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할 땐 세금폭탄…의료계

심방세동과 그로 인한 뇌졸중 발생 최근 정치권에서는 "복지 담론"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대장정에 돌입한 여야 정당과 차기 대선주자들의 성패를 가를 카드로 "복지"를 들고 나온 것.
지난 대선 때의 화두가 "경제"였다면 내년도 대선에서는 "복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에 각 정당의 복지정책 경쟁에 속도가 붙고 있는 가운데 차기 대선주자들도 앞다퉈 나름의 복지구상을 내놓는 등 복지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연일 뜨겁다.
복지의 중요한 분야인 의료 역시 논쟁의 중심에 있다.
 
▲야권 "보편적 복지·무상의료" 전면에
민주당은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을 포함한 "보편적 복지"를 표방하면서 빠르게 복지 이슈를 선점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내놓은 무상의료 정책은 입원진료비 보장율은 90%까지 늘리고 진료비 본인부담 상한액은 40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으로 낮추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중장기적으로 총액계약제를 도입하고 주치의제도를 시범사업을 거쳐 전면 실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민주당은 이같은 무상의료에는 약 8조원 정도의 재원이 추가될 것으로 보고 보험료 부과기반을 확대하고 국고지원을 30% 수준으로 확대함으로써 재원조달이 가능하다고 추계하고 있다.
복지 담론을 가장 먼저 내세운 진보정당들도 무상의료를 필두에 내세우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무상급식의 다음 단계로 무상의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법안도 내놓고 있다.
진보신당은 당 강령에 "복지국가 건설"을 명시하고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선 "공공부문을 대폭 확대해 국민의 기본생활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을 속이는 것…재원 한계
민주당이 무상의료를 표방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 추진계획을 밝히자 여당과 보수진영은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은 "건강보험 재정의 파탄을 초래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반박하며, 보건복지부 진수희 장관까지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참석시켜 무상의료의 비현실성을 강조하고 있다.
진수희 장관은 무상의료에 대한 검토보고를 해달라는 한나라당의 요청으로 의원총회에 참석해 "무상의료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진 장관은 "우리나라는 영국 등과 달리 공공의료가 10%이고 나머지가 민간이기 때문에 광범위한 의료기관의 동의 없이 국가가 무상의료를 할 수는 없다"며 "또 돈을 더 내고 보장을 잘 받는 것을 "무상"이라고 하는 것인가"이라고 반문했다.


한나라당 지도층도 무상의료에 따른 재원 문제를 지적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무상의료 주장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라며 "민주당이 무상의료를 위해서 8조1000억원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무상의료에 따른 의료이용증가와 신의료기술, 신약개발 등을 고려하면 30조원에서 38조원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심재철 정책위의장도 "병원협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1인당 건강보험료를 지금보다 3배는 더 늘려 1인당 월평균 3만 7000원 내던 건강보험료를 9만 5300원까지 내야 겨우 맞출 수가 있다"며 "결국 민주당의 무상의료 주장은 거짓말이며, 무상급식에 이은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다"고 비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지속가능한 복지"를 당론으로 내세울 방침이다. 민주당의 무상의료 등에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지속가능 복지를 위한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한편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맞춤형 복지"라는 개념을 들고 나왔으며 국가미래연구원에 의료·복지전문가들을 대거 참여, 싱크탱크 역할을 맡게했다.


▲의료계 반대…"실현 가능성 없어"
야권을 중심으로 한 무상의료 주장에 대해 의료계는 실질적 실현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는 있으나 만약 도입된다면 의료계를 옥죄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모 개원의는 "지금도 본인부담금은 낮은 편인데 무상의료가 되면 의료 문턱이 더 낮아지고 그렇게 되면 의료수준 역시 담보할 수 없게 된다"며 "정치인들이 의료문턱 낮췄다고 업적을 자랑하는 동안 의사들은 환자들과의 갈등으로 숨도 못 쉴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총액계약제도 문제고 비급여 전면금지 방안으로 비급여를 통한 보상도 어려워지면 개원가는 생존권을 위협받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권용진 서울의대 교수(의료정책실)는무상의료에 대해 "실현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안 일어난다"고 못을 박았다.
권 교수는 "민주당이 보건의료 문제를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무상의료를 들고 나온 것이며, 민노당과 진보신당을 야권연대로 끌고 가기 위한 전략인데 잘못된 선택이라도 본다"고 말했다. 무상의료는 앞서 민주당이 쾌거를 이룬 무상급식과는 성격 자체가 다른 문제라는 것.
권 교수는 "두바이 같은 왕국 체제에서는 무상의료를 하고 있지만 어느 나라에서도 완벽히 실현된 나라는 없다"며 여권에서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 반박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권 교수는 "재원이 마련되면 무상의료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불가능한 것을 현실 가능성에 문제를 두고 재원마련을 논하는 것 자체에 반대다"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대학생포럼은 성명을 내고 우리나라 의료의 발전을 위해서 무상의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우리나라의 의료수준은 다른 나라에서 원정치료를 받으러 올 만큼 그 수준과 기술을 자랑하고 있는데 이러한 의료 기술의 급성장 이면에는 의료서비스의 경쟁과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어느 정도의 건강보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국민 정서상 세금은 덜 내도 복지는 많이 누리고 싶다는 기대심리가 적지 않다. 여기에 저출산 고령화라는 인구흐름으로 인해 조만간 생산인구는 감소세에 접어들 것이다.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정치인들이라면 표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 아닌 보건의료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정책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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