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플레레논 "웃고", 클로피도그렐 "울고"

미국심장협회(AHA) 학술대회가 13~17일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됐다. 올해는 시장 출시 후 난항을 겪고 있는 에플레레논과 네시리타이드 등 심부전 치료 약물들이 환자 확대 및 안전성 확인을 통해 재도약을 꿈꾸는 장이 펼쳐졌다.
새로운 항혈전제로서 기대를 모았던 리바록사반은 와파린과 동등한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됐으나 주요 경쟁품인 다비가트란과의 효능 비교에 관심을 모았던 이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반면 특허만료된 클로피도그렐은 반응이 미약한 환자에 대한 용량 확대를 꿈꿨으나 좌절했다. 그 빈자리는 새로운 항혈전제들이 메울 전망이다.

오메가-3 역시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효과에 기대를 모아 왔으나 대규모 연구 결과 생성만으로도 그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논평을 받았다.
한편 ASCEND-HF와 CLOSURE I 연구를 토대로 신약 또는 새로운 치료기법이 임상에 널리 사용되기 전에 대규모 연구를 통해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확인의 필요함이 다시금 강조됐다.
외신, 초록, 연구 결과들을 재해석해 AHA 2010 학술대회 현장의 모습을 생생히 전달한다.



에플레레논, 경도 심부전 환자까지 영역 확대
위약군보다 사망·입원율 37% 감소…칼륨 농도 따라 용량조절 필요


2003년 울혈성 심부전 환자 및 좌심실 구출력(LVEF)이 40% 이하인 환자에 사용승인된 에플레레논은 경도의 심부전 환자에서도 위약군 대비 사망 위험 및 입원율을 37% 감소시킴으로써 사용영역이 확대될 전망이다.
EMPHASIS-HF 연구를 발표한 프랑스 낸시대학 Faiez Zannad 교수는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볼 때 에플레레논은 임상진료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EMPHASIS-HF 연구는 30개국에서 진행된 임상연구로 55세 이상 NYHA class 2 심부전 환자로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또는 두 약물을 병용중인 환자 및 베타차단제 복용 환자 2737명을 대상으로 에플레레논 25~50 mg을 추가로 투약했다. 1차 종료점은 심혈관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이었다. 에플레레논군중 1차 종료점 도달 환자는 18.3%였던 반면, 위약군은 25.9%로 통계적 유의차를 보였다(p<0.0001). 2차 종료점인 전체 사망률(24%, p=0.008), 전체 입원율(23%, p<0.0001), 심부전 입원율(42%, p<0.0001) 역시 통계적 유의차를 보였다. 21개월의 추적관찰 후 에플레레논의 뛰어난 효능 확인으로 화이자는 지난 5월 환자 모집을 중단했다.
그러나 혈중 칼륨 농도가 5.5 mmol/L를 초과하는 경우는 에플레레논군 11.8%, 위약군 7.2%로 에플레레논군에서 유의하게 높았다(p<0.001). 이는 에플레레논 투약 환자의 경우 주기적으로 칼륨 농도를 측정해 투약 용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는 NEJM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화이자측은 대상을 세분화해 약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군을 찾기 위해 오픈라벨 연구로 전환해 진행중이며 내년 5월 종료 예정이다.

에플레레논은 알도스테론 길항제로, 이 계열 최초의 약물은 스피로노락톤으로 1959년 임상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알도스테론 길항제는 이뇨효과 때문에 다른 약물의 보조요법으로 사용되어 왔으나 최근 연구에서 비대해진 심장의 반흔 형성과 섬유화를 예방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칼륨과 마그네슘을 보존해 부정맥과 급사를 예방하는 효과도 보고됐다.
에플레레논은 보다 선택적인 알도스테론 억제제로 스피로노락톤보다 부작용이 적은 약물이다. 그러나 출시 후 매출이 저조해 화이자는 2005년 이후 매출액 발표를 중단한 바 있다.


