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cked communication is dangerous as blocked drain."(BMJ)
소통과 경청의 과정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진정한 의미의 커뮤니케이션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다양한 직종과 진료과, 그리고 의사와 환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병원 역시 많은 사람들이 부딪히는 공간으로 갈등 역시 피해갈 수 없다. 지난 2일 열린 "병원 조직 내 갈등과 의료기관 인증을 넘어선 소통"을 주제로 열린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학술대회에서는 서로를 이해하고 공통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다양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인증제 앞두고 리더십 중요성 강조

의료기관 인증제를 앞두고 가장 먼저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 평가항목이나 결과가 아닌 바로 조직 내 갈등이다. 실제 JCI인증을 받은 병원 관계자들은 인증제를 앞두고 직원들의 업무 과부하가 상당하다는 걱정부터 내비쳤다. 따라서 JCI 인증 이후 각종 인센티브 마련에 고심 중인 병원들이 인증제를 앞두고 직원들의 업무과부하와 불만 해소에도 신경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 임인석 회장(중앙대 용산병원 소아청소년과)은 "병원 내 존재하는 다양한 의사소통은 궁극적으로 환자 치유에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어렵고 지극히 주변적인 관심만 받아온 것이 사실"이라며 "병원 인증제를 계기로 환자를 위해 다양한 병원 내 직역들이 한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모색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자리가 많이 필요하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관동의대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은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직관리는 곧 커뮤니케이션 관리이며, 조직을 움직이는 힘이 곧 커뮤니케이션이자 그것이 리더십이라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내부적으로 리더와 조직원들의 방향성이 일치했을 때 생산, 규제, 개혁, 사회화유지 등 다방면의 효율이 증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병원 내부에 방향성이 통일된 소통 시스템이 없다면 환자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 있다"며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는 없다는 점에서 CEO 리더십의 중요도는 더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또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사내보, 사내방송, 사내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채널 및 도구를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조윤희 QI 팀장도 "중간관리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CEO가 직접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병원장이 직접 각부서와 진료과들과 직접 면담·회의를 가지고 논의를 진행하는 수평적인 방식이 직원들의 방향성과 의지고양에 효과적이었다"며 병원 사례를 설명했다. 단, 일회성·단기간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점도 당부했다.

환자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병원

병원조직 내 소통에 대한 문제는 병원·의사와 환자 간 소통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실제 "Arch Intern Med" 논문에 따르면, 의료진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따라 고혈압 치료 성과가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또한 퇴원시 진단명을 알고 있는 환자는 57%인데 비해 주치의의 77%는 환자가 진단명을 알고 있을 것으로 조사된 것은 의사와 환자가 얼마나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결과를 여실히 보여준다.

숙명여대 약학전문대학원 신현택 교수는 "환자는 병원을 부서별로 보지 않고 전체로 인식하기 때문에 병원 전체의 시스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의료서비스 개념에서 소비자 입장에서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비롯한 원격진료, 홈케어 등 병원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성이 여기에 더욱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KPMG 김형진 상무는 환자 중심의 용어와 공간의 재배치를 언급했다. 김 상무는 "환자에 대한 친절서비스와 용어 등 환자와 환자가족을 중심으로 한 프로토콜이 필요하다"며, "협진도 환자가 아니라 의료진이 움직일 수 있도록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하면 보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의료정보 발전이 커뮤니케이션에 일조

소셜미디어 등 의료정보 시스템의 발전이 커뮤니케이션에 일조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헬스로그 양광모 대표는 미국 메이요클리닉 사례를 들며 "트위터, 페이스북은 물론 자체적으로 정보를 공급하는 미디어까지 운영하고 있다"며, "원내소통은 물론 병원홍보, 위기관리, 고객의견청취, 지역고객관리, 환자교육, 생활습관교정, 원격자문 등 다방면에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커뮤니케이션 노력도 중요하지만 선진화된 의료정보시스템의 역할은 이를 효율적으로 만들어주게 됐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에서는 페이스북을 통해 케이스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또 환자의료기록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교류함으로서 치료계획, 환자교육, 처방정보전달에 대한 환자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사실 아직까지 소셜미디어에 대한 인식이나 환자 상담, 케이스 스터디 등의 제도적 문자나 의견합치에 있어 논의의 여지가 많다. 더욱이 소셜미디어를 통한 환자와의 소통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업무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많고,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부분에 대한 법과 제도가 없는 것도 산적한 과제다.

양 대표는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등을 통한 토론그룹이 있을 정도로 하나의 시대적 흐름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소셜미디어 활용에 있어서 물론 환자의 정보는 보호를 해야하지만 기술에 대한 제제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환자의 IT 활용도를 의사 등 전문가들이 따라집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애니메이션·환자 스토리 등 보다 흥미있게

환자들의 치료성과를 높이기 위한 흥미로운 콘텐츠에 대한 연구도 늘어나고 있다.

Health Wave 정희두 대표는 현장에서 환자의 이해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질환 정보 등을 담은 플래쉬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소개했다. 숭실대 의학연구정보센터 조사결과, 환자들의 정보전달 선호도에서 만화가 24%, 그림설명이 포함된 글이 15%인데 비해 플래쉬 애니메이션은 49.6%로 나타나면서 환자의 높은 접근도와 이해도가 확인됐다.

정 대표는 "수술·시술내용, 수술동의서, 치료 후 관리에까지 활용할 수 있으며, 환자 인증을 통해 환자가 원할 때 반복적으로 볼 수 있다"며 "현재 인천사랑병원에서 이에 대한 연구가 완료됐고, 소아응급연구회와 연관된 11개 병원에서도 시범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단국의대 가정의학과 박일환 교수는 질병체험 이야기 자료구축 연구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질병을 체험하고 있는 환자 자신이 질병에 대해 갖고 있는 주관적인 질병체험 이야기를 다른 환자들에게 말하게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원인, 증상, 예후 및 질병 치료에 대한 기대 등에 관한 환자 견해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다른 환자 및 가족들이 질병에 대처할 수 있는 정보와 정서적지지와 사회적 연대감을 받을 수 있다"며 "학자들도 질병체험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위해 실제적인 자료를 제시할 수 있는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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