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감기에 항생제 처방…내성만 늘려
이비인후과 처방률 67%…환자 잘못된 인식·복용법도 문제

항생제 내성 증가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핀란드는 1990년대 초 연쇄상구균 감염 환자의 에리스로마이신 내성 증가 이후 항생제 내성 감소를 위한 국가적 노력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국가적 권고안이 마크롤라이드계 항생제의 적절한 사용을 위해 개발됐고, 이로 인해 마크롤라이드계 사용 감소에 이어 에리스로마이신 내성률이 감소했다. 내성률 증가,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부적절한 처방과 환자의 잘못된 기대
 
현재 국내에서 급성 상기도감염 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기관 규모별 29~53.3% 수준이다. 급성 상기도감염은 급성 비인두염, 부비동염, 인두염, 편도염 등으로 대부분은 바이러스가 원인이기 때문에 항생제를 쓰면 효과는 없고 내성만 증가시킨다는 지적이다.
 
2002년 전체 평균 74%보다는 크게 감소했지만, 여전히 항생제 사용에 대한 적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2010년 상반기 심평원의 약제급여 적정상 평가결과를 보면 급성 상기도감염 환자에 대한 항생제 사용량은 표시과목별로 이비인후과 67.4%, 가정의학과 52.3%, 일반의 51.6%, 외과 48.2%, 소아청소년과 46.7%, 내과 41.7% 순이었다. 기관규모별로는 의원 53.3%, 상급병원 29%, 종합병원 44%였다.
 
이처럼 높은 항생제 처방률로 인한 내성균 발생 가능성에 대해 소리이비인후과 박홍준 원장은 3가지 사항을 지적했다. 첫째, 항생제와 주사제에 대한 환자의 기대감이다. 규모가 작은 의원일수록 환자의 처방 요구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둘째, 환자의 병원쇼핑 성향이다.
 
이 약 저 약 찔끔찔끔 복용하는 일부 환자의 습성에 대한 복약관리가 요구된다. 셋째, 기본과 시스템은 이미 갖춰져 있으나 원칙 준수 부족의 문제다.
 
소리이비인후과는은 심평원 평가 시 항생제 처방률은 24.2%였다. 의원 평균값의 절반 수준이다.
 
박 원장은 단지 소신과 원칙을 지키고 있을 뿐이라 말한다. 대학교수 출신 원장 3명으로 구성된 소리이비인후과는 치료원칙을 준수해 초기에는 항생제 투약없이 대증 치료 후 2~3일 후 내원토록 해 증상호전이 없을 시에만 항생제를 투약한다.
 
항생제는 1~3차 선택제를 원칙에 따라 처방한다. 또한 보호자 가이드용 인쇄물을 직접 제작해 항생제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교육하고 있다.
 
한 연구에서 소아 환자의 보호자 중 절반 가량이 내원전 항생제 처방을 기대했고, 임상의의 3분의 1이이 처방에 대한 기대를 인지하고 있었다(J Fam Pract 1996;43:56). 환자들의 기대와 제한된 진료시간은 항생제 처방이 왜 불필요한지를 설명하는 것보다 항생제 처방이 선호되어 온 이유를 보여준다.
 
그러나 항생제 처방과 내원 후 만족도의 상관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 것은 환자가 내원 후 그들의 질환에 대해 이해하는가와 의사가 진료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보냈는가였다(Am Fam Physician 2006;74:956).
 
최근 영국에서 보고된 연구 역시 항생제 사용에 대한 리플렛 준비와 환자 상담 시 질병의 자연경과에 대한 설명을 통해 급성 기관지염 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0년 내성균 관리와 관련 올해 손소독제를 80개 중소의료기관에 보급 및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감염 예방 홍보 포스터를 제작 보급하고 홍보용 동영상도 제작 지원했다.
 
2011년에는 항생제 남용, 다제내성균 발생 예방과 관련해 의료인 대상의 교육프로그램 운영과 해외여행 또는 외국 의료기관 이용자에 대한 홍보를 수행 예정이다.
 
그러나 실제 직접적인 교육이 필요한 의료기관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교육자료는 없는 상황으로 상담여력이 없는 국내 병의원의 현실을 감안해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원내 감염관리 시스템
 
MRSA로 인한 균혈증과 수술부위 감염은 고가의 약가때문에 유사한 감염증보다 사망률이 훨씬 높다. 유사하게 VRE 감염증은 반코마이신 감수성 장구균 감염증과 비교 시 생존율은 24%로 감소하고(vs 59%), 입원일수도 34.8일로 증가한다(vs 16.7일)(Clinical Infectious Disease 2007;44:159). 또한 입원환자가 지역사회로 내성균을 전파할 수 있으므로 병원에서의 내성균 관리는 보다 강조될 필요가 있다.
 
현행법은 300병상 이상 병원만 감염대책위원회 설치를 권고하고 있다. 즉, 현재 150개 병원에만 감염관리 전담요원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NDM-1 생성균 감염 환자가 국내에서 보고되면서 복지부는 현행 300병상에서 100병상 이상 병원까지도 감염대책위원회 설치 의무 대상으로 확대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심평원의 급성 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 평가에서 4.6%로 동일규모 병원 29%에 훨씬 못미치는 결과를 보인 서울성모병원은 국내 최초로 감염내과를 도입한 병원이기도 하다. 이 병원은 오랜 시스템 운영의 철학과 최고 경영자의 이해를 바탕으로 정책과 실행이 유기적으로 연동되고 있다.
 
이 병원의 감염관리 시스템은 규모가 적더라도 응급실,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병원들이 시도해 볼 수 있는 운영의 힌트를 보여준다.
 
서울성모병원의 시스템은 4가지 원칙하에 운영된다.
 
첫째, Clean CMC로 깨끗한 환자, 깨끗한 병원, 깨끗한 진료를 의미한다.
 
둘째, 제한 항균제 처방시스템은 일부 항생제에 대해서는 진료과에서 감염내과로 처방을 신청하고, 3~4시간 내에 감염내과는 승인여부를 판단한다. 이후 균주 배양결과에 따라 항생제를 조절한다. 타이제사이클린, 테이코플라닌, 반코마이신, 지미플록사신, 리팍시민 등이 제한 항균제로 분류되어 있다.
 
한편 항생제 관리 위원회는 제한 항생제 사용을 모니터링 한다. 셋째, Clinical Decision Supporting System(CDSS)은 항생제 처방 시 원내 및 서초구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내성 자료에 따라 권장 항생제를 EMR 화면에 표시해 적절한 항생제 선택을 유도한다.
 
넷째, 의료인과 일반직원, 환자 교육으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알코올 손 씻기 모니터링이다.
 
병원 내 모니터링 요원을 10여명 배치해 암행어사처럼 손 씻기 현황을 체크해 피드백 해준다. 대상은 간호사, 의사, 사원, 물리치료사, 영양팀, 배식원, 청소용역, 방사선사 등 모든 직원이 해당된다. 정부의 포스터 제작보다는 진일보한 접근으로 보인다.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1회용 가운. 감염 환자 진료 시마다 앞치마형 비닐을 바꾸어 착용한다. 치마 단은 환자의 베드로부터 의료진의 감염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이로 설계됐다. 그밖에 감염관리의 날을 개최해 의료인과 환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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