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자살사건들이 사회에 회자되면서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 역시 줄어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게 의미있는 한 해였다. 그간 학회가 지속적으로 노력해 온 정신보건재단을 출범, 사회에 전문가 집단의 공익적 활동범위를 넓힐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이를 통해 정신보건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예산에 대한 법적근거를 마련할 수 있어 학회의 투명성을 확보했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 "정신건강의 날"은 이전과는 다른 의미를 가졌다. 전시회, 콘서트, 연극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다양한 방향으로 우울증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었다. 이런 활동들은 임상에서의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우울증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 중 진료를 받는 사람들이 평균 25%에 불과했던 것이 최근에는 50% 가까이 증가했다. 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서도 50%를 웃도는 수치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보건재단 차원에서 내년 정신건강의 날을 목표로 대국민 행복, 스트레스지수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사회적으로 자살률이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인다는 것은 단순히 우울증 유병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정신건강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편 MBC 50주년 기념사업단과 함께 엑스포 형식으로 SETEC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학술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작년 영국 NICE 가이드라인 개정에 이어 올해에는 미국정신의학회(APA)가 개정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의 큰 특징들은 자살예방을 위한 우울증 치료에서 항우울제와 함게 항정신병약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 경증·중등도 우울증에 대한 인지행동치료의 효과를 강조한 점이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운영하고 있는 우울증임상연구센터에서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추계학술대호에서 가이드라인 2판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외국의 대부분 가이드라인들을 검토해 만든 것으로 합의된 부분을 정리했고 추후 쟁점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 조율해 내년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국가적으로 우울증에 대한 관리에 비중을 두는 가운데 이번 가이드라인은 전문의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 외국의 다양한 가이드라인을 검토한만큼 국내 특성에 맞는 우울증측정도구에 대한 작업도 함께 진행 중에 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1차의료 전문가들을 겨냥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주요 정신· 신경질환 별로 의심징후 확인, 평가 및 진단, 치료에 대한 내용에 대해 설명하며 비정신과 전문의도 상담과 약물치료 제공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약물에 있어서는 점차적으로 항우울제와 항정신병약물들이 타질환에 대한 적응증을 추가하는 모습을 보여 최근의 정신질환 약물의 변화흐름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항우울제의 처방제한 등도 논란이 됐다.

내년 신경정신과의 변화를 미리 짐작케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자살예방법이 입안된 가운데 거의 마지막 단계를 밟고 있고, 노인환자를 대상으로 한 안산 코호트 연구가 종료됨에 따라 우울증과 정신분열증에 대해 진행하고 있는 새로운 임상연구들에도 관심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최근 연평도 사태 등 국가차원에서 발생한 사건·사태 등으로 인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대한 관심도 요구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911사태 이후 지속적인 상담, 치료, 추적관찰을 진행하는 코호트 연구를 진행한 결과 PTSD와 반대인 외상후성숙의 사례를 찾아내기도 했다. 신경정신과의 사회적인 개입이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기아자동차 파업사태 때 근로자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상담을 통해 당사자들의 우울증과 스트레스 지수가 타 사례에 비해 확연히 내려간 것을 확인한 일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단순히 자살예방을 위한 신경정신과가 아니라 사회전반의 정신건강을 위한 신경정신과의 활동과 역할에 기대를 걸어본다.

/도움말
백종우 교수 · 경희의료원 신경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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