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송전문변호사 "약물 부작용 쉬쉬한 책임"

"소송전문 변호사들이 제약사를 노리고 있다." 미국 주요 일간지 "뉴욕타임즈(NYT)"는 최근 이같은 제목의 특집기사를 게재, "굴지의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 왔던 이 분야 최고의 변호사들이 약물 부작용에 관한 민원을 등에 업고 제약사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같은 집단소송 움직임은 약가인하와 카피약 및 OTC 약물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정책과 맞물려 제약사들에게 이중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미국 의료계는 과도한 의료소송과 이에 따른 의료배상책임보험료의 상승으로 의사들의 방어적 진료가 성행하고 파업이 속출하는 등 의료소비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제정된 법률이 의외의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미국 제약계는 이같은 공급자와 소비자간의 소송갈등 양상이 약업계에도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벌써부터 제약사의 신약개발노력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매년 재판 및 조정비용으로만 수십억달러를 지출하는 제약사들이 소송제기의 가능성이 높은 약물의 개발을 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소송 등 문제발생의 소지가 높은 피임약의 경우 제약사들이 대부분의 개발계획을 중지한 것으로 NYT는 전했다.
제약사들이 자사제품의 부작용과 관련해 소송의 위험에 노출돼 있었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소송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점에 이들은 주목하고 있다. 보도에 인용된 한 제약사의 경우, 8,700명이 약물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한 상태며 당사자간 조정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소송을 준비중인 소비자만 해도 3만2,000명에 달한다.

변호사들은 제약사들이 약물과 관련된 위험사항을 숨기고 있으며, 이를 감시하고 관리해야 할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소비자들을 보호하는데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약물개발 전문가들은 신약승인의 근거가 되는 FDA의 비용·효과분석자료에 대한 판단을 배심원에게 맡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전문성이 결여된 배심원의 판결이 정확성과 일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약계 내부에서는 약물개발 노력이 수백만명이 사용하는 우울증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병에 집중됨으로써, 소송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수가 늘수록, 부작용 발생 빈도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천명 정도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서, 극히 드물지만 위험할 수도 있는 부작용을 모두 밝혀내는 것이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약물개발전문가와 FDA 측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FDA 약물평가·연구센터의 자넷 우드스탁 소장은 룕모든 약물에는 부작용이 있고, 가장 안전한 결과를 근거로 승인된 약물에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과거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NYT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약물 관련 소송이 증가하고 있는데 대해 변호사들은 소송체계의 변화를 이유로 제시하기도 한다. 제약사와 소비자의 법정논쟁이 이제 더 이상 거대기업과 개인이 싸우는 양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송전문변호사제도의 활성화에 따라, 원고측 변호인이 수년간 이어질 수도 있는 사전심리절차와 과학적 증거확보를 위한 재정적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승소할 경우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금전적 보상이 이들 노력의 인센티브로 작용한다. 인터넷이나 TV 등의 발달로 약물에 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미래의 약물 관련 소송을 증가시킬 수 있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FDA에 의해 약물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조치가 내려질 경우, 변호사들이 피해사례를 찾아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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