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시부트라민제제 퇴출에 이어 국내도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전문 비만치료제 시장이 일대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시부트라민제제 시장은 약 400억 원대. 오리지널약제인 리덕틸만 지난해에 18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제네릭에서는 한미약품의 슬리머가 120억원을 차지하며 선두그룹을 유지하고 있다. 그 밖에 실크라민(종근당), 엔비유(대웅), 슈랑커(동아). 리덕타민(유한양행) 등 제품이 20~40억 사이를 유지하며 나눠먹고 있다.

이처럼 거대 시장이 한순간에 사라지면서 비만치료제 시장도 적잖은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당장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400억 원이 어느쪽으로 예속될 것인가다.

일단 가장 단순하게 예측할 수 있는 변화는 펜타민·펜티메트라진 시장의 급격한 증가세다. 현재 두성분의 향정약은 시부트라민처럼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이라 상호작용도 유사하다. 뿐만아니라 식욕억제효과도 어느정도 검증되어 있다. 이렇다보니 시장성장세도 시부트라민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현재 펜타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제품은 아디펙스(광동), 푸라민(드림파마), 디에타민(대웅), 휴터민(휴온스) 등으로 총 지난해 155억 원어치가 팔렸는데 이는 전년대비 20%가 넘는 성장률이다. 시부트라민제제가 10%인 점을 감안하면 두배가 넘는다. 또 펜디메트라진은 푸링(드림파마) 91억, 아트라진(광동) 등 150억원 가량으로 10% 가량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시부트라민제제의 시판중지가 향정약 시장 성장을 더욱 가속화시킬 가능성은 매우 높다. 다만 향정약도 완전하게 안전한 약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부트라민제제의 후폭풍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 상당수 국가가 향정약을 비만약으로 허가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식약청이 시부트라민 퇴출을 계기로 펜터민과 같은 향정약 제제에 대한 안전성지금보다 더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예상을 빗나갈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약물 투여 기간 등을 지금보다 더 강화하면 상대적으로 더딘 성장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럴 경우 또다른 전문비만치료제인 오르리스타트가 일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제니칼로 대표되는 오르리스타트 제제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기전이 아닌 지방을 분해, 흡수해 변으로 배출해주는 기전을 갖고 있어 신경계 부작용에서는 자유롭다.

현재 이 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130억 원 정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지난해 7월 제네릭이 나오면서 최근 조금씩 성장하는 분위기다.

관동의대 제일병원 가정의학과 오한진 교수는 "오르리스타트제제를 써도 식욕억제를 통제하지 못하면 비만치료가 어렵다"면서 "향정약이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약 역시 부작용에서 자유롭지 못해 이익이 있더라도 매출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오르리스타트제제는 지난 2006년 미국 시민단체에 의해 대장암을 증가시킨다고 발표된 바 있다. 최근에는 간손상이 제기됐다. 게다가 지방흡수 분해제를 써도 식욕억제약제가 반드시 들어가야한다는 점도 약점이다.

만약 전문의약품 선택이 어려워질 경우 일반약 비만치료제 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반약 비만치료제는 전문치료제보다는 효과가 떨어지지만 비교적 안전하다는 점에서 많은 선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춰 제품이 많이 나와 있어 선택의 폭도 높다. 현재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제품은 살사라진(휴온스), 슬라인(동성), 살포시(조아) 슬림유(한미) 등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시장성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시부트라민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많은 환자들은 일반약을 복용해본 경험이 있거나, 또는 일반약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는 중증 이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향정약인 펜터민·펜디메트라진 제제 시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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