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의 뒤떨어진 약가협상능력이 약제비를 증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약제비적정화방안에 따른 약가 협상이 시행된 지 만 4년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약제비는 증가를 계속해 이미 11조를 넘어선 상황이라며 공단의 약가협상력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나섰다.

22일 건약에 따르면, 로나센의 1일 투약비용은 1일 투약비용이 최소 50원인 약에 비해 무려 25배가 넘는 2550원이다. 이는 로나센이 현재 한국에서 시판되고 있는 대체약제들보다 효과나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별다른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체약제들보다도 훨씬 높은 가격이다.

건약 측은 "17개 대체약제들과 비교해서 효과나 안전성에 별반 유의미한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에 있어서만은 5위권 내에 꼽힌다"고 꼬집었다.

자렐토정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혈전 예방약들의 1일 투약비용은 최소 16원에서 최대 2190원 수준이나 자렐토는 6000원이 넘는 최고가를 받았다. 이는 에녹사파린과의 비용을 비교해도 자렐토의 가격은 터무니없이 높은 편이다.

또 ADHD 치료제로 유명한 스트라테라(한국 릴리)의 1일 투약비용은 2650원에 결정됐는데 ADHD 치료제로 그동안 널리 쓰였던 메칠페니데이트의 경우 1일 투약비용이 1100원 정도라는 점에서 볼때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가격이다.

에이즈 치료제인 프레지스타는 협상절차의 문제점을 노출한 사례다. 건강보험공단과 한국얀센은 2008년 5월 26일 에이즈치료제 프레지스타에 대한 약가협상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당시 얀센은 부속합의서를 통해 ‘보험급여 대상으로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이후 얀센은 무상공급 형태를 유지하며 정상적 약 출시를 거부해왔다. 협상에서 약속했던 어떤 것도 지켜지지 않았지만 공단은 돌연 지난 9월 16일 프레지스타 약가를 41% 인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한마디로 협상이 끝난 약의 출시를 거부하고 부속합의서 약속마저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얀센의 행태에 대해 어떤 제제 조치도 없이 공단은 그저 약값을 대폭 인상시켜 준 것이다.

사용량 약가 연동 협상력도 문제다. 실제 사용량이 예상량보다 수백, 수천 배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규정 상 약가 인하는 10% 내에서만 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과 그 10% 내에서도 공단이 제대로 된 약가 인하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코젠주의 경우 사용량이 580% 넘게 증가했지만 약가는 단 6.5%만 인하됐다. 사용량 연동 협상에 따른 참고 가격 산식에 따라 계산해 보면 최소 8% 이상 약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

에소메졸캡슐 2mg도 마찬가지이다. 사용량은 약 400% 증가했지만 약가는 단 5원(0.5%) 떨어졌다. 참고 가격 산식에 의하면 최소 7% 이상 약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상황을 눈감아준 것이다.

심지어 프리그렐의 경우 사용량이 약 170% 증가했으나 약가 인하는 전혀 되지 않았다. 건약 측은 최소한 참고 산식에 따른 약가 인하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재 공단의 약가협상력이라고 개탄했다.

건약 측은 "약가협상을 하는데 있어서 공단은 근거와 원칙이 없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한국의 고가약 위주 처방 패턴을 고려해보았을 때 저가약을 대체함으로써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불필요한 부담을 늘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공단의 약가협상력은 환자들뿐만 아니라 보험료를 지불하는 국민 모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한 번도 제대로 평가받지 않았다"며 약가협상력에 전면적인 감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