네시리타이드, 안전하지만 호흡곤란 개선 미미
ASCEND-HF 연구로 5년 안전성 논란 종지부
전문가 "중증 환자들 2차 선택제로 충분" 옹호

호흡곤란을 동반한 급성 비대상성 심부전 입원 환자 치료에 사용되는 네시리타이드(제품명 나트레코)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5년만에 종결될 전망이다. 7100명이 참여한 다국가 임상시험인 ASCEND-HF 연구는 네시리타이드가 사망률 증가 또는 신부전을 높이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연구를 통해 네시리타이드는 심부전 환자의 호흡곤란 개선에 미미한 혜택만을 제공한다는 원치 않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위약군과 비교시 환자의 짧은 호흡 개선율의 차이는 3%에 불과했다. 30일 사망률과 재입원율 감소에서도 특별한 혜택이 확인되지 않았다. 급성 심부전은 입원의 주요 원인으로 10% 이상 환자가 입원 30일 이내 사망하고, 20% 이상이 재입원한다.

존슨앤존슨의 자회사인 사이오스社의 네시리타이드는 2005년 심부전 입원 환자뿐 아니라 외래 환자 치료에 인기를 얻고 있을때 일부 메타분석 연구들이 약물 복용 환자들의 신장애와 사망 위험이 훨씬 증가했다고 지적했고, 이후 사용이 급격히 감소했다(JAMA 2005;293:1900, Circulation 2005;111:1487). 또한 임상시험시 이 약을 투약한 환자 2명이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2006년 부작용 파문에 휩싸인 바 있다.



이후 FDA 전문가 패널은 안전성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대규모 연구들을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 첫번째 연구인 FUSION II는 네시리타이드 주입이 심부전 환자에 혜택을 제공한다는 근거를 마련하지 못했다(Circ Heart Fail 2008;1:9).


이후 두번째 연구인 ASCEND-HF 연구 결과가 이번에 발표된 것이다. ASCEND-HF 연구는 내년 2월 최종 종료 예정이다.

좌장을 맡은 듀크대학 중개연구소장 Rob Califf 교수는 신약이 치료에 널리 사용되기 전에 대규모 연구를 시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연구였다"고 논평했다. 결국 출시 후 주목받았던 네시리타이드는 안전하나 호흡곤란에는 약간의 혜택만을 제공하는 약물이었기 때문이다. Califf 교수는 "그래야만 환자들에게 잘못된 서비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네시리타이드를 옹호하고 있다. 급성 비대상성 심부전 치료를 위한 의료시설이 열악한 의료기관에서의 사용 및 이뇨제, 혈관확장제 등 표준약물로 환자가 적절한 안정에 도달하지 못했을때 2차 선택제로 사용할 근거는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듀크대학 임상연구소 Adrian Hernandez 교수 역시 네시리타이드는 급성 심부전 환자의 안전한 치료제로 지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어떤 환자가 네시리타이드를 통해 혜택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회장에서는 "만일 임상의가 환자의 급성 비대상성 심부전 결과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네시리타이드의 역할은 없겠지만, 매우 심각한 호흡곤란을 겪고 있다면 현재 치료에 네시리타이드 추가시 혜택을 얻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편 2건의 추가 임상연구를 통해 네시리타이드는 가장 임상적 근거가 많은 혈관확장제가 됐다.

네시리타이드는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의 역조절(counterregulation)을 통해 심혈류를 안정시키고, 혈관 확장성 물질인 cGMP(cyclic Guanosine MonoPhosphate) 자극하며, 평활근세포 이완시키는 약물이다.


클로피도그렐 증량해도 효과 없다

관상동맥 약물방출스텐트(DES) 시술 후 스텐트혈전증 예방을 위해 처방되는 클로피도그렐에 반응이 미약한 환자에 약물을 두배로 증량하더라도 임상결과를 개선하지 못한다는 GRAVITAS 연구가 보고됐다. 83개 의료기관에서 진행된 연구에서 6개월간 심혈관사망, 심근경색, 스텐트혈전증 발생률은 두 용량군 모두 2.3%였다. 출혈률 역시 두 그룹이 유사했다.

올초 ESC에서 심장전문가들은 GRAVITAS 연구 결과에 상당한 기대를 내비친 바 있다. 임상 패턴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연구였기 때문이다. 일부 임상가들은 이미 표준용량에 반응이 없는 환자에 용량을 증량해 오기도 했다. 그러나 GRAVITAS 연구는 이 같은 패턴의 변화를 지지하지 않았다.

