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심장학회 연례 학술대회가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8월 28일부터 9월 1일까지 5일간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항혈전제 등 약물에 대한 논의들이 진행됐다. 각 분야별로 주목받은 내용들을 정리해본다.

▲가이드라인을 말하다
- 심근경색 혈관재형성술 가이드라인

유럽심장학회(ESC)가 심근경색환자의 혈관재형성 치료에 티카그렐러(ticagrelor, Brilinta)를 항혈소판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티카그렐러가 긍정적인 연구결과들을 발표한 바 있지만 아직 어떤 기관에서도 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는 큰 의미를 가진다. 특히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 Plavix)가 같은 수준의 근거로 귄장되고 있다는 점은 티카그렐러에 대한 ESC의 입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타카그렐러를 클래스 1 / 근거수준 B(Class 1 / Level of Evidence B)로 치료제 목록에 올렸다. 이는 대규모 임상시험이나 대규모 비무작위시험들을 근거로 효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합치가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클로피도그렐 역시 급성관상동맥증후군에서 클레스 1 / 근거수준 B로, ST분절상승 심근경색에서 클래스 1 / 근거수준 C로 권고되고 있다. 이와 함께 또다른 항혈전제인 프라수그렐(prasugrel, Effient)은 ST분절상승 심근경색에 대해 클레스 1 / 근거수준 B로, 비ST분절상승 심근경색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사용이나 효과적이라는 의견과 증거들에 무게를 둔다"는 클레스 2a / 근거수준 B로 권장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시드니 스미스(Sidney C. Smith) 교수는 "이번 가이드라인에 티카그렐러를 추가한 것은 작년 ESC에서 발표된 "PLATO" 연구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PLATO" 연구에서는 비티에노피리딘(non-thienopyridine) P2Y 수용체 억제제 계열 약물인 티카그렐러가 심혈관사망을 포함한 사건발생률 감소에 있어서 티에노피리딘 계열인 클로피도그렐보다 더 뛰어난 효과를 보인 바 있다.

- 심부전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심부전의 의료기기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에서 ESC는 클래스 1, 근거수준 A로 심장재동기화치료(cardiac resynchronization therapy, CRT)를 권고를 확대, 기존 NYHA 3, 4등급에서 경증으로 분류되는 NYHA 2까지 포함시켰다.

2008년 ESC 급·만성심부전 진단 치료 가이드라인과 2007년 CRT 가이드라인의 업데이트판인 이번 가이드라인이 NYHA 2 환자에 대한 CRT 사용에 클래스 1, 근거수준 A를 준 것은 사망률 감소보다 질환의 진행 예방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의 근거가 되는 연구는 무작위 대조군 임상인 "REVERSE" 연구와 "MADIT-CRT" 연구다. 이 연구들에서는 NYHA 1, 2등급 환자를 포함해 CRT가 심부전 입원률과 사망률을 감소시키고 무심부전 생존율의 개선에 효과가 있었다는 내용이다. 이번 가이드라인 위원회 노르웨이 베르겐대학 케네스 딕스테인(Kenneth Dickstein) 교수는 클래스 1, 근거수준 A는 "혁명적인 결과"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번 개정 내용에 무게를 실었다.

△CRT 적용 권고사항
클래스 1 근거수준 A / NYHA 3, 진행성 4 등급, LVEF 35 미만, QRS 120ms 이상, 동리듬, 약물치료
클래스 1 근거수준 A / NYHA 2, LVEF 35% 미만, QRS 150 ms 이상, 동리듬, 약물치료
클래스 1 근거수준 B / 클래스 1 페이스메이커 적응증, NYHA 3, 4, LVEF 35% 이하, QRS 120ms 이상

▲심박수, 심부전 치료타깃으로 자리잡다
- "SHIFT" 연구

높은 심박수를 심부전의 위험요소이자 치료타깃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에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 2010 ESC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SHIFT" 연구를 진행한 스웨덴 고덴버그대학 칼 스웨드버그(Karl Swedberg) 교수는 "심박수 감소와 함께 심부전 사망률 및 입원율이 낮아졌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스웨드버그 교수는 "높은 심박수가 심부전의 위험요소지만, 이것이 치료타깃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았다"며 "SHIFT" 연구가 심부전 치료전략의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시에 선택적 동방결절 억제제인 이바브라딘(ivabradine, Procoralan)은 작년 심박수 감소를 통한 관상동맥질환 위험도 감소 효과를 보인 "BEAUTIFUL" 연구에 이어 "SHIFT" 연구에서도 심부전 위험도 감소 효과를 보임으로써 심박수 감소에서 그 입지를 다지게 됐다.

"SHIFT" 연구는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군 다국적 임상으로 만성심부전 환자 중 좌심실 박출계수가 35% 미만, 심박수이 70bpm 이상, 12개월 안에 심부전으로 인한 임원병력, 베타차단제를 포함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총 6505명 중 이바브란딘군은 3241명으로 1일 2회 7.5mg을 투여했다. 일차종료점은 심혈관사망률과 심부전 악화로 인한 입원이었다.

