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가 사하라 남쪽…신약공급 턱없이 부족

세상의 이목이 온통 사스에 쏠려 있다. 지난달 26일 중국정부가 공식 발표한 감염자수는 2,914명, 사망 131명, 전세계 감염자수가 5천명을 넘어서면서 지구촌이 유례없이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여명씩 사망자가 늘어간다는 사실이 인류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두려움이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를 더욱 무력하게 하는 수치가 또 하나 발표됐다. 많은 사람들이 강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고 있던 아프리카에서 날아온 소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아프리카 말라리아 보고서(African Malaria Report)"를 발표, 이 질병으로 하루에만 지역 어린이 3000명이 죽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 씁슬한 것은 이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된 항말라리아제 신약들이 다수의 어린이들에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로할렘 브룬트란트 WHO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1998년 시작된 아프리카 지역 말라리아 퇴치운동(Roll Back Malaria Initiative)이 그나마 진전을 보고 있지만, 아프리카 저개발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말라리아와의 전쟁을 위해 국제사회의 보다 큰 관심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WHO에 의하면, 세계인구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최빈국 지역민들이 말라리아 감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현재까지 3억명 이상이 이 질병에 감염됐으며, 매년 100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중 90%가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에 집중돼 있고, 대부분의 희생자는 어린이들이다.
"매 30초 마다 어린 생명이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고 있다. 2010년까지 말라리아 사망률을 절반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하지만, 이를 수행할 구호기금이 턱 없이 부족하다." 캐롤 벨라비 유니세프(UNICEF) 사무총장의 말이다.

"아프리카 말라리아 보고서"는 ▲저개발국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국제구호기금의 확대 ▲저개발국 보건개선의 최우선 과제로 말라리아 지정 ▲항말라리아제 보급에 민간기업 및 단체 참여 확대 ▲새로운 항말라리아제의 지속적 개발 및 보급 등에 대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관심을 늦춰서는 안될 지역이 또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구촌 최고의 이슈로 부각됐던 이라크다.

유엔이나 적십자 등 국제구호단체들의 손길이 지속되고 있지만, 전쟁으로 피폐된 보건·위생시설과 부상자 및 난민들을 모두 포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이 의견이다.
WHO는 이라크의 보건·위생·전력시설 재건을 위해 3억2500만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중 이라크인의 생명과 기초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긴급 투입돼야 할 자금은 1억8500만달러. 하지만, 이라크 병원운영을 위한 구호금 모금운동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WHO 관계자에 따르면 구호활동을 실시하고 시설을 유지해야 하는 직원들의 급여가 확보되지 않아 모든 활동이 봉사요원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대로 구호의 손길이 감소한다면 더 이상의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다. 사태가 급박해 지자 WHO는 바그다드 소재 병원의 수술시설 유지를 위해 매달 3000~5000달러의 추가자금지원을 유엔에 요청했다.
WHO측은 이라크의 중앙공중보건시설을 재건하는데 수백만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국제사회의 구호손길을 재촉하고 있다.

기다리고만 있기에는 이라크인들이 노출돼 있는 보건상의 위협이 너무 크고 시급히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이라크인 사상자수가 재앙 수준으로 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한 부상자 뿐 아니라 이미 질병을 앓고있는 환자들도 더 이상의 치료받을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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