연구에 대해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Jessica Mega 교수는 향후 진행될 연구는 다양한 환자에서 다양한 치료 전략 확인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며, 고용량 클로피도그렐뿐 아니라 보다 강력한 혈소판 억제제인 프라수그렐 및 아직 승인되지 않은 티카그렐러 등을 통해 환자별 치료전략을 확인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무증상 심방세동 환자 뇌졸중 위험
3개월 이내 심방세동 관찰군 연간 발생률 1.69%

무증상 심방세동도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가 보고됐다. 페이스메이커 또는 이식형 제세동기(ICD)를 장착한 심방세동 병력이 없는 환자 2580명을 평균 2.8년간 추적한 결과 36%에서 심방세동이 감지됐다.

이중 연구 시작 3개월 이내에 심방세동이 관찰된 환자는 10.1%였는데, 이들은 3개월 이후 심방세동 관찰 환자에 비해 뇌졸중 및 전신성 색전증 연간 발생 위험이 2.49배 높았다(1.69% vs 0.69%, 95% CI 1.28-4.85). 3개월 이내 심방세동이 관찰된 것은 그만큼 부정맥 발생 빈도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심방세동은 6분 이상 심박수가 190 bpm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정의했다.

뇌졸중 위험도 층화분류표인 CHADS2 척도 2 이상 환자만을 분석하자 3개월 이내 심방세동 관찰군은 뇌졸중, 전신성 색전증, 임상적 심방세동 및 심방조동 발생률이 현저히 높아졌다. 이들의 뇌졸중 및 전신성 색전증 발생률은 연간 2.14%였다.

ASSERT 연구는 전향적 코호트 연구로 23개 국가 136개 의료기관이 참여해 체내 삽입형 기구를 통해 확인된 무증상 심방세동과 뇌졸중의 관계를 평가했다. 65세 이상, 고혈압 병력 환자, 항응고제 사용력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페이스메이커 또는 ICD 장착 후 8주 이내에 연구에 참여시켰다.
연구를 발표한 미국 맥마스터대학 Jeff Healey 교수는 이 정도 위험도는 가이드라인상 경구용 항응고제 복용을 권고하는 심방세동 환자에서 관찰되는 수치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심방세동은 단독으로 뇌졸중 발생 위험을 3~4배 증가시키며, 뇌졸중 병력이 없는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연간 2~4%에서 허혈성 뇌졸중이 발생한다. 가이드라인은 심방세동 환자에서 항혈전치료를 통해 뇌졸중위험도를 줄일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세션 토의자로 참석한 영국 조지대학 John Camm 교수는 연구가 중요한 임상적 시사점을 가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먼저 체내 삽입된 기구를 통해 심방세동이 확인된 무증상 환자에 항응고제를 고려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고민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한 연구 결과는 뇌졸중과 전신성 색전증 위험이 높던 아니던 간에 위험인자를 가진 심방세동 환자는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고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10시간 이상 수면시 뇌졸중 위험 60% 이상 증가

한편 10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는 여성의 뇌졸중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6시간 이하 수면시에도 뇌졸중 위험이 증가했다고 하바드대학 Alan Flint 교수가 발표했다.
Flint 연구팀은 40~65세 간호사 6만9794명을 대상으로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1986년부터 20년간 수면에 대한 자가 보고서를 수집하고 종료점은 뇌졸중 발생으로 설정했다. 더불어 알코올 섭취, 과일 및 야채 섭취, 운동, 흡연상태, BMI와 당뇨병 및 고혈압을 체크했다.

