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사람만이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제약영업인 각자 경쟁력 갖추고 있다면 기회 생길 것

이동수 본부장은 1996년 제약업계에 영업사원으로 첫 발을 디딘 후 마케팅 PM, 마케팅 팀장, 필리핀 해외파견 근무, 영업본부장, 영업전략기획실 본부장 등을 거쳐 현재 GSK에서 Commercial Excellence Director로 근무하고 있다.


최근까지 한국은 월드컵 열기로 가득 찼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지구 정반대의 이국땅에서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에서는 나이지리아와 월드컵 16강을 위한 최종 예선전이 있었던 날 마침 영업·마케팅 회의라 영업부 전 직원이 한곳에 모여서 응원을 했다. 새벽 3시에 졸린 눈을 참고 참석한 자리에는 이미 많은 직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모두가 승리를 위한 열망을 눈 가득히 담고 응원했다. 직원들이 꽉 들어찬 그 곳에는 승리에 대한 갈망과 열정이 있었다.

그리고 한국은 드디어 16강 진출을 했다. 영업부 직원들의 사기는 한껏 올랐다. 이후에 이뤄지는 모든 회의 일정들은 16강 진출이라는 기쁨과 응원 때의 열정이 모여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자신이 16강 진출한 것도 아니고 승리한 것도 아닌데 마치 본인들이 성취한 것처럼 모두들 그렇게 기뻐할 수 있다는 것을 보면서 역시 인간은 정신적 동물이라는 생각을 했다.

응원이 끝나고 새벽 공기를 마시며 문득 생각이든 것은 영업도 축구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영업은 정신적 사기(spirit)가 가장 중요하다.

사람을 상대로 일하고 사람과 사람관계 속에서 일이 만들어지는 영업세계에서는 언제든지 이겨내고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 같이 많은 도전이 있는 제약업계 종사하는 영업사원에게는 이겨낼 수 있다는 정신이 유일한 해결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최근에 제약관련 뉴스를 보면 매일 매일이 새로운 이슈들로 가득하다. 올 초 시작된 뉴스에는 제약영업사원 자살, 개원가 및 전공의협의회의 제약 영업사원 출입금지 확대, 리베이트 연계 약가인하, 제약사에 대한 공정위 과징금, 몇 개 제약회사 골프 접대 등 검찰 조사, 일부 지역에 병원 혹은 개원가 등에 대한 검찰 조사, 리베이트 쌍벌제, 리베이트 신고포상금 지급, 제약회사 5적 등 뉴스를 매일 접하다보면 마치 최근 일련의 뉴스들은 지난 몇 년간 일어났던 일들이 봇물처럼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듯하다.

위와 같은 환경 변화와 제약영업에 대한 도전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이미 2004년 4월에 제약협회가 의약품 거래와 관련한 불공정거래행위를 자제하자는 노력을 시도했으며, 특히 공정경쟁규약 관련 위반사례를 적극 신고해 달라고 회원사에 촉구했던 사실을 보게 되면 이미 오래전부터 최근과 같은 상황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제약업계와 관련된 여러가지 도전은 10년 전부터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제약영업의 형태와 방향은 개원의 혹은 종합병원의 의사고객을 위주로 바뀌었다.

이후 처방에 대한 선점을 위해 경쟁은 심화 되었다. 또한 많은 신제품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각 회사간 영업과 마케팅 프로모션은 경쟁 심화를 넘어선 과도한 판촉으로 이어졌다.

이후 본격적 대형품목의 특허가 풀리면서 블록버스터급 제네릭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경쟁강도와 변화는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시장의 변화 속에 제약업에 대한 견제와 도전도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2년 다국적 회사 M사가 공정거래위로부터 과대 접대건으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 사건 이후 2003년 제약협회는 "보험용의약품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을 만들고 설명회를 가지기 시작했으며 2004년에는 위반사례를 적극 신고해 달라고 회원사에 촉구하였다. 즉 제약협회는 의약품 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의료계의 리베이트 수수 척결을 천명한 의사협회의 의지를 재확인하고 제약업계도 스스로 공정한 경쟁풍토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며 위와 같은 정책을 집행했다.

2006년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는 10월부터 독자적 공정경쟁규약을 시행할 방침을 천명했다. 사업윤리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증진하고 이를 직접 실천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다각도의 노력은 실질적 결실을 맺지 못하다가 2006년 말부터 2007년까지 공정위의 주요 다국적사와 국내제약사에 대한 전방위 압박 조사와 함께 주요 제약사의 활동에 대한 상세한 파악을 통해 7개 제약사에 작게는 10억 원대에서 많게는 50억여 원의 과징금을 결정하면서 제약사들의 실질적 변화에 대한 압력이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조사대상 제약회사의 숫자는 계속 늘어났으며, 대형병원에 대한 조사도 착수하기 시작했다. 이후 공정위는 지속적인 조사를 통해 이미 2010년 발표된 공정경쟁규약에 대한 사전 준비 작업들을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이후 진행될 쌍벌제도 위와 같은 전체적 흐름 속에서 이미 싹트고 있었던 것이다.

