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파일로리(H.p.)균에 감염된 사람은 녹내장에 걸릴 위험이 2배 가량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의대 안과 박기호·김석환 교수팀과 성균관의대 김준모 교수팀은 혈액검사에서 헬리코박터 균이 양성으로 판명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녹내장에 걸릴 위험이 2배 가량 높다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한국인 12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에서 헬리코박터 균이 양성으로 판명된 경우 정상안압녹내장의 빈도(743명 중 76명, 10.2%)가 음성으로 판명된 경우의 정상안압녹내장 빈도(477명 중 28명, 5.9%)보다 높게 나왔다.

정상안압녹내장은 안압이 높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녹내장으로 안압 이외의 요인이 녹내장의 발병에 많은 부분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 감염으로 녹내장이 발생하는 기전으로 헬리코박터에 대한 항체에 의해 자가면역반응이 시신경주위 혈관에 일어나 시신경의 허혈이 일어나는 것과 시신경주위 염증반응과 혈관수축물질의 분비가 생겨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녹내장에 걸릴 위험은 높은 반면, 녹내장이 악화되는 것과는 큰 상관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아직 헬리코박터 균 자체가 직접적인 녹내장을 유발하는 것인지 균에 감염 후 발생하는 이차 반응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헬리코박터 균은 위점막에 기생하는 균으로 위염을 비롯 위암·대장암 등 위장 관련 질병의 주요원인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에는 위장관에서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 동맥경화, 치매, 편두통 등 위장질환과 관련이 없는 병에도 연관성을 보여, 전신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균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박 교수는 "녹내장은 자각증상이 없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명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병으로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발병할 수 있다"면서 헬리코박터 보균자는 녹내장 검진을 받아 볼 것을 권고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에서 열린 국제 안과 학술대회인 ARVO(시과학연구학회)에 발표했으며, 안과 유수의 국제학술지인 안과시과학연구 (Investigative Ophthalmology and Visual Science, IOVS) 저널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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