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병원들의 화두는 단연 개혁과 변화에 대한 갈망이었다. 지난 4일부터 5일 이틀간 대한병원협회 주관으로 열린 "Korea Healthcare Congress"에 참석한 해외 연자들은 혁신, 개혁, 통합, 변화, 신사업 등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더 선진화된 의료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미국이나 싱가포르 병원들도 개혁을 추구하고 있다며 한국도 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어떻게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원격의료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전세계 헬스케어의 미래는 지금처럼 급성기 질환 치료에만 집중하는 방식으로는 안된다. 웬만한 병은 가정에서 해결하고 중증 질환 같은 경우만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

경영학적 관점에서 전세계 헬스케어 시스템을 예측한 "파괴적 의료혁신(The Innovator"s Prescription)"의 공동저자인 미국 이노사이트 수석연구원 Jason Hwang 박사는 병원들이 급성기 질환 치료에만 매달리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지 않으면 안될 시기라고 지적했다.

Hwang 박사는 "의사들이 새로운 의료서비스에 부정적이라면 환자들이 나서서 변화시켜야 한다"며 "파괴적 혁신이 발생하는 곳에서는 당연히 기득권자들이 현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습성이 있으며, 유지가 바람직하지 않다면 환자들이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홈케어"의 비중 확대와 함께 원격의료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Hwang 박사는 "미래 의료에서는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위해 동네의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도록 하고, 대기하는 시간을 줄이는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며 "원격의료를 통해 신속하게 환자를 검사하고 진단, 처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진료비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진료시간 이외에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고 환자들의 의료 접근을 확대하는 것으로 진료수입이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우려 속에서도 원격의료 활성화를 전망했다.

이밖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전문병원 ▲외래 수술센터 ▲소매진료 ▲직장진료 ▲의료상담 및 안내업무 ▲의료관광 ▲원격 건강서비스 ▲개인 전자건강기록 등을 제시했다.

통합으로 전국병원으로 재탄생

다양한 지역에 걸친 병원들과의 통합과 원격의료로 전국적인 병원으로 거듭난 인도의 사례도 소개됐다.

인도 아폴로 병원 그룹 메디컬 디렉터의 Anupam Sibal 박사는 "이상적인 의료시스템은 지역사회의 의료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서비스 역량을 갖추고, 연속적 치료선상에서 의료 서비스를 조율 및 통합하는 것"이라면서 통합 의료서비스 시스템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지역에 소재한 많은 병원을 통해 수평적 통합을 달성했으며, 1·2·3차 진료를 모두 담당함으로써 수직적 통합도 이루었다.

Sibal 박사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환자들도 3차 진료기관의 전문의에게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다"며 "전문가가 상담을 제공하는 원격의료 전문센터, 환자들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원격의료 상담센터, 모바일 밴으로 원격지의 지역사회를 찾아가는 모바일 원격의료 상담 센터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농촌과 도시 간에 존재하는 양질의 의료에 대한 접근성의 격차를 해소하고자 도시화가 반쯤 진행된 지역과 농촌 지역에 3차 진료기관인 Apollo Reach Hospital을 설립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Sibal 박사는 "Health Highway를 통해 계열 병원뿐 아니라 인도 전역의 다른 병원과 의사 간의 연계를 구축, 환자 기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 프로젝트는 과학 정보, 원격 방사선 진단, 원격 의료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만성질환 통합치료 나서

성공적인 의료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싱가포르도 대대적인 개혁에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헬스서비스(Singapore Health Services) 싱헬스센터(SingHealth Center) Jeremy Lim 원장은 "2000년대 공공보건체계를 싱가포르헬스서비스와 국립헬스케어그룹으로2개의 수직통합 클러스터로 조직됐으며, 올해부터 지역보건체계를 설립하고 국민 보건 및 예방의학을 중점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급성질환 관리에 역점을 두고 적은 지출로 효율적인 성과를 가져왔다면, 올해는 인구 고령화와 이에 따른 만성질환 확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별 보건서비스를 재조직하기 위한 사업에 착수한 것이다.

Lim 박사는 "각 지역은 급성질환담당 병원, 재활센터, 장기요양시설, 주요보건센터, 가정요양제공기관이 긴밀히 상호 협력하는 체계를 갖춰 국민들에게 양질의 통합 보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정보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예정이며, 환자정보공유, 팀 기반 치료·분석에 국가전자의료기록이 반드시 필요한 플랫폼"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지속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새로운 치료 모델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적 변화 및 의료 서비스 제공기관과 환자·일반인 모두의 마인드 변화가 필수적"이라며 "임상분야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며, 다른 나라의 정책이나 상황을 면밀히 분석, 검토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건강관리서비스 모델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건강관리서비스가 일본에서는 이미 다각도의 수익모델이 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의료경제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인 사카마키 히로유키 박사는 "일본은 체지방 관리에 초점을 맞춘 특정건강검진 시스템 도입을 기점으로, 질병관리전문회사(DMO) 사업이 일반화됐다"며 "의학적 조사와 의료비 청구데이터를 활용, 질병관리 대상을 계층화하고 그 결과에 기반해 관련 의료전문가들이 의료지침을 제공하는 체계로 후생노동성(MHLW)과 경제산업성(METI)이 신사업분야의 구축을 지원하면서 한층 더 활성화됐다"고 역설했다.

사업 유형은 ▲건강보험사 가입자 데이터 분석에 따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비스 수수료는 건강보험기관이 지급하는 완전지원유형 ▲가입자가 지급하는 건강보험료는 원칙적으로 무료이거나 낮은 가격에 할당하는 건강지원유형 등이 있다.

▲B2B는 건강보험사를 고객으로 의료비 청구 데이터의 분석을 기초로 건강보험협회의 전략을 도출하며 ▲B2B2C는 의료 서비스의 노하우 및 서비스 자료의 내용을 완전지원, 건강지원, B2B 유형 기관에 제공 ▲B2C 유형은 주민을 직접 고객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비스 수수료를 받는 유형이다. 또한 ▲무료 유형은 제약회사와 의료기기회사가 운영하는 형식으로 회사는 주민·환자·가입자를 고객으로 만들어 무료 또는 저가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들의 진짜 목적은 기기 판매 또는 시장 점유율 확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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