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점 및 개선방안 -

단검사의학 검사, 질 관리 규정 마련을
국민들 지지 얻으려면 신뢰성 제고가 우선

우리나라의 국가건강검진은 1980년 의료보험관리공단 피보험자에 대한 건강진단을 시작으로 2005년 국가 암조기검진과 2007년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검진의 범위와 수혜 규모를 확대해 왔다.
 
국가건강검진 "형식적"이란 인식 지배적
 
그러나 국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인식 속에는 국가건강검진이 형식적이며 민간의 검진에 비하여 질이 떨어진다는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국가주도 건강검진기관에서 실시되는 진단검사의학 검사에 대한 불신으로 사료된다.
 
진단검사의학 검사는 주로 혈액 및 소변 검체를 대상으로 하므로 검체 채취가 비교적 쉽고, 수진자의 거부감이 적기 때문에 영상의학검사와 함께 집단건강검진의 주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영상의학 검사가 인체의 영상을 획득하는 순간의 체내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에 비해 진단검사의학 검사는 검체를 채취한 순간부터 체외에서 체액 성분의 변화가 시작되므로 검체운반과 보관 시 유의해야 한다.
 
또한 진단검사의학 검사는 "기계가 알아서 다 해주는 쉬운 검사이다"라는 일반대중의 생각과 달리 시약 및 장비의 관리 정도 및 적절한 사용여부, 검사자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 값이 달라질 수 있다.
 
즉 진단검사의학 검사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검체의 채취부터 운반, 검사, 결과 보고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지속적 질 관리, 즉 검사의 품질보증을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검사의 품질보증을 위한 수단으로 검사실 인증, 면허 또는 증명, 외부신빙도조사, 내부정도관리, 그리고 표준관리지침들을 이용할 수 있다. 일부의 국가에서는 검사의 품질보증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미국의 "CLIA 88"이 대표적인 예다. OECD의 2007년 보고에 따르면 18개 OECD 국가 중 미국, 독일을 포함한 11개 국가에서 진단검사의학 검사실에 대한 면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들이 진단검사의학 검사의 지속적 품질관리를 얼마나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외부신빙도조사 참여 기관 5% 불과
 
반면 국가건강검진에서 진단검사의학 검사실의 현 상황은 한마디로 "방임"이다. 현재 민간 전문 학술단체 주도로 외부신빙도조사 사업과 우수검사실 인증 사업을 통해 검사의 품질보증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그 참여는 전적으로 각 검사실의 자율적 참여 의지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부 대형 검사실만이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가건강검진을 실시하는 대부분의 진단검사의학 검사실에서는 양질의 검사행위에 필수적인 요소인 외부신빙도조사 사업 및 검사실 인증 사업의 참여가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원을 받아 일반검진기관을 대상으로 2006년 100기관, 2007년 200기관, 2008년 400기관, 2009년 240기관, 2010년 200기관을 대상으로 시범평가 혹은 자문을 실시해오고 있다.
 
시범평가 시행 초기, 즉2006년 질 관리 평가 결과를 분석해 보면 검사업무지침서도 없이 검사를 수행하는 기관이 전체의 80%나 되었고, 검사 장비를 제대로 구비한 기관은 20%, 질 관리의 한 부분인 외부신빙도조사에 참여하는 기관이 5%에 불과하였고, 검사 수행에 문제가 있거나 불량한 기관이 68%나 되었고, 검사실 종사자는 검사수행과정에 관한 교육을 받기를 원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도출되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평가점수가 향상되었다. 또한 암조기검진기관을 대상으로는 2008년부터 인증 평가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2010년에는 암조기검진기관을 대상으로 서면평가서를 개발하여 시범 적용하여 보았다. 서면평가서는 검사자에게 양질의 검사행위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고 검사자가 지침을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 자가평가를 하며, 이 평가에 대한 근거서류를 작성하는 과정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대상 기관 중 무려 95% 검사실이 서면평가에 참여해 진단검사의학 검사의 질 관리에 대한 인식을 높이면서, 단순한 평가뿐이 아닌 교육과 실습의 기회가 되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에서 국가건강검진을 실시하는 진단검사의학 검사실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수의 질 향상 프로그램 자료를 분석하여 보면 각종 질 향상 프로그램에 참여 후 확실히 검사의 질이 향상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대한진단검사의학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이러한 질 향상 프로그램은 우수검사실 인증사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과 비교하면 아직 많은 차이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실정으로 향후 질적인 향상이 요구되고 있다. 국가건강검진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건강검진의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인 진단검사의학 검사에 대한 신뢰성 제고가 선행되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를 위해서는 향상된 질 관리 방법에 대한 국가적인 표준관리지침, 검사자에 대한 지속적 교육과 관리, 외부신빙도조사 사업 및 검사실 인증제도 도입과 같은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인 여건이 성숙하면 미국의 "CLIA 88"과 같은 법안 제정을 통해 진단검사의학 검사실의 각종 질 관리에 대한 규정을 정하고 시행하는 것이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된 검사 뿐 아니라 각종 진단검사의학 검사의 질을 향상시키는 최선의 방안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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