22.9개월 동안 이바브라딘군에서는 24.5%인 793명이, 위약군에서는 28.7%인 937명이 일차종료점에 도달했다. 세부적으로는 이바브라딘군이 위약군 대비 심부전 증상악화로 인한 입원율은 26%, 심부전 사망은 26%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연구가 "심박수 저하의 효과와 함께 이바브라딘의 효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부전 치료에서의 심박수 감소 역할과 이바브라딘의 효과에 대해 "SHIFT" 하위연구를 진행한 독일 자를란트대학 미카엘 봄(Michael Bohm) 교수는 "1~5bpm의 심박수 상승에 따라 위험도가 증가했다"며 심박수 감소효과를 강조했다.

이와 함께 연구에 대한 토론을 진행한 미국 미네소타대학 인더 안앤드(Inder Anand) 교수는 "전체 좌심실수축기능부전이 있는 심부전환자들 중 40%는 표준 심부전 치료법에 이바브라딘을 추가할 경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며 연구 결과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와 함께 연구에서 베타차단제와의 병용투여 가능성에 주목했다. 안앤드 교수는 "실제 임상에서 고용량의 베타차단제 처방이 필요하지만 부작용의 우려로 인해 낮은 용량이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부전환자에게 베타차단제가 불내성을 보이고 심박감소 효과가 저조하기 때문. 이에 안앤드 교수는 "최근 23개의 베타차단제와 심부전의 연관성에 대한 메타분석 연구결과 베타차단제의 용량보다는 실제 심박의 감소와 연관이 있었다"며 고용량 베타차단제 투여가 곤란한 환자들에게 이바브라딘을 추가 투여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SC는 2006년 가이드라인에서 이바브라딘이 항협심증 효과를 가지고 있고, 베타차단제의 사용이 어렵거나 부작용이 있는 환자들에서 그 대체제로 사용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바브라딘은 작년 ESC 학술대회에서 "BEAUTIFUL" 연구를 통해 심박이 높은 관상동맥질환자의 심근경색과 혈관재형성술의 위험도를 낮췄다는 결과를 보였다. 연구는 1만917명의 좌심실기능부전이 있는 관상동맥질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고 평균 19개월 치료를 통해 관상동맥사건 22%, 심근경색 36%, 관상동맥 재형성술 30%의 감소율을 보였다.

▲포스트 와파린 레이스
- "AVERROES" 연구 / "RE-LY" 하위 분석연구

이번 ESC 학술대회에서도 "포스트 와파린(warfarin)" 경쟁이 치열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약물은 개발 중인 아픽사반(apixaban)과 다비가트란(dabigatran,, Pradaxa)이었다. 현재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의 표준치료법은 와파린(warfarin)이지만 목표 INR이 2~3으로 좁고, 실제 임상에서도 출혈 위험도가 높고, 약물과 음식 간 상호작용이 강해 전체 환자 중 절반 가량만 투여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와파린을 대체할 약물은 늘 주목받아 왔다.

"AVERROES" 연구는 경구용 항혈전제인 에픽사반이 뛰어난 효과를 보이며 조기종료됐다. 와파린을 투여할 수 없는 심방세동환자 5600명을 대상으로 에픽사반 5mg과 아스피린 간 뇌졸중 예방효과를 알아본 무작위 이중 맹검연구인 "AVERROES" 연구에서 에픽사반은 3개월 째 57%의 뇌졸중 위험도를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단위로 분석했을 때 뇌졸중 발생률은 에픽사반군 1.7%, 아스피린군 4%로 나타났다. 단 출혈 위험도가 높아졌으나 1.5% 대 1.2%로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 이 외에 혈관사망, 심혈관입원, 사망에 있어서 에픽사반군은 아스피린군에 비교해 각각 2.5% vs 2.5%, 11.8% vs 14.9%, 3.4% vs 4.4%로 전반적인 부분에서의 효과도 보였다.

연구를 진행한 맥마스터대학 스튜어트 코놀리(Stuart K Connolly) 교수는 "와파린을 쓸 수 없는 심방세동환자를 대상으로 뛰어난 뇌졸중 예방효과와 적은 출혈 위험도를 보였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지역사회의 뇌졸중 유병률 감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미 유럽의약국(EMA)에서 2008년 승인을 받고 사용되고 있는 다비가트란은 이번 ESC 학술대회에서 "RE-LY" 하위분석연구를 발표, 와파린보다 높은 효과를 보임과 동시에 출혈 위험도는 낮췄다는 결과를 발표해 포스트 와파린으로서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게다가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적응증에 대한 우선심사지정 약물로 선정하고, 자문위원회가 9월 중순 이에 대한 회의를 가질 것으로 알려져 이런 입지를 더욱 크게 해주고 있다.

"RE-LY" 연구는 1만8113명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다비가트란과 와파린을 투여해 평균 2년 추적한 것으로, 150mg의 다비가트란을 1일 2회 투여한 군이 와파린군에 비해 고위험군 환자들의 뇌졸중, 전신색전증, 출혈, 혈관질환 위험도 감소에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보였다. 저용량인 110mg군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이번 하위분석 연구에서는 이들 대상군을 치료범위 내 유지된 시간(TTR)에 따라 57.1% 이하, 57.1%~65.5%, 65.5~72.6%, 72.6% 이상군으로 나눠서 분석했다. 결과 INR에 상관없이 다비가트란군이 와바린보다 뇌졸중, 전신색전증 감소에서 더 효과적이었고, 110mg 저용량에서는 출혈 위험도를 더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공동참가자인 랑케누의학연구소·심장센터 미첼 에제코비츠(Michael Ezekowitz)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이전 "RE-LY" 연구결과에 더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며 다비가트란의 효과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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