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관리 제도적 지원·연구 활성화 이뤄야
재정·인력확대 등 개선 방안 마련 필요

항생제 내성 억제를 위해 적절한 사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이미 중지가 모아진 상황이다. 항생제와 내성발생의 관계는 결국 순서의 문제로 귀결된다.
 
항생제 개발로 인해서 의료계가 수술을 비롯해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었지만, 그 만큼 내성이 발생한다는 내제된 문제가 있다. 현재 기대할 수 있는 신규 항생제가 없는 상황도 항생제 사용의 관리에 세계적으로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전세계 항생제 내성관리에 주목
 
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4월 7일 세계보건의 날 주제로 "항생제 내성과 세계적인 전파"를 제시했다는 점은 항생제 내성 문제가 잠재적인 위기상황이 아닌, 전세계가 처해있는 실질적인 문제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WHO는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 질환으로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등 전염병을 꼽았다.
 
이에 WHO는 근본적인 캠페인의 방향으로 환자 예후의 혜택에 부합하지 않는 부적절한 항생제의 사용을 줄이고 환자에게 항생제 사용의 필요성을 평가한 후 적절하게 항생제를 사용할 것을 권장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도 최근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한 올바른 항생제 사용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권고사항들을 발표했다. △항생제는 보관하지 말고 처방받았을 때 복용한다. 항생제는 처방받았을 때 복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항생제를 임의적으로 아껴서 복용하지 않는다. 또 남아있는 약물로 인한 잘못된 복용은 적절한 치료시기를 지연시키고 감염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자기에게 처방된 항생제를 복용한다. 의료전문가들만은 환자에게 맞는 치료방법을 결정한다. FDA와 CDC는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에 대한 공공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내성 전파를 늦추기 위해 항생제 개발보다 중요하다고 성명서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우선 결핵 퇴치에서 다제내성균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OCED 국가 중 결핵 사망률 1위라는 오명을 벗기위해 2010년 3월부터 WHO에서 운영하는 "STOP-TB Partnership"에 등록, 대한결핵협회에서 운동본부를 설립해 사회적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질병관리본부는 결핵관련 전문가 그룹과 함께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결핵 가이드라인도 제작해 2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결핵 관리 운동에서 핵심이 되는 다제내성결핵균과 광범위결핵균의 치료다.
 
이들에 대해 아직 효과적인 치료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난치성으로의 이행 예방이 절대적으로 권장되고 있다. 다제내성결핵 환자의 경우 낮은 치료율과 함께 18~24개월의 장기 치료기간, 새로운 약물로 인한 부작용, 경제적인 위기 등 임상적인 부분부터 사회경제적인 부분에까지 부담이 더해진다.
 
이는 결핵환자의 문제만은 아니다.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항생제 내성균 환자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에 정부는 최근 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해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도 관리를 위한 발걸음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한감염학회도 병원 내 다제내성균 관리에 대해서도 대규모 병원에서는 어느 정도 시스템이 잡혀가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국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수술 시 예방적 항생제의 사용의 경우 항생제 남용에서 가장 많은 사례를 차지하고 있지만, JCI 인증, 병원평가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점차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중이다.
 
국내 개선 움직임과 과제
 
정부와 학계가 한 방향을 위해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대대적인 감염관리를 시작하기에는 아직 힘들 거라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병원 내 전반적인 감염관리를 시행하는 것이 감염내과지만 이에 병원·정부의 지원과 전문가들의 수가 부족한 점이 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남중 교수(대한감염학회 총무이사)는 정부의 의향은 좋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병원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시장경제의 원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만큼 현실적인 제한들이 있다는 것이다. 감염관리에 필요한 격리병동의 경우 필요성에 비해 경제적인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쉽게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항생제 개발 역시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는 부분이다.
 
인력 부족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의 병원 내 감염관리사처럼 명확한 제도가 없는 상태에서 감염관리 인력자체가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그나마 있는 인력에 대한 평가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김남중 교수는 무엇보다 "1회용품의 사용에 대한 부분이 가장 큰 만큼 이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고, 정부차원에서도 관리사업은 시작하고 있지만 내성균 유무에 대한 경제성 평가도 아직 없는 상황"이라며 기초부터 다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감염관리에 경제적인 원리가 기반으로 있는 이상 실질적인 시행안은 기대하기 힘들고, 기초 역시 부실해지기 쉽다는 것. 이에 미국에서는 항생제를 개발하는 제약사에 대한 인센티브안을 제시하며 항생제 사용에 대한 원조를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고, 국내 학계도 감염관리전문가 자문제도와 감염관리의사 및 간호사의 인증제 도입을 통한 인력 확보, 병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 등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임상 파지 치료법·병용요법 등 연구
 
제도적인 대안 이외에 임상에서도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찾고 있다. 해운대백병원 감염내과 김성민 교수는 "페니실린 개발 이후 명확한 신약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일산화질소 나노파편(nano particle)을 활용한 방법이나, "이독제독(以毒制毒)"이라는 말처럼 박테리아로 병원성 박테리아를 죽이는 파지 치료법(phage therapy)이 부각되고 있지만 아직 이들에 대한 근거는 탄탄하지 않다"며 기존 항생제의 효과적인 사용법에 대해서 강조했다.
 
항생제의 약물약동학적 측면에 주목하는 부분으로 김성민 교수는 카바페넴(cabapenem) 등을 대상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연구에서는 단순히 용량별 효과뿐만 아니라 혈중 최고농도 대비 항생제 감수성, 항생제 감수성의 유지시기, 혈중농도의 유지면적 등에 대해 항생제 별로 다루고 있으며, 관련 전문가들 간 논의도 진행 중이다.
 
김성민 교수는 적정용량에 대한 연구와 함께 병용요법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사용할수록 내성발생 시기가 앞당겨지는 만큼 그 위험도를 분산시킨다는 것이다. 김성민 교수는 "병용요법의 장점은 다양한 약물을 사용함으로서 한 약물에 과중될 수 있는 용량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초기에 강하게 약물을 사용해 감염을 억제하려는 전략이 필연적으로 안게 되는 과도한 용량으로 인한 내성발생 혹은 부작용 발생을 줄인다는 것. 이 역시 명확한 근거는 없는 부분이지만 현재의 항생제 권고안의 내성억제 효과가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고려해볼만 하다고 부연했다.
 
경제적인 측면을 의료계 내에서 배재할 수 없는만큼, 제도의 변화와 함께 감염내과의 역할을 병원 내에서 시스템적으로 활성화 시키고, 현재의 상황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화학요법학회와 대한감염학회가 공동으로 진행 중인 가이드라인은 완성도를 떠나서 국내 기준이 제시했다는 점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 역시 연구환경과 진료환경의 개선을 위한, 실질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을 시작해야 한다. 우선은 WHO와 FDA, CDC가 항생제 내성 관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의료계와 환자들의 인식전환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과 같이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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