위와 같은 일들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가까운 일본에선 지난 2000년 이른바 "히라카다" 사건이라는 제약사 리베이트 사건이 터졌다.

오사카에 있는 관립병원인 히라카다 시민병원 관계자들이 13개 제약사들로부터 고급음식점 접대를 받은 것이 사건의 골자다. 이후 이 사건이 사회이슈가 되어 일본 제약업계의 도덕적 기준은 더욱 엄격하게 바뀌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제약영업인들은 어떻게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며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우선 무엇보다도 현실을 탓해도 이미 큰 변화의 물결을 흘러가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 흐름은 이미 윤리경영이 회사운영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므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 무엇보다 영업도 축구와 같다고 한 것처럼 자신감과 긍정의 시각과 같은 정신(spirit) 무장이 결국 실질적 처방이라는 마음자세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변화와 도전 상황에 대한 정확히 인지하고 내용을 깊이 숙지해야하며, 그리고 받아들여야 한다.

더욱이 최근의 상황에 대한 배경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오히려 현재의 도전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는 패러다임(Paradigm shift)을 변화시켜는 방법이다.

어차피 국가 혹은 사회흐름을 내가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영업사원 모두는 현실을 직시하고 미리 예측해서 그것에 필요한 역량을 남들 보다 반발 앞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먼저 받아들이자. 준비된 사람이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이미 고객도 변화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으며 많은 고객은 몇 년 전부터 지금의 상황을 예측하고 제약회사에 많은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듣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은 현재의 상황에 대한 긍정적 부분을 더 많이 보고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집중 해야 한다. 누구나 성장을 하려면 성장통을 겪게 된다. 제약회사의 어느 임원은 "항상 올해가 제일 힘들다고 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때가 그래도 지금보다 편했던 시기였다"라고 조언을 해준다.

앞으로 닥칠 도전에 비하면 지금의 어려움은 오히려 쉬운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자. 앞으로 영업사원의 역할이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긍정적 생각해보자.

더 많은 도전을 해쳐나갈 수 있는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약영업인들의 중요성을 더 커질 것이다. 왜냐하면 더 이상 제품의 차별화나 프로모션의 차별화만으로는 현재의 도전을 극복하기에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고 나서는 과연 현실에서 제약영업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안되는 것을 탓하기보다 이미 인정되고 허락되는 범위의 일들을 더 많이 하면 차별화 될 수 있다. 또한 할 수 있는 일의 실행을 남들보다 더 창의적으로 한다면 현재의 도전을 극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두려움을 없애고 비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25년 전 공정거래법을 시행한 일본이나 그 보다 먼저 시행한 미국에는 영업사원이 없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영업사원은 중요한 제약회사의 자원이다. 앞으로 더욱더 체계화되고 효율화된 영업이 필요하다. 비록 제네릭 위주의 영업이더라도 좀 더 질적인 업그레이드를 해주어야한다.

향후 각 회사는 영업사원에 대한 질적 성장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할 것이다. 누가 더 좋은 제품을 갖고 있느냐가 아닌 더 좋은 직원을 많이 갖고 있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 때문이다.

그러니 현재의 도전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 제약산업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얼마 전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략적 산업으로 제약산업을 육성할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연구개발 투자는 더 커질 것이다. 국내에만 안주하는 것이 아닌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제약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제약영업인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다. 그 만큼 제약영업인 각자가 자신의 경쟁력을 갖춘다면 이전과는 다른 기회요인들이 주어질 것이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개인을 차별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고객과의 관계를 더 이상 갑을 관계가 아닌 건강한 파트너쉽으로 만들어가자. 늘 준비하고 공부하는 자세로 있어야 한다. 고객은 변하는데 영업의 형태는 과거 방식을 답습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이미 보험이나 자동차 영업사원의 아이덴티티가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 됐듯이 제약영업인의 위상도 바꾸어야 한다. 새로운 IT 등의 활용도 생각해보자. 이미 스마트폰과 같은 도구는 영업활동의 범위를 확장시켰다.

미래는 더 많이 자주 변할 것이다. 정말 앞으로는 변화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변화는 일상이고 오히려 평화가 예외일 뿐인 세상이 된 것이다.

많은 도전에 직면한 제약영업인들은 변화에 대해 늘 긍정적 시각을 갖고 준비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변화는 누구나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현재의 도전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싶다면 누구에게나 적용될 변화의 물결에 대해 끌려가기보다 변화를 이끌겠다는 마음자세를 갖고 자신 있게 일을 즐길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