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윤 18]마음까지 살피는 치료 필요
[닥터윤 18]마음까지 살피는 치료 필요
  • 송병기
  • 승인 2003.05.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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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요구 안듣는 환자는 이유파악 먼저
재촉할땐 현재 상황 알려줘 이해시켜야
환자를 보면서 느낀 점들

진료를 보기 시작한지도 만 8년이 되는 것 같다. 그전의 모습과 지금의 의사의 모습도 8년정도 변해 있다.
누구든 영어를 잘하기 위한 방법은 다 안다. 영어학원을 다니고, 교재를 잘 선택해서 꾸준히 몇 년 공부하면 된다. 한 반에서 영어학원을 등록해본 사람 손들어보라고 하면 거의 다 든다. 그러나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꼽으면 몇 없다. 영어를 잘하는 방법을 아는 것과 잘하는 행동과는 차이가 있다. 행동을 하려면 혼자서 하는 것보다 영어 선생님에게 관리를 받거나 친구하고 같이 하면 좀 더 잘할 수 있다. 건강정보의 홍수 속에서 대부분의 환자가 자기의 증상에 대해서 다들 정보를 찾아보고 온다. 그리하여 과거보다 설명은 훨씬 더 편해졌다.

그러나 영어를 잘하려면 누군가 관리하거나 같이 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처럼, 건강 습관을 익히기 위하여(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마찬가지로 관리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의사가 그런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의사의 역할이 바뀌어 가고 있다.
의사로서 환자를 보았을 때 다음과 같은 어려움을 느꼈다.

1. 환자가 의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때

의료는 대상이 인간이기에 때로는 겉의 질병뿐 아니라 마음까지 살펴가며 치료를 해주어야 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는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진의 요구에 따르지 않는 경우가 있다.
환자가 의사의 요구에 따르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면

1)검사에 불응하는 경우에는
과잉진료라고 생각하기 때문, 환자 자신은 괜찮다고 생각을 하는데 의사가 괜히 검사를 하려고 하는 경우, 의사가 미덥지 못해서, 비싸서 검사를 할 수 없다, 왜 하는지 설명을 듣지 못한 경우 등등이다.
2)의사의 지시에 불응하는 경우
습관이 되지 않아서 잊어버리기 때문, 의사의 지시가 환자가 지키기 어려운 경우,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잘 되지 않는 경우, 의료진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아서 등등이다.
이런 때는 대부분 의사는 해야 한다고 다시 강조하고 환자를 위하여 열심히 설명을 하지만 효과는 별로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때는 왜 협조가 되지 않았는지 들어야 한다. 환자에게 왜 그러한지 다시한번 듣는 기회를 가졌는가를 반성해 보자. 그리고 나서 다시 한번 정확히 설명해 주는 것 이외에는 없다. 돈이 없는 환자에게 검사의 중요성을 설명해 봐야 환자는 설명을 들으면서 돈생각만 한다. 그런 의사가 다음에 또 권하는 검사에 대해서는 의사는 검사만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런 의사의 지시와 검사를 왜 하는지 설명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돈이 없다면 검사를 고집하기 보다는 차선책을 제시해주는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

2. 환자가 화내는 경우

일단 경청하라. 환자의 마음을 돌려놓는 법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다른 분야에서의 예를 들어보자.
어느 한 백화점에서 옷을 산 사람이 집에 와서 이틀이 지나고 보니 색깔이 좀 빠져보였다. 백화점에 가서 물려 달라고 하자 이내 점원은 반색을 하며 다 설명을 하기전에 "몇천벌을 팔아 보았지만 다시 가지고 온 경우는 처음입니다" 하였다.
이는 고객에게 거짓말 하지말라고 얘기 하는 것과 같다. 그때 또 옆에 있던 점원은 "처음에는 물이 조금씩 다 빠지는 데 값싼 물건이 다 그렇죠." 하였다.
이에 고객은 너무나 화가났다. 그래서 소리를 지르고 백화점 사장하고 이야기 하겠다고 했다. 이때 화가 난 고객의 불만을 풀어준 사람은 지배인이었다. 그는 세가지 방법을 썼다.

첫째, 고객의 얘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말없이 들었다.
둘째, 고객의 입장에서 잘잘못을 가려 주었다.
물이 빠지는 물건을 팔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손님에게 이런 무례한 행동을 보여 줘서 미안하다고 했다.
셋째, 솔직하게 사과 했다. 그리고 고객이 만족할수 있도록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원한다면 바꿔 주는 등 원하는 데로 해드린다고 했다.
이때 고객은 다시한번 물어보았다.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정말 바꿔야할 물건인지를 물어보았다.
지배인은 일주일만 더 입어볼 것을 권유하였고,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원하시는 데로 해 드리겠다고 했다.
일주일 뒤에 더 이상 색깔이 빠지지도 않았고 백화점에 대한 신뢰도 다시 회복되었다.
혹독한 반대자나 비평가라도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경청자가 있다면 그들의 분노는 억제되며 부드러워 지기도 한다.

물론 반품을 보증하거나 환불을 보증하는 것은 다른 업종의 상황에서 나올수 있는 상황이지만 불만이 있는 환자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듣고 환자의 입장에서 얘기를 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
화내는 환자를 돌려놓아야 하는 이유는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가 나쁘면, 치료결과가 나쁜 것은 자명하기도 하려니와 화내고 불만을 가진 환자는 또다른 10~20명에게 불평불만을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3. 재촉하는 환자

상대방을 알고 모르는 차이는 상대를 이해하는 데 아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귀가길 밤에 외진 곳에서 뒤따라 오는 사람이 있을 경우 신경이 많이 쓰일 수 있다.
발소리가 다가올수록 무서워 질수 있지만, 그가 이웃이나 아는 사람인 경우에는 그전의 두려움이 좋은 감정으로 바뀐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그런 것이다. 누군지 알면 친구이지만 모르면 온갖 의심이 생긴다.

의사가 환자의 상황을 이해하면 친절하지 않을수 없고, 환자도 의사의 입장을 알면 이해하지 않을 수 없다. 순간의 "예" 보다는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외래에서 기다리면서 재촉하는 환자에게는 재촉을 당하기 전에 현재의 상황을 자주 이야기하여 알려주는 것이 좋다.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중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경우라면 환자는 진료하는 것보다 급한 마음부터 달래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경우 급하게 처리 하는 것이 더 나쁘다고 이야기 하고, 시간을 좀 두고 차근히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얘기해줄 수 있으면 환자도 안심이 된다. 그러면 재촉받지 않게 된다.

의사에게 어떤 판단을 빨리 해주기를 원하는 환자에게, 의사가 어떤 문제로 고민하는지, 환자측이 납득할 만한 단어로 설명하면 대부분 이해를 한다.
재촉은 상황을 모르니까 하는 것이다. 재촉은 상대가 좀더 이야기를 해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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