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반적인 인식전환 필요하다"
항생제 사용 줄이고 신약·치료법 개발 박차 가해야

항생제 내성을 억제하기 위해 대한감염학회에서는 "항생제 바로 쓰기"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의료인은 물론 국민들을 대상으로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자고 강조하고 있다.
 
대한감염학회 오명돈 이사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은 항생제 관리에서 처방하는 의사들의 인식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항생제에 대한 인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대한화학요법학회와 공동주관으로 진행하는 캠페인의 본격적인 시작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오 이사장에게 내성균 관리에 대한 학계와 병원, 정부의 이야기를 들었다.
 
"항생제 바로쓰기" 캠페인 국민에 알리는 계기
 
우선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대한감염학회가 대한화학요법학회와 공동으로 주관해 준비하고 있는 "항생제 바로쓰기" 캠페인이다.
 
캠페인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는 준비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준비위원회가 따로 마련해 "항생제 바로쓰기 캠페인"을 계획한 이래 대한화학요법학회를 비롯 감염관련 의료계에서는 항생제 사용관리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 있지만, 아직 의료계 전체나 일반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
 
이에 준비위원회에서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수의사협회 등 의사집단과 함께 질병관리본부를 필두로 한 정부기관과의 연계도 계획하고 있다.
 
오 이사장은 준비위원회가 세부적인 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빠른 시간 안에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2월 18일에 있을 감염관련종합학술대회에서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 대한인수공통전염병학회와 함께 심포지엄을 개최해 항생제 내성을 막기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성 발생 예방 올바른 복용법에 달려
 
오 이사장은 "항생제 내성은 쓸수록 빨리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내성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미래에 발생할 내성에 대비하기 위해서 적절하게 필요한 만큼만 항생제를 쓰는 풍토는 반드시 정착되야 한다는 것이다. 오 이사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NDM-1도 지금은 아직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있지만 2015년에도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오 이사장은 내성균주에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가 제한돼 있는 한편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없는 현재의 상황을 에너지 자원에 비교했다. 한정된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쉽지만 고갈된 후의 대비책이 없기 때문에 작금의 녹색 에너지 트랜드가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항생제도 마찬가지로 내성이 발생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서 그 사이에 신약개발 또는 대처방법을 강구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선 필요한 것으로 의사들의 인식전환을 꼽았다. 일반적으로 항생제가 남용되는 감기의 경우 처음부터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보다 2~3일 관찰한 후에 증세에 따라 처방하는 방향으로 해야한다는 것. 감기환자의 95%는 항생제 없이도 낫기 때문이다.
 
오 이사장은 "모든 의사들이 자신의 환자에게 최고의 처치를 통해 빠른 시간 안에 치료해주고 싶어하기 때문에 초기부터 강한 항생제를 쓰고 싶어하지만, 이로 인해 결국 내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감염내과의 평가, 경제성으로만 할 수 없다
 
선진국들은 내성균 감염증을 신종 전염병의 하나로 규정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전염병관리법을 개정해 내성균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내성균과 감염내과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커진 것은 신종 인플루엔자 H1N1(신종플루)의 덕분이기도 하다.
 
신종플루 이전에는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에 자문형식으로 결핵이나 에이즈 등 국가의 관심사항에만 감염내과가 전문가로서의 역할 수행했지만, 신종플루 이후 일선 감염전문가들의 역할이 주목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병원에서의 입지는 크게 커지지 않았다. 국가적 차원에서의 개입보다는 진료수익에 따라 활동을 인정받는 의료기관의 자율성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병원 내의 항생제 처방을 관리할 수 있도록 감염내과 전문의, 약사, 임상미생물 전문의 등으로 구성된 팀이 운영되고 있지만 국내 병원에서 이런 팀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은 이를 반영하는 부분이다.
 
오 이사장은 감염내과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보다는 감염내과의 역할을 안착시킬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병원감염관리제도를 정비하고 항생제 처방도우미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오 이사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의료관련 감염예방에는 취약한 구조로 돼있다"며, 감염 발생 후 사용된 항생제에 대해서는 수가를 인정하지만 예방에 필수품인 소독제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의료기관의 알코올 손소독제 소모량을 점검하고 있고, 영국은 의료기관의 내성균 감염증 발생률을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일본은 후생노동성의 주도하에 의료기관의 내성균 감염증을 조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입원료에 1000엔의 감염관리비용을 인정함으로써 의료기관의 감염 관리 활동을 돕고 있다.
 
오 이사장은 아직 국내에서 항생제 사용에 대한 적정성 평가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후의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를 온건히 보전하기 위해서는 학계와 함께 국가도 위기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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