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종군 자세로 의협 발전 도울터"

▲초대 직선 회장으로서의 임기가 며칠 남지 않았는데. 마치는 소감을 말씀해 주시죠.
- 1년 6개월전 회원들의 절대적 지지로 초대 직선 회장에 당선됐지만 회원들의 큰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의협의 민주화와 의료계 발전을 위한 주춧돌만 놓고 집짓기를 끝내지 못하고 물러간다는 느낌이 들어 참으로 죄송스럽습니다. 차기 집행부가 회원의 뜻을 받들어 잘해 줄 것으로 믿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 홀가분한 마음입니다만 솔직히 시원섭섭하네요.

▲ 우여 곡절 끝에 직선제가 시행, 첫 직선 회장으로 회무를 펼쳐 왔는데 초대 직선 회장으로 직선제를 평가 해 본다면 ?
- 회장 직선제는 바람직한 제도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과거 간선제로는 회원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회원이 회장 이름도 모르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겠죠. 직선제는 조직이 혁신되고 민주화되는데 매우 중요한 제도입니다. 첫 직선제 당시에는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매우 높아 이 제도의 장점을 부각시킨 것으로 보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율 저조로 장점이 퇴색된 점이 있습니다. 이는 직선제 자체의 문제이기보다는 실시 시기나 선거 규정 등 제반 사항에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다음 선거에서는 충분히 검토,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임기 중 거둔 성과를 든다면 ?
-의료계의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의료정책연구소가 문을 연 것입니다. 의협이 의료정책 개발 단체로서 거듭나기 위한 시동을 건 것으로 매우 기대가 큽니다. 이 연구소의 성장을 위해 회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성원을 당부드립니다. 또 의협과 의사가 정치적인 힘을 갖기 위해 펼쳤던 의협·의사의 정치 세력화입니다.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전개돼야 할 중점 사업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화기관용약제 이른바 "7월 고시"의 완전 철폐도 하나의 성과로 들 수 있습니다. 비만 캠페인 전개와 초등학교 축구 팀닥터, 아동학대 예방사업, 환경운동연합과의 환경운동 공조체계 구축 등을 통해 국민과 함께하는 의사상을 정립한 것도 성과라면 성과입니다.

▲ 임기중 펼친 사업 중 미흡했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
- 지난해 4월 17일 의약분업 전면 재검토 결의대회가 불발로 끝나는 등 의약분업의 전면 재검토 주장을 보다 강력히 펼치지 못해 분업 철폐를 관철시키지 못한 점과 의료계 사상 첫 수가 인하를 저지하지 못한 것이지요. 이들 문제에 대해서는 항상 회원들에게 큰 빚을 진 마음입니다.

▲ 그렇다면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
- 역시 의약분업 철폐를 통한 의사의 진료권 확립과 국민의 건강권을 철저히 보호하지 못한 점입니다. 회원의 단결된 힘을 조직화해서 이끌어내지 못한 점도 아쉽습니다.

▲ 선거 공약 사항 중 얼마나 이행됐다고 생각하는지. 자체 평가를 해 본다면.
- 우선 의료계의 작금의 위기 상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 잘못된 정부의 의료정책으로 인한 의료제도의 왜곡으로부터 비롯됐습니다. 의료계가 다시 회생하기 위해서는 의료정책의 기본적인 것부터 정립돼야 합니다. 이같은 판단으로 의료계의 의료정책 개발과 의사의 정치 세력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의 초석을 마련하는데 지금까지 주안점을 두고 회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이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에는 1년 6개월이란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둥을 세우고 완공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마음 가득합니다.

▲ 신상진 집행부가 내건 가장 큰 정책을 꼽는다면 의사의 정치 세력화와 의약분업 전면 재검토로 생각되는데 의사의 정치 세력화는 어디까지 와 있으며 의약분업 전면 재검토 역시 어떤 상태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지난해 지자체와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의사가 정치 세력화돼야 한다는데는 회원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즉 의사의 정치 세력화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된 것이죠. 의사의 정치 세력화에 대한 활동 방식 등에 대한 노하우도 상당히 축적됐다고 봅니다. 물론 가야할 길은 멀지만요. 의약분업 전면 재검토도 1년 6개월간 지속적으로 주장해와 회원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현재 정부에 범의료계 분업재평가위원회 구성을 제안해 놓고 있는 상태죠. 회원의 단결과 단호한 의지를 견지하면 잘 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 회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참여입니다. 무관심은 독재보다는 더 무섭다는 말이 있습니다. 참여 속에서 발전적인 비판을 할 때 의료계는 한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입니다. 흔들기식 보다는 건설적인 비판을 통해 대안을 제시하며 발전하는 의협을 만들어 갔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회원 여러분에게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 정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의협을 전문가 집단으로 존중해 줘야 합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 의료 발전을 위해서 의사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도록 최대한 협조하고 유도해 줘야 합니다. 의료를 경제 논리로만 봐서는 절대 안됩니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 점을 명심해 주기 바랍니다.

▲ 차기 집행부에 하고 싶은 말이나 당부의 말이 있다면 ?
- 잘 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의협 회무는 회원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핵심사항이라고 생각됩니다. 회무 수행시 인기나 눈치보기에 연연하지 말고 소신 있게 업무를 추진하기 바랍니다. 의료정책연구소와 의사 정치세력화, 국민과 함께하는 의사회를 실현하는 것을 회무 중점 사항으로 자리매김해 줬으면 합니다.

▲ 회장직을 마치고 난 후의 계획은.
- 일단 쉬고 싶습니다.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계획입니다. 그러면서 의료계의 발전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며 백의종군의 각오로 새 집행부에 적극 협력할 생각입니다. 회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의 말대로 1년 6개월이란 기간동안 의협 회장직을 수행하고 결실을 맺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신상진 회장은 초대 직선회장으로서 의협민주화와 개혁을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평을 받을만은 하다. 재선에 실패하고 첫 직선회장의 임기를 마치는 신상진 현 회장에 대한 확실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 젊기 때문에 의료계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할 시간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의약분업 시행으로 인해 빚어진 의료대란때나 앞으로도 의료계내에서 그가 할 일은 있을 것이다. 회원들의 뇌리에 그의 잔영이 아직도 선명할 것 같다. 시간을 갖고 고민하겠다는 그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초석 다지기에 급급 집짓기를 못했다는 그. 백의종군하며 다시 설계도부터 꼼꼼히 챙기며 다시 내일을 기약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그에게 서 아쉬움과 홀가분함이 교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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