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안돼 정관개정 못하다니…

의협 대의원 총회가 4월 26일에 있었다. 내 개인으로도 의협 대의원 총회 참석은 처음이었고, 전공의가 의협 대의원 정기 총회에 참석하는 일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처음 참석이어서 기대반 두려움 반이었다. 그 마음으로 총회의 여러 모습을 관찰했다.
새 대의원 의장을 선출하는 일과 의협 부회장, 감사 등 주요 다른 임원을 선출하는 일, 예산 및 결산을 승인하고 정관개정에 관한 토의와 의결을 하는 일, 그리고 공로패를 수여하는 일이 그날 총회의 주요 일정이었다.

대의원 의장선거는 박길수 의장과 부산 광역시 대의원회 의장을 역임한 이채현 후보의 양자대결이었다. 선거결과는 박길수 의장의 실적에 대한 평가와 이채현 후보의 사람 됨됨이에 의하여 결정될 것 같았다. 결과는 이채현 후보의 승리였다.
공로패 수여순서는 매우 지루했다. 수여대상이 서른명 정도 되었던 것 같았다.
나는 예결위에 속해 있었다. 그래서 정관개정을 담당하는 위원회의 상황은 직접 참관하지는 않았으나, 들은 바에 의하면 자잘한 몇가지 정관에 대하여 실속 없는 토론만이 오갔다고 했다. 한 사람의 시각이므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다른 회의의 분위기로 미루어 볼 때 그 사람의 시각이 어느 정도 적절했던 것 같다.

예결위는 예산이라는 실물을 다루는 위원회이어서 그런지 실속 없는 토론만을 하는 곳은 아니었다. 의협의 예산에 대하여 대의원들이 많은 준비를 하고 여러 대의원이 질의를 했다. 내 생각에는 아주 무리한 질문은 없었던 것 같다. 대체로 지방 개업의를 대표하는 대의원들이 예산 내용에 민감했고, 의학회나 다른 직역의 사람들은 덜 민감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총회에서 집행부에서 제출한 올해 예산안은 부결됐다. 예산안의 구체적 내용을 부결시킨 것은 아니었고, 사실은 의협회비 15% 인상안을 부결하다보니, 이 인상안에 의거하여 계획한 올 예산안이 부결된 것이었다.

원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대의원총회는 국가의 국회와 비슷한 기구다.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하며, 예산 및 결산을 승인하는 등의 집행부를 감시하는 기능을 가진다. 이러한 중요한 기능이 의협 대의원 총회에 있음에도, 들은 바에 의하면, 이제까지 의협 대의원 총회는 재적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을 채우지 못해 정관개정 등 주요 사항을 처리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대의원 총회도 그러한 상황이 재현됐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면 의협 대의원 총회는 민주적 의협을 위한 단초다. 여러 직역을 대표하는 대의원들이 각 직역의 의견을 수렴하여 의협에 반영하는 대의민주주의 실현의 장이다. 아직 그 이상을 이루기에 여러 외부의 난관도 많고, 회원들의 열의도 만족스럽지 않으나, 아무쪼록 의협 대의원 총회에 대한 여러 대의원과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로. 민주적 의협이라는 이상이 현실로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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