추적기간 중 2303명에서 뇌졸중이 발생했다. 교란인자를 보정하자 10시간 이상 수면시 7시간 수면하는 자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63% 증가했다(95% CI 1.11-2.41).
6시간 미만 8시간 이상 수면하는 자 역시 뇌졸중 위험이 증가했다. 수면과 뇌졸중의 상관관계에 대한 기전은 차후 연구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리바록사반 효과 와파린과 유사
ROCKET AF 연구서 뇌졸중 예방·출혈 부작용 동등

ROCKET AF 연구에서 리바록사반은 심방세동 환자에서 뇌졸중과 전신성 색전증 위험을 감소시키는데 있어 와파린과 동등한 효과를 보여줬다(2.12% vs 2.42%, p<0.001). 출혈률도 와파린과 유사했고 뇌내출혈, 중대한 장기 출혈, 출혈로 인한 사망은 리바록사반군에서 현저히 낮았다.

연구를 토대로 리바록사반은 뇌졸중 예방 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제조사인 바이엘측은 PP(per protocol) 분석 결과를 통해 리바록사반이 뇌졸중과 비중추신경계 전신성 색전증을 21% 더 감소시킴으로써 와파린보다 우수함을 보여줬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PP분석은 연구 종료시까지 참여한 환자만을 분석하기에 연구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분석법이라는 한계가 있다.

시험 동중 탈락자를 분석대상에 포함시켜 소비자 입장에서 보다 신뢰할 수 있는 ITT분석에서 리바록사반은 와파린과 비교시 비열등함을 입증하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동일한 1차 종료점으로 진행한 RELY 연구에서 다비가트란은 ITT분석 결과 와파린 대비 우수성을 입증한 바 있다.

이미 뇌졸중 예방 시장에 먼저 발을 디딘 다비가트란과 후발주자인 리바록사반중 어떤 약물이 더욱 효과적인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두 연구결과를 비교시에는 다비가트란이 앞선 듯 하다.

PFO 폐쇄술 뇌졸중 예방 신기루
약물요법과 비교시 큰 차이 없어

CLOSURE I 연구는 9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심중격용 임플라트를 이용한 영구적 잔존 난원공(PFO) 폐쇄술과 고전적 약물요법의 뇌졸중 예방 효과를 비교했다.
약물요법군은 24개월간 표준약물요법(와파린, 아스피린, 병용요법)을 투약했고, 시술군은 STARFlex(STARFLEX Corporation社)를 이용해 영구적으로 PFO를 폐쇄하고 시술 후 6개월간 클로피도그렐, 24개월간 아스피린을 복용토록 했다.

2년간 추적관찰 결과 시술군의 재발률은 5.9%, 약물군은 7.7%로 관찰되어 이제껏 PFO 폐쇄술에 걸었던 기대가 근거없는 것이었음이 확인됐다.

오메가-3 보충제 보다 "참치"
심방세동 재발률 위약군과 유사


처방용량의 오메가-3 보충제가 심방세동 재발을 예방하지 못한다는 다기관 전향적 무작위배정 연구가 미국 란켄아우병원 Peter Kowey 교수에 의해 발표됐다.

과거 소규모 연구들이 심방세동 환자에서 오메가-3의 혜택을 보여준 바 있지만 GSK의 로바자를 24주간 복용토록 설계한 연구에서는 심방세동 재발에 있어 위약군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Kowey 교수는 오메가-3가 대부분의 심방세동 환자에서 작용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지금까지 보고된 관련 연구중 최대 규모인 이번 연구는 기타 질환은 없으나 심방세동을 동반한 환자를 대상으로 오메가-3의 심방세동 재발 억제 효과를 관찰했다.

663명의 시험대상 중 542명이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였고, 121명이 치료가 필요한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였다. 참가자는 첫주에 오메가-3 8g 또는 위약을 매일 복용한 이후 4g씩 23주간 복용했다. 6개월간의 연구 종료시 위약군의 46%, 오메가-3군의 52%가 심방세동 재발을 경험했다. 연구는 JACC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로체스터대학 Robert Block 교수는 이 용량은 기존 연구에서보다 높은 용량이었다며 심혈관질환 환자들은 주당 연어나 참치같은 지방이 풍부한 생선을 2차례 섭취하거나, 약국에서 파는 저용량 오메가-3를 하루 3번 섭취할 것을 권고했다. 굳이 돈을 들여 처방약물을 복용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또한 심혈관질환이 없는 사람 역시 알려진 혜택은 없으나 정기적으로 생선을 섭취할 것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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