 환자, 똑같은 것을 반복해서 묻는 환자

의사라는 직업이 어려운 이유중의 하나는 환자 한명 한명이 인간으로서 소중하기 때문이다. 소중하기 때문에 인격적으로 대해 주어야 한다. 게다가 한사람을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수십명, 수백명의 사람을 대하려니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가히 짐작할만 하다.
환자를 볼 때 부담이 가는 환자는 질문을 많이 하는 환자이다. 질문을 많이 하는 이유는, 환자는 아이같은 심리에 있기 때문이다. 정도만 다를 뿐이다.

똑같은 것을 내내 병원에서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똑같은 것을 반복해서 묻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일이다.
이런 경우는 답을 적어서 붙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리고 그외의 질문도 답을 적어서 붙여 주어라. 질문이 적어질 것이다.
한번은 외래에서 80세 할아버지가 얼굴에 있는 점처럼 보이는 것이 기저세포암으로 판단되어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외래진료는 대개는 환자가 밀려있기에 간호사들이 바쁘다. 따라서 어느 환자 한명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 하기는 어렵다.

필자는 할아버지에게 수술 전 검사, 그리고 수술전 입원, 수술 등이 이뤄질 것이고 언제 오시면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할아버지는 연로하신 관계로 이해하기가 어려우셨던 것 같다.
단지 점이나 제거할려고 했던 생각인데 전신마취 하에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 못하고 단지 당일에 해 달라고 계속 얘기만 반복하였다.
필자는 설명하다가 지쳐서 관두었지만 같이 근무하는 간호사는 몇번이고 단어를 바꿔가면서 처음부터 환자가 알아들을 때까지 반복설명을 하였다.
할아버지가 다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간호사가 뭔가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에 할아버지도 이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떼 쓰는 것을 중단하고 다시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었다.

필자는 그 순간 사실 감동을 받았다. 서비스를 공부한다는 사람도 귀찮아서 못하는 경우,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하는 것을 숙련된 간호사가 하는 것을 보고 적잖이 창피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경영의 측면에서 보면 위와 같은 환자는 간호사나 상담전문요원에게 맡기고 의사는 그 시간에 다른 환자를 계속 진료하는 것이 더 낫다.
그러나 잘 못알아듣는 환자에게도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설명하는 간호사가 가진 덕목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5. 퇴원거부·진료비거부

이것은 의사가 공동으로 대처를 해야 하는 부분이다. 의료진의 책임이 일부 있는 경우에는 다르겠지만 환자의 막무가내 논리인 경우는 의료인이 같이 대처를 해야 한다.
개원의의 경우는 진료를 하고 돈없다고 하는 환자에게 계속해서 돈을 요구하면 지역사회에서 자리잡기 힘들다고 한다. 의료가 지역성을 가지기에 갖는 필연적인 이유다. 의사만 그런 것은 아니므로 너무 마음 쓰지 말자.
대부분 봉사하는 마음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그런 경우조차도 아닌 경우는 은행이 국민의 신용도를 공동으로 관리하는 것처럼 상습적인 것은 관리하여야 한다.
금전적인 여유가 없는 환자를 위해서 보건소나 의료보장 제도가 있다. 그런 부분을 활용해도 되는 사람은 그렇게 활용을 안내하고 그렇지 못한 상습적인 경우는 공동대처를 해야 한다. 올바른 문화는 대가를 지불하는 데에서 나온다. 무조건적인 봉사는 능사가 아니다. 슈바이처가 많은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6. 무조건 아프다고 하는 경우

환자 진료시에 아픈 곳을 명확하게 알 수 있으면 오히려 쉽다. 문제는 아픈 원인을 찾기에 어려운 경우이다. 환자가 계속 아프다고 호소하는 경우 진짜 아픈 경우는 진찰을 해서 반드시 통증의 원인을 알아야겠지만, 꾀병이거나 의료진을 혼란에 빠뜨리게 할 목적이라면 검사비를 알려주는 것이 가장 좋다.
물론 전자나 후자인 경우에도 둘 다 환자의 말을 간과하면 안된다. 반드시 그에 대한 응대를 해주어야 한다. 일단 환자의 맘에 공감하도록 하고 원인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검사비가 많이 들어가고 결과는 보장할 수 없다고 얘기해 주는 것이 좋다. 아플 리가 없다는 내색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고객만족 경영을 위한 젊은 의사의 제언

의사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의무중의 하나는 최선을 다해서 환자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가 환자들을 진료시, 의사가 최선을 다하는지 안하는지 환자가 알길이 없다.
전문성이 짙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자와 국민들은 의사들을 윤리적 또는 법적으로 이를 견제하려고 하였다. 즉 "의사가 그럴수 있느냐"라고 원망을 하는 등 의사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은 예전부터 있었다.
여기에서 얘기하고 싶은 말은 의사들이 하는 일을 환자들이 잘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의사들이 자의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자의적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서 자기가 좋으면 하고 싫거나 귀찮으면 안하는 것이다.
병원에서 환자를 하루에 1~2번 정도 만나면서 환자가 궁금해하고 불편해 하는 것을 덜어주면 좋겠지만, 환자의 상태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경우에는 자주 간다고 병세가 호전되는 것은 아니므로 자주 갈 필요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두번 정도 가서 살펴주면 그 만큼 환자는 안심이 된다.

만약 그렇다면 2번을 정례화시키는 것이다(물론 이런 것을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본 것이다).
외래환자를 보고나서 전화나 메일로서 의문점을 해결해주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그러하지 못한다. 업무가 많거나 환자의 궁금증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느 선까지 해야 환자가 편히 여기고 좋은 진료를 받았다고 할까, 다정하고 친절하게, 아프지 않게 잘 설명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면 이런것들이 의사 개개인의 심리상태에 좌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정례화를 시켜야 한다.
또한 의사 개개인 마다 설명하는 방법도 다르고 환자를 대하는 태도도 종이에 쓰면서 설명하는 사람, 말로 설명하는 사람, 하루에 환자를 살피는 횟수도 다르듯이 딱 정해진 것이 없다. 하지만 같은 병원내에서는 일정하게 룰을 만드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일정하게 정해진 것이 없으면 자의성에 의하여 일이 이뤄지게 마련이고 자의성은 자산 축적인 고객축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의적인 것이 앞서면 의료는 시혜의 차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해줘도 되고 안해줘도 별로 티가 나지 않는 의사의 태도, 해주고 안해주고가 의사의 마음대로라면 이를 토대로는 발전이 이뤄질 수 없다. 따라서 병원마다 서비스 매뉴얼을 통하여 정례화시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 병원에 가면 최소한 이런 대우나 이런 배려를 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생겨야 한다. 그럴려면 의사의 고객 서비스에서의 기준이 설정되어 최소한 일정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시혜적인 의료에서 벗어나는 것, 이것이 의사 및 의료 문화의 발전된 모습이다.
매뉴얼에는 비단 기본적인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응급실에 환자들의 난동시 대처방법 또는 의료진의 실수로 잘못했을 때에도 고객의 불만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까지 매뉴얼에 적혀있음으로써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모든 서비스에 정성을 다해서 하면 좋겠지만 인간이 하는 일이라 하기싫을 때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서비스는 항상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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