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LATO, TRITON-TIMI38, CURE·ACTIVE 하위분석연구

항혈소판제 사용에서 환자의 유전자형 검사가 개인 맞춤치료 완성에 한 발 더 다가가는 일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그저 실효성없는 문제제기에 그칠 것인가.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지난 3월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 Plavix) 안전성 경고를 발표하면서 제기된 이 문제는 이번 유럽심장학회(ESC)에까지 이어졌다.

FDA는 지난 3월 CYP2C19*2 유전자 다형성이 있는 환자에게 클로피도그렐의 약효가 낮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간효소 유전자에 다형성을 보이는 환자의 약물 대사능력이 낮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이는 약물 자체의 안전성과는 별도로 환자별 맞춤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클로피도그렐, CYP2C19, ABCB1 유전자 다형성에서 효과 낮아
- PLATO, TRITON-TIMI38 연구

우선 클로피도그렐이 CYP2C19 유전자 다형성을 지닌 환자에게서 효과가 낮아진다는 부분은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부분이다. 이는 지난 1일 종료된 유럽심장학회(ESC)에서 발표된 클로피도그렐과 티카그렐러(ticagrelor, Brillinta)의 효과를 비교한 PLATO 하위분석 연구와 프라수그렐(prasugrel, Effient)과 비교한 TRITON-TIMI38 연구에서도 확인된 부분이다.

PLATO 연구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 1만8624명을 대상으로 티카그렐러와 클로피도그렐의 효과를 비교, 티카그렐러가 클로피도그렐에 비해 출혈 위험도를 높이지 않으면서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등 주요심혈관사건을 유의하게 줄인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하위분석연구에서는 티카그렐러군 5137명, 클로피도그렐군 5148명을 대상으로 CYP2C19와 ABCB1의 유전형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CYP2C19에서는 야생형(wildtype) *1과 대립유전형이자 기능손실(loss of function) 유전형인 *2, *3, *4, *5, *6, *7, *8과 기능획득(gain of function) 유전형인 *17을, ABCB1은 단일염기 다형성인 C3435T을 대상으로 했다.

결과 CYP2C19 유전자에서 티카그렐러는 다형성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 클로피도그렐은 다형성 별로 심혈관사건 발생에 변화를 보였고 주요 출혈사건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ABCB1 C3435T는 티카그렐러와 클로피도그렐 모두에 영향을 줬지만 임상적 유의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티카그렐러군에서는 심혈관사건 발생비율이 전반적으로 낮았던 것에 비해 클로피도그렐군은 유전형 발현 정도에 따라 위험도가 높아졌으며 전반적인 위험도는 티카그렐러군보다 높게 나타났다.

프라수그렐과 클로피도그렐의 효과를 비교한 TRITON-TIMI38 연구는 1만3608명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프라수그렐이 클로피도렐보다 심혈관사건은 줄였으나 출혈위험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하위분석연구에서는 연구대상군 중 2932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다형성과 약물 효과 간 연관성을 분석했다. TRITON-TIMI38 하위분석연구에서도 CYP2C19 유전자 다형성에 대해서는 PLATO 연구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ABCB1 유전자 다형성에 있어서는 PLATO 하위분석연구와 조금 다른 결과를 보였다. 연구에서는 ABCB1 3435C T 대립인자 동형집합성(homozygous)을 지닌 클로피도그렐군에서 심혈관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프라수그렐군에서는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CURE·ACTIVE 하위분석연구는 CYP2C19 유전자 다형성이 궁극적인 심혈관사건 예방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비ST분절상승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CURE 연구와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한 ACTIVE 연구의 6000여명을 대상으로 CYP2C19 유전형을 분석해 클로피도그렐과 위약군간의 차이를 비교한 이 연구에서는 기능손실 유전형인 CYP2C19*2, *3, 기능획득 유전형 *17을 대상으로 했다. CURE 연구 5059명에 대한 연구결과 대상 기능손실 유전형을 지닌 환자군의 심혈관사건 발생률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기능획득 유전형을 가진 환자군에서는 클로피도그렐의 예방효과를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혈위험도도 클로피도그렐과는 연관성이 없었다. ACTIVE 연구의 심방세동 환자 1156명에게서는 유전형에 따른 약물의 효과와 출혈위험도 간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유전자 검사, 필요한가?
- ACC·AHA 가이드라인 발표

ESC에서 발표된 연구들이 상반된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환자 유전자 다형성에 의해 클로피도그렐이 영향을 받는다는 쪽으로 무게가 기우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맞춤치료를 위해 유전자 검사가 필수적인 과정이 되야한다라는 점에는 해결해야할 물음표가 많이 남아있다.

