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상무 "팔릴지 안팔릴지 확인없는 전략이 원인"

신약개발 컨설턴트로 평가받고 있는 유한양행 남수연 상무(내분비내과 전문의)가 국내 제약사들이 세계적인 블록버스터를 개발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절된 R&D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신약개발에 성공하려면 글로벌 제약사들이 하고 있는 혁신적인 임상개발전략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남 상무는 최근 한 제약사가 마련한 신약개발 심포지엄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신약개발은 단절되어 있다. 합성전문가는 합성만하고, 독성연구는 독성연구만하고, 임상연구자는 임상개발만 몰두하는 단절된 R&D를 해오다 보니 신약이기는 하지만 시장에서 별로 쓸모가 없는 블록버스터가 되지 못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같은 방식을 더 이상 하고 있지 않다"고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전략은 "Translational R&D 전략"을 따르고 있다. 굳이 한국말로 옮기면 "변형된 R&D 전략"아다. 이 말은 지난 2007년에 미국 NIH가 발표한 것으로 하면 제약사들이 보다 빠른 시간에 신약개발을 할 수 있도록 개념을 재정립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좀 더 풀어보면 Translational R&D 전략은 먼저 개발할 약이 시장에서 어떻게 팔릴지, 어떤 환자에게 쓰일지 , 어떤 약이랑 병용되어야 할지에 대한 사업화 전략이 나오고 이에 맞춰 임상개발전략이 짜는 것이다. 이후 타겟을 갖고 잘짜여진 인비트로, 인비보, 전임상, 임상개발에 단계를 순서를 바꿔서 하는 것이다.

남 상무는 "한국최초의 미FDA승인신약인 팩티브도 연구를 열심히 해서 신약은 됐지만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시장에서 원하는 약이 뭔지 어떻게 쓰일지, 개발전 마케팅 R&D 전략이 없었기 때문에 블록버스터가 못한 것이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그는 새로운 약을 개발하기 위해 타겟(후보물질)을 잡았으면 임상개발전략이 먼저 나와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례로 당뇨약을 개발한다고 가정하면 현재 메트포민이 1차약이므로 병용투여형태를 전제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전임상의 경우 동물모델에서 얻은 안전성 유효성을 프로파일을 사람에서도 그대로 얻을 수 있도록 가장 좋은 모델을 찾는 것도 임상개발전략에 포함된다.

그는 "1995~2005년 10년 동안 1000개 가까운 타깃이 있지만 살아남은개 20% 정도다. 이는 환자의 특징을 나타내는 동물모델을 적절하게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때문에 미국에서는 전임상에서도 PK·PD 액티비티를 나타내는 바이오마커를 보는 것에 노력을 하고 있다. 바이오마커를 연구하면 전임상 연구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임상을 진행해야할지 중단해야할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트랜드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계적인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식약청도 글로벌화에 편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 상무는 빠른 신약개발을 위해 글로벌 제약사들은 하나의 임상에서 반복, 단회. 단독, 병용투여 임상을 동시에 하고 있다면서 한국 식약청이 하라는 대로 하면 모두 각각 해야하므로 동시에 같은 약이 개발되고 있을 경우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존슨앤존슨도 당뇨약을 개발중인데 한 임상에서 단독요법과 병용요법을 동시에 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GSK도 시타글립틴과 병용 및 단독과 한번에 진행중이다. 로슈는 더 앞서 나가서 개발중인 두 가지 화합물에 대해 한 임상시험 프로토록에서 하고 있다"며 "현재로서 한국 식약청은 불가능하다"고 표현했다.

남 상무는 "얼마나 임상개발전략을 잘 짜느냐에 따라 신약개발기일을 단축시킬 수 있다. 미국은 벌써 글로벌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전략에 편승해서 신약을 빨리 개발할 수 있도록 서포트를 해주고 있다"며 식약청의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남 상무는 임상연구자를 잘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남 상무는 "임상개발전략에 대해 잘아는 전문가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잘 모르면 전문가를 초빙해서라도 물어봐야 할 것"이라며 이같은 노력이 있어야만 국내제약사들이 좀 더 빨리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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