미국심장학회(ACC)와 미국심장협회(AHA)는 지난 6월말 이에 대한 성명서(J Am Coll Cardiol, 2010; 56:321-341)를 통해 FDA의 경고문 내용을 임상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애매하다고 지적하면서 유전자 검사에 너무 많은 비중을 싣지 말라고 강조했다. 아직 이를 권고사항이나 가이드라인으로 고려하기에는 근거가 약하다는 것이다.

ACC/AHA 가이드라인 위원회 시더시나이의료원 산제이 카울(Sanjay Kaul) 박사는 유전자 검사가 약물의 효과와 환자의 예후, 안전성을 향상시켜주는지 여부에 대한 인식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대사저하 문제로 클로피도그렐을 사용할 수 없는 환자에게는 프라수그렐이나 티카그렐러 등 대체약물을 고려하는게 더 안전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가이드라인에 중등도나 예후가 나쁠 것으로 예상되는 고위험군 환자들은 유전자 검사나 혈소판 활성화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권고사항을 추가했다고 말했지만, "유전자 검사가 5~7일 정도 시간이 걸리는 상황에서 급성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며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에는 거리차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클로피도그렐이 유전자형에 따른 효과 차이가 있는가
: 그렇다. 클로피도그렐를 활성화시키는 효소가 cytochrome P450인데, 그 활성이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그 이유는 유전자형이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즉 결핍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은 클로피도그렐의 활성화가 둔화되어 혈소판 억제 효과가 감쇄한다는 것. 혈소판 활성을 표시하는 인덱스 중 PRU(platelet reaction unit)를 측정한 결과, 유전자형에 따라 클로피도그렐 투여 후의 혈소판 활성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결핍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은 PRU 수치가 높은데, 서울대병원 심혈관센터의 연구결과 한국인에서 결핍유전자형이 서양인보다 더 많아 평균 PRU값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양인의 평균치는 235정도인데, 한국인의 평균치는 250에 달한다. PRU치가 중요한 이유는 이 수치가 높은 환자가 관동맥 스텐트 시술 후 반드시 투여하게되는 클로피도그렐의 효과가 낮게 나타나 사망, 심근경색, 스텐트 혈전증의 위험도가 현저히 상승하기 때문이다.

신약인 프라수그렐이나 티카그렐러의 가치가 빛나는 이유도 이것이다. TRITON, PLATO 하위분석연구에서 프라수그렐이나 티카그렐러를 투여한 환자들에서는 유전자형에 무관하게 효과가 일정했으나, 클로피도그렐을 투여한 환자에서는 유전자형에 따라서 심혈관사건 발생률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CURE·ACTIVE 하위분석 연구결과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 CURE 연구의 대상환자중에서 스텐트를 삽입한 비율은 15% 미만이었고, ACTIVE 연구의 대상환자들도 주로 관동맥성형술이 아닌 약물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이다. 즉 클로피도그렐의 약효가 약간 감쇄하는 것이 심혈관사건발생수를 좌우할만한 고위험군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즉 연구 대상군(population)의 위험도나 예후에 미치는 클로피도그렐의 중요성에 따라서, 유전자형의 영향이 달리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 티카그렐러와 프라수그렐이 클로피도그렐에 비해 유전자 다형성에 영향을 덜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 티카그렐러와 프라수그렐은 클로피도그렐과 다르게 약물 활성화 과정에서 CYTOCHROME P450 효소계의 의존도가 낮아 CYP2C19 유전형이 달라도 약효에 별 지장이 없다

- 항혈소판제제 사용에 있어서 CYP2C19 등에 대한 유전자 검사가 필요한가
: 비용 문제만 해결된다면 검사를 통해 약제를 선별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전자 검사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유전자형 검사 결과 결핍형 환자에게는 프라수그렐이나 티카그렐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반면 유전자형이 정상이면 경제적으로 유리한 클로피도그렐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이런 처방 전략이 실제로 환자의 예후를 향상시키는지는 추후 검증되어야 하며, 훌륭한 향후 임